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노아 >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기아의 진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가 만약 100명의 마을이라면... 63억 지구인을 100명으로 축약해서 비교해 본다면....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평균치가 나온다.

20명이 영양상태가 충분하지 않고, 그중 한사람은 아사직전입니다. 하지만 15명은 비만 상태입니다.


6명이 모든 부(富)의 59%를 독점하고 있고, 전부 미국인입니다.

74명이 39%를 갖고 있으며 20명은 겨우 2%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75명이 먹을 것을 비축하고 있고, 비바람을 피할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중 17명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마을에서 한 사람이 대학을 나왔고, 두 사람이 컴퓨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을 읽지 못합니다.


대체,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아니 그랬는데 현대로 오면서 이렇게 되었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인류의 역사는 어쩌면 '불공평'의 역사였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사는 것,  누구는 거느리고 살고 누구는 굽신거리며 살았던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불합리한 체제에 불만을 품어왔고, 또 그것을 깨부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시민들은 역사의 주체가 되어갔고, 제 손으로 쟁취한 자유를 누리는 황홀함도 맛보게 되었다.  그런데, 권력과 부의 단맛을 맛본 사람은 자신이 내몰고자 했던 기득권의 그 행태를 답습해 가며 새로운 귀족으로 거듭났다.  인간은 원래 욕심 사나운 존재였고, 욕심이 욕심을 낳고, 죄가 죄를 낳아 사망에 이르렀다.  이렇게 결론지으면 되는 걸까?  그러면 끝인 걸까?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함에 한숨이 나왔다.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안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는 세상... 비타민 A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이라는 것... 세계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8억 5천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는 것...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삶의 모습인가.

심지어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1/4은 부유한 나라의 소가 먹고 있다는 사실... 이젠 경악하기에도 지친다. 


자연환경에 의한 절대적 빈곤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모든 빈곤한 국가의 가난한 이유는 아니다.  그보다는 구조적인 불합리성이 더 많으며 강대국의 착취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자국 내의 독재자와 소수 부유계층의 착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가 힘을 쓰고는 있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으며, 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보내주는 구호물품이 현지에서 제대로 쓰여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굶어 죽어가고 있는 이웃을 그들의 독재자만 손가락질하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정일이 아무리 미워도 우리가 북한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배불리 먹으며 풍요를 자랑하며 사는 나라들도 그 풍요가 선택받은 축복이라는 오만 속에서 살아서는 아니 된다.  또, 지금 당장 굶어 죽지 않는다 하여서 배고픔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일을 남의 일로만 여기는 우둔함을 보여서도 아니 될 것이다.  당장 직면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한미FTA를 체결하면서 정부는 자유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서 힘없고 가난한 국민이 ‘더불어’ 잘 살게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멀게 느껴지고 남의 일처럼 여겨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상한파로 전 미국과 유럽은 꽁꽁 얼어붙는다.  미국의 수많은 피난민들이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고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허락하지 않고, 결국 정부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그들은 국경의 문을 연다.  미국은 그 동안의 오만함을 버리고 전 세계와 함께 공존을 추구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대통령을 통해서 전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감독의 성향을 생각할 때 꽤 뜻밖이었으며 인상적이기도 했는데, 그 정도의 극한의 순간을 맞보지 않고는 인간은 겸손함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엄습했었다. 


더 이상,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이며 세상은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라는 얘기는 하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인간은 원래부터 악한 존재라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인간은 다만, 약하고 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유혹에 약하고 도전에 약하고 고난에 약한 것이라고.  인류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아와의 싸움도 인간이 극복해내야 할 투쟁이라고 여긴다.  그 투쟁은 가난하고 굶주리는 나라만의 몫이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공동의 과제이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부, 행복의 대가로 다수가 억눌리고 굶주리고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면, 그 사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사회가 과연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혹여 그런 사회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사회를 거부하고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아주 미약할 수 있다.  그러나 외면하지 않는 힘, 함께 아파하는 마음, 이웃을 향해 내미는 작은 손길 하나가 결국엔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마음 안에서, 우리의 가정 안에서, 우리의 학교 내에서, 이 사회에서, 이 지구상에서 말이다.


