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열이 센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학생들의 주된 스트레스 원인은 학업과 성적이며, 과도한 입시 경쟁이나 조기 교육 등은 매년 심각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절대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나 저자 김영민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는 주제, 공부가 도대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마냥 무겁지 않게, 그리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지난 2018년,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으로 매우 화제가 되었다. 재치 있는 문장으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을 꼬집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칼럼의 정석'이라고도 불리는 김영민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책을 관통하는 질문,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한다. 김영민의 글을 따라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공부가 단순히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영민의 사유 방식은 기본적으로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 방식이다. 자신이 많은 학생을 만나며 직접 겪은 일,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새삼스레 느꼈던 점 등 개별 사례에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그 근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의 기본적인 탐구 방식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할까? 공부는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해 김영민은 "공부란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는 것"이라고 답한다.
척추 기립근은 척추를 굽혔다 펴는 것에 관여하는 근육 중 하나인데, 이는 다시 말해 우리 몸의 중심축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똑바로 서고, 걷기 위해서는 건강한 척추 기립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중심이 단단해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어려움이 닥쳐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 그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공부다.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 입시와 취업으로 전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탁월함을 목표로 공부를 하게 될 때, 아마 한국인은 양념 치킨보다 더 멋진 것, 이를테면 잘 양념된 삶을 이루고 향유하게 될 것이다. - (가제본 기준)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