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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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글

발행처 : 어크로스

발행예정일 : 2020년 8월 26일

272쪽

16,000원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예요?"

학원에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몹시 당황스럽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마땅한 대답을 해주어야 할 텐데, 나조차도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공부를 하는 것이 너희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지." 등의 답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지만, 이것도 초등학교 고학년 쯤 돼야 먹히는 방법이다. 나의 대답을 납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끝없이 내게 묻는다.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예요? 그때마다 나도 스스로 되묻는다. 그러게. 공부가 도대체 뭐길래 이 사회가 우리에게 공부하기를 종용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열이 센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학생들의 주된 스트레스 원인은 학업과 성적이며, 과도한 입시 경쟁이나 조기 교육 등은 매년 심각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절대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나 저자 김영민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는 주제, 공부가 도대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마냥 무겁지 않게, 그리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지난 2018년,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으로 매우 화제가 되었다. 재치 있는 문장으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을 꼬집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칼럼의 정석'이라고도 불리는 김영민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책을 관통하는 질문,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한다. 김영민의 글을 따라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공부가 단순히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영민의 사유 방식은 기본적으로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 방식이다. 자신이 많은 학생을 만나며 직접 겪은 일,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새삼스레 느꼈던 점 등 개별 사례에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그 근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의 기본적인 탐구 방식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할까? 공부는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해 김영민은 "공부란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는 것"이라고 답한다.

척추 기립근은 척추를 굽혔다 펴는 것에 관여하는 근육 중 하나인데, 이는 다시 말해 우리 몸의 중심축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똑바로 서고, 걷기 위해서는 건강한 척추 기립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중심이 단단해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어려움이 닥쳐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 그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공부다.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 입시와 취업으로 전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탁월함을 목표로 공부를 하게 될 때, 아마 한국인은 양념 치킨보다 더 멋진 것, 이를테면 잘 양념된 삶을 이루고 향유하게 될 것이다. - (가제본 기준) p.10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 납득하는 것이다. 글의 앞머리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공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학생들에게 해주면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끝없이 질문을 붙잡고 늘어진다. 공부를 왜 해야 하냐는 학생들의 질문에는 순수한 궁금증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해요?" 뒤에는 사실 "나는 공부 하고 싶지 않아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라는 문장이 숨어 있다.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학생들이 더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공부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는 것이다. 이 책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 가까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유효한 질문 중 하나,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되었다. 그리고 공부하자. 공부를 멈추지 말자. 우리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위해, 우리가 올곧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1) 김영민, [사유와 성찰]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경향신문, 2018.9.2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9211922005

2) 철학의 사고 방식에 관해서는 지난 서평에서 간단히 다루었다. 쪼개기, 들여다보기, 방향 잡기 : 허유선,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https://blog.naver.com/marl2ne/222063406417


어크로스 출판사 홈페이지 : https://acrossbook.tistory.com/

『공부란 무엇인가』 구매 링크 (알라딘) : http://aladin.kr/p/1NdZd


* 해당 글은 어크로스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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