감상에 빠진 덕분에 책 이야기를 거의 못했다.  심각한 주제를 쉽게 표현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 강점을 가지는데,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아의 진실을 들려주는 대화 형식으로 책은 이어진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고, 꼭 대답해 주어야 할 마땅한 질문들이 다양하게 녹아 있다.  책을 통해 얻게 된 진실과, 깨달아야 할 많은 부분들은 밑줄 긋기를 통해서 고스란히 옮겨 보련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두고 깊이 읽어야 할 책이다.  처음 출간된 것이 2000년이었는데 한국엔 늦게 도착한 감이 있다.  어린이를 지나쳐버린 청소년들에게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기꺼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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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3월의 사회적 독서

새해 들어 내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유일한 (반)강제는 매달 '사회적 독서'의 목록을 올리고 취지에 공감하는 몇몇 이들의 책읽기를 꼬드기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나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매달 같이 책을 읽거나 적어도 책을 서가에 꽂아두는 분이 몇 분 계시기 때문에(땡스투 추천으로 보자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는 된다) 아주 헛일은 아니다 싶다.

지난 2월에 꼽은 네 권의 책들 가운데 나는 케빈 스미스의 <순결한 할리우드>를 마지막으로 손에 들었고 '톰 크루즈와의 인터뷰' 같은 몇몇 꼭지를 전철에서 읽었다. "이 책으로 인해 성경은 인류 사상 두번째 위대한 책으로 밀려났다"는 밴 애플렉의 허풍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건질 만한 대목이 없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머지 책들, 니스벳의 <보수주의>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책장을 많이 넘기진 못했으나 언제나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다. 그리고 남재일의 <그러나 개인은 진화한다>도 여러 꼭지를 읽었으니 과락은 면할 만하다.

내 경우 자랑할 만한 습관은 아니지만 한두 권의 책을 완독해가면서 보통 20여 권의 책을 같이 뒤적이기 때문에 막상 '실적'으로 남는 책은 많지 않다. 최근에 완독한 책은 박이문의 <예술철학>(재판 2006) 정도이다(별첨으로 덧붙여진 번역논문 '양상론적 예술의 정의'는 부분적인 오역에다 오타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머지 책들은 모두 부분적으로 읽거나 참조하는 식이다(그렇게 건드리는 책들이 한달에 50권은 훌쩍 넘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여러 종류의 강의를 해야 하고 한편으론 원고/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런 남독의 습관도 딴은 강제된 것이라고 해야겠다. '사회적 독서'의 목록에 올려놓는 책들은 그런 가운데에서 매달 좀더 신경을 쓰기로 작정한 책들이다. 나름대로 '특혜'를 부여하는 셈이다. 이유는 함께 읽어봅시다, 라는 것이고.   

 

 

 

 

3월에 읽을 첫번째 책은 '한국문학 읽기'로 올해 발표 90주년을 맞는 이광수의 <무정>(1917)이다. 나로선 20년만에 다시 읽게 되는 작품인데, 사실 <바로 잡은 '무정'>(문학동네, 2003)이라고 새로운 '정본'이 나온 게 불과 몇년 전이다(<'국민'이라는 노예>(삼인, 2005)에도 편자의 후기 등이 재수록돼 있다). 편자인 김철 교수가 다시 책임편집을 맡아서 낸 <무정>(문학과지성사, 2005)도 불과 재작년에 나왔을 뿐이고. 그러니까 20년의 세월이라고는 하지만 다시 읽을 만한 분위기가 조성된 건 비교적 최근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이광수를 읽을 때 옆에 두고서 필독해야 하는, 김윤식 교수의 평전 <이광수와 그의 시대1,2>(솔출판사, 1999)의 재판이 나온 건 좀 오래 됐다. 내가 처음 그 책을 읽은 건 아마도 80년대 후반쯤이었을 걸 같고, 그때 판본은 <이광수와 그의 시대1,2,3>(한길사, 1986)이었다(나는 2/3쯤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고는 나중에 절판되고 나서 구입해두지 않은 걸 후회했었는데, 솔출판사판의 재판이 나왔을 때도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 읽어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보관해둘 만한 장소가 여의치 않은 탓이다(이러다 또 절판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도서관에서 같이 대출한 책은 젊은 이광수 연구자 최주한 박사의 <제국 권력에의 야망과 반감 사이에서>(소명출판, 2005). 학위논문을 손질한 것이기도 한데 이광수 연구서들 가운데서는 '드물게도' 재미있다(주로 다루는 건 <무정>이 아니라 <유정>이지만). 그밖에도 여러 권의 참고문헌을 꼽을 수 있지만 사설을 여기까지만. 참고로, 절판된 책들 가운데 가장 유익한 건 김현 편, <이광수>(문학과지성사, 1977). 김동인의 '<무정> 분석' 등이 포함된 유익한 자료집이다.  

 

 

 

 

두번째 책은 '한국사회 읽기'란 핑계로, 얼마전에 출간된 고종석의 <바리에떼>(개마고원, 2007)을 꼽는다. 책은 이미 구입해두었는데, 사실 '잡다함'이란 뜻의 프랑스어 '바리에떼'를 제목으로 삼은 건 내 취향이 아니다(내가 저자인가?). 기억에는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이 <프랑스문학을 찾아서>의 한 부에 그런 제목을 붙였고, 연원을 따지자면 프랑스 시인 발레리가 그런 책인가 에세이 묶음을 또 썼다(발레리만 그런 제목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서 '발레리 따라하기'를 거쳐서 '김현 따라하기'의 연장이 아닌가도 싶다(얼마전 연재를 끝낸 '말들의 풍경'이 알다시피 김현 평론집의 제목을 훔쳐온 것이었다). '따라하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바리데기'도 아닌) '바리에떼'란 말이 우리말에 아무런 소속을 갖고 있지 않은 '겉멋'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잡다함'을 빙지한 그런 '겉멋부림'에도 불구하고(사실 저자가 프랑스 포도주 마니아라고 하니까 '바리에떼' 정도의 멋을 부리는 건 이해할 만하다) 책은 여느 고종석의 책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재미있다(목차를 보니 내가 이미 읽어본 글들도 여럿된다. 잡지에 실린 에세이나 단행본에 실린 발문들이 그런 종류이다). '군소리'라고 붙여놓은 서문을 보면 그가 이 책에서 제일 자신하는 글은 복거일의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알음, 2003)를 다룬 '식민주의적 상상력'이다.

"비판의 대상이 된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의 저자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으나, 식민지 시기의 역사적 복권을 통해 민주주의 운동의 정통성을 흔들려는 온갖 '경제론'들의 급소를 이 글이 비교적 정교하게 움켜쥐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이런 '자화자찬'이 본래 고종석스러운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고종석은 허튼 소리를 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온갖 경제론들의 급소'를 같이 움켜쥐어보도록 하자.

덧붙이자면 '1970년대를 사는 백수의 잡감'이란 부제를 단 그의 자기세대론 '우리 세대를 위하여' 같은 글을 읽으면 저자와 포도주라도 같이 한잔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왜 포도주인가는 읽어보면 안다). 고종석도 거의 '아줌마' 다 됐다는 걸 확실하게 입증해준다.

안쪽 책갈피에는 '저자의 다른 책들'이라고 16권의 책 목록이 적혀 있는데, 훑어보니 내가 안 갖고 있는 건 <히스토리아>(마음산책, 2003)과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개마고원, 2006), 그리고 <고종석의 영어이야기>(마음산책, 2006) 세 권이다. 앞의 두 권은 주로 신문의 칼럼들을 모은 것이고 짐작엔 그 대부분을 나는 지면에서 읽었다. 그리고 기억에 고종석의 '영어공부' 책은 그 한권이 아니지만 나는 모두 안 갖고 있다. 그런 책들은 그가 '코리아타임스'의 기자였다는 전력을 떠올리게 해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고종석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에 대한 애정과 아는 체를 늘어놓는 고종석이다. 그 영어책을 사둘 만한 여력이 된다면 그보다 먼저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 2007)을 사서 읽고 싶다. 사실은 이 책을 '3월의 책'으로 올리려고도 했지만 그건 나중 생각이었다. 뭐 결과적으론 엎어치나 메치나 두 권 모두를 꼽아놓은 셈이 되는군.  

 

 

 

 

세번째 책은 '미국을 알자'는 취지로 좀 '뒤늦은' 화두이면서 아직 진행중인 사안인 한미 FTA 관련서들을 목록에 올려둔다.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 2006)를 먼저 꼽아두긴 했는데 관련서들은 더 많이 나와있으며 적절히 참조하면 되겠다. 협상마감 시한인 4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지라 도대체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더 늦기 전에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눈뜨고 코 베이는 일을 당하기 전에 말이다.  

 

 

 

 

그리고 끝으로 '이론을 읽자' 범주에서 꼽은 책은 지젝의 신간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도서출판b, 2007)이다. 번역본 상으론 450여쪽에 이르니까(원저는 280여쪽 분량이다) 다소 부담스럽긴 한데, 대신에 맨마지막 6장 '당신의 민족을 당신 자신처럼 즐겨라'를 먼저 읽을 예정이다. 지젝의 '민주주의론'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계획한 것이고, <삐딱하게 보기>와 <혁명의 다가온다>를 다시 참조할 생각이다.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박종철출판사, 1999)와 위너 본펠드의 <무엇을 할 것인가>(갈무리, 2004)를 옆에 나란히 놓아두고서. 더불어 같이 읽기 위해 엊그제 꺼내놓은 책은 네그리의 <혁명의 시간>(갈무리, 2004). 요약하면 '민주주의'와 '레닌'이 3월의 이론적 화두가 될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목표는 목표이다. 일정으로 보아 몇 페이지 건드리지도 못하고 3월 한달이 후딱 지나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벌써 봄이라니!) '사회적 독서'의 의의라는 게 따로 있겠는가. 읽다가 다 못 읽으면 옆에서 이어서 읽어주고 뒤에서 마저 읽어주는 게 사회적 독서다. 당신이 그 옆사람, 뒷사람이 되어주면 좋지 아니한가!..

07.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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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짱꿀라 > 국내 소장학자들 뚝딱… ‘지식인 마을’ 섰다

 

 

 

 

 

 

 

 

 

 

 

 

 

 

국내 소장학자들 뚝딱… ‘지식인 마을’ 섰다

 

인문 자연 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 대표 지식인 100명이 촌장과 일꾼으로 등장하는 ‘지식인 마을’이 문을 열었다. 그림 제공 김영사, 기사제공 : 동아일보


《“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열광을 보이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성공을 위한 최상의 공식임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열정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씨의 말을 따른다면, 지식을 쌓는 최상의 방법 역시 위대한 지식인들의 곁에서 그들의 호기심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아닐까. 김영사가 21일 펴낸 ‘지식인 마을’은 그렇게 열정과 호기심의 바이러스를 나눠 줄 동서양의 지식인 100명을 한곳에 모으고 국내 소장학자 36명이 가이드를 맡은 방대한 규모의 대중교양 시리즈다. 모두 50권 중 이날 1차분 15권이 먼저 나왔다.》

   ■ 대중교양서 시리즈 ‘지식인 마을’ 출간

   시리즈 전체 디렉터를 맡은 장대익(미 터프츠대 인지연구소 연구원) 박사는 “일단 입학 승진의 문턱만 뛰어넘으면 모든 걸 잊어버리는 한국의 문턱 증후군을 퇴치할 백신 프로그램”이라고 시리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우선 지식인의 삶과 생애, 사상을 평이하게 나열하는 개론서 대신 논쟁의 형식을 취했다. 권마다 ‘다윈 & 페일리’ ‘장자 & 노자’처럼 서로 앙숙이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지식인 2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던진 위대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서로 어떻게 대립, 계승하거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가이드를 맡은 국내 학자들은 100명의 동서양 대표지식인을 지식인 마을의 촌장(개척자)과 일꾼(계승자)으로 나눴다. 플라톤과 데카르트처럼 수많은 분야를 개척한 학문의 대가는 촌장, 촘스키나 아인슈타인처럼 촌장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만의 분야를 새로 개척한 20세기 지식인들은 일꾼으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서양인뿐만 아니라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정약용, 최한기, 신채호, 함석헌, 우장춘, 석주명 등 한국 사상가 8명도 포함됐다. 권마다 앞에는 전체 마을 지도가 나오고 끝에는 해당 책의 주제에 해당되는 지식인들을 계승하거나 대립한 지식인, 영향을 받은 분야 등을 표시한 지도가 나온다. 지식에는 뿌리가 있으며 또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지적 겁쟁이들의 코드’인 ‘한 우물만 파기’를 뛰어 넘어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는 ‘잡종적 지식인’의 면모에 주목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예컨대 데카르트는 2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데카르트 & 버클리’에 철학자로 등장하지만, 10권 ‘거인의 어깨에 선 거인-뉴턴 & 데카르트’에서는 자연과학자로 나온다.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다윈 & 페일리’는 생물학이라는 분야를 뛰어넘어 문학과 철학 경제학 등에 응용되는 진화론의 현 주소를 보여 준다. ‘고급 대중교양서’를 표방하는 시리즈답게 톡톡 튀는 서술방식도 눈에 띈다.

   책마다 ‘지식인 마을로의 초대’ ‘지식인과의 만남’ ‘지식토크 테마토크’ ‘이슈@지식’ ‘징검다리’ 등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 중 ‘지식토크 테마토크’는 저자가 내용 왜곡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가상의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이다. 데카르트와 버클리가 메신저로 채팅을 하거나 정약용 최한기 주희가 현대 한국에 나타나 선거 유세를 하는 식이다. 신은영 김영사 편집장은 “학계가 대중적 저술을 폄훼하는 풍토에서 양산되는 번역서나 짜깁기 책 대신 우리 저자가 직접 쓴 고급 지식 교양 시리즈라는 점에 중점을 둬 기획했다”며 “국내 학계와 출판계에서 36명의 저자가 한 시리즈를 위해 1년 이상 동시에 작업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쉽게 읽는 인문학’ 지식인마을로 오세요
  지식인마을(전50권 중 1차분 16권) 
  
  ▲ 지식인마을에 가다

   ‘인문학의 위기’ ‘출판시장의 붕괴’가 운위되는 요즘이다. 모두 5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우리 학자들이 학문과 대중의 ‘다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인문학 부흥’ 프로젝트다. 30~40대 젊은 학자 36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1차로 16권이 먼저 출간됐다. ‘지식인마을’은 대립·보완·경쟁·창조적 계승 관계에 있는 두 사상가를 내세워 그들이 논쟁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따라서 모두 100명의 사상가가 등장한다. 데카르트와 버클리, 랑케와 카, 아인슈타인과 보어, 세이건과 호킹, 공자와 맹자, 장자와 노자 등이 한 권의 책에서 함께 논의된다. 이황과 이이, 정약용과 최한기, 신채호와 함석헌, 우장춘과 석주명 등 한국사상가 8명도 포함됐다.

  책의 차례는 일반 독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했다. 먼저 모든 책의 첫 장에는 가상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고라(광장)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개척자[촌장]들이 모여 사는 ‘다윈가(家)’와 ‘플라톤가’가 자리잡고, 오른쪽에는 이들을 이어받은 20세기 대표적 지식인들[일꾼]이 모여 사는 ‘촘스키가’(인문)와 ‘아인슈타인가’(자연과학)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학자들을 기다린다는 뜻에서 ‘분양’중인 ‘새싹마을’도 설정했다.
 
  책의 장도 ‘1st Street(1번가)’부터 ‘5th Street(5번가)’까지로 구분했다. 1번가(지식인마을로의 초대)에서는 책의 독서 포인트를 제시한다. 2번가(지식인과의 만남)에서 본격적인 두 사상가의 논의를 설명하고, 3번가(지식토크, 테마토크)에선 이들의 논쟁이 어떤 맥락에서 이뤄지는지 제시한다. 4번가(
이슈@지식)는 과거의 문제가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루고, 5번가(징검다리)에서는 사상가들의 연보와 참고문헌, 짧은 원문 읽기 등을 덧붙였다. 언뜻 장난스러워 보이는 시도 같지만 책의 수준은 녹록하지 않다. 주 독자층을 고교생이 아닌 대학생 이상 일반인들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1권 ‘다윈&페일리’ 편은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과 창조론을 펼친 신학자 페일리의 논의를 대립시켜 설명한다.

   페일리는 정교한 시계를 만든 시계공처럼 신(神)이 복잡한 생명체를 만들었다고 상정했다. 반면 다윈은 1831년 남아메리카를 항해한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군도를 탐험하면서 진화론을 주창하게 된다. 책에는 이들의 논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후계자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다룬다. 기획의 총디렉터를 맡은 장대익 미국 터프츠대 인지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갑자기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문턱 증후군’에 걸려 있다”며 “이 시리즈는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문턱’을 넘어 더 깊은 독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수기자

자료출처 :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611/200611240542.html(조선일보)

[행복한책읽기Review] 통합 학술 시리즈 `지식인 마을` 총괄 장대익 교수 [중앙일보]
`소장파 학자들이 꾸린 대중 눈높이 지식 보따리`  
 
   꼭 논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통합적 사고와 통섭(학문간의 넘나듦)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책을 폭넓게, 많이 읽으라는 권고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독서로 종합적 이해력을 키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배경지식 없이는 100% 소화가 불가능한 번역서가 교양서 시장의 주류인 데다, 국내 권위자들이 대중 눈높이에 맞춰 쓴 책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소장파 학자 26명이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동서양 지식인 100명의 상호교류를 시도한 '지식인 마을'시리즈(전 50권, 김영사, 각 9500원)의 등장은 신선하다.

   총괄 디렉터를 맡은 장대익(사진.미국 터프츠대 인지연구소 방문연구원)교수는 이 시리즈를 "지식이라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뿐 아니라 왜 잡는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고민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오늘날 지식은 명문대를 가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등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내가 잡은 물고기가 정작 무엇인지, 대체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모른다면 물고기 잡기는 무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배운 지식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참다운 지식이 아닐까요?"

   이같은 문제의식 아래 지난해 초 필자 선정에 들어갔다. '나의 배움과 앎이 대중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소장파 학자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우리 학자들이 우리 생각으로 씹어 소화한 고급 지식교양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지요. 거의 예외없이 저희 뜻에 공감하시더군요."

   지나치게 대중에 영합한 논술지침서도, 그렇다고 전문가끼리만 알아듣는 논문집도 아닌, 딱 그 중간의 책. 그런 책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인문학의 위기'를 고민하던 학자들한테도 분명 있었던 것. 장 교수가 "'지식인 마을'은 독자뿐 아니라 저자를 위한 시리즈"라고 표현한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책은 서로 대립하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두 지식인이 나와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식으로 구성됐다. 1차분(15권)에는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을 주장한 다윈과 페일리, 동양사상의 주류인 공자와 맹자, 우주탄생의 수수께끼를 탐구한 세이건과 호킹, 세계화를 사이에 두고 논리싸움을 펼치는 부르디외와 기든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데카르트는 철학자로서 버클리와, 과학기술자로서 뉴튼과 짝을 지어 두 번이나 나온다. "오늘날의 학문분류법으로는 도저히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통합적 지식인이기 때문"이란다. 대상 독자는 대학생 이상. 내년 상반기에 완간된다.

기선민 기자

자료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17902(중앙일보)

 

동서양의 석학 100명 한마을에 산다?
지식인마을 / 장대익 등 지음 / 김영사발행

                                     
                                         아인슈타인 등 ‘지식인 마을’
 
  세계의 석학이 한 집에 두 명씩 산다. 또 그들이 사는 집 50채가 한 마을을 이룬다. 이름은 ‘지식인마을’. 그런데 마을 주민은 나라도, 살았던 시기도 다르다. 시간, 공간의 벽을 넘어 함께 사는 마을.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도, 마을도 모두 가상의 공간이다. 실제로는 책, 바로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다.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지식인 100명을 골라, 권당 2명씩 모두 50권에 실었다. 이 가운데 1차분 15권이 먼저 나왔다. 저자는 국내의 소장학자 36명. 한 시리즈를 위해 이 정도 저자가 1년 이상 매달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한 책에 담은 지식인 둘의 관계가 특이하다. 다윈과 페일리, 공자와 맹자, 뉴턴과 데카르트처럼 대립하거나 영향을 주고 받았다. 두 지식인의 대립, 보완, 경쟁, 창조적 계승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책이 선정한 동서양의 대표 지식인 100명은 다시 촌장과 일꾼으로 나눠진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처럼 학문의 개척자가 촌장이고 아인슈타인 하버마스 푸코처럼 그들의 뒤를 이어 자신의 분야를 일군 지식인이 일꾼이다. 한국 사상가 8명도 포함됐는데, 이황 이이 정약용 최한기는 촌장이고 신채호 함석헌 우장춘 석주명은 일꾼이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학문의 종합적 이해를 시도한 점이다. 학문 영역의 장벽을 깨고 수렴, 통합, 통섭을 꾀했다. 2권에서 철학자로 나온 데카르트가 10권에서 자연과학자로 다시 등장하고 11권에서 인지심리학이 경제학의 패러다임 전환에 끼친 성과를 담은 것은 그런 의도에서다.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다윈&페일리>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 속에서 인간이 생명의 역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주고, 문학, 철학, 경제학에서 응용되는 진화론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3권 <유학의 변신은 무죄-공자&맹자>에는 예(禮)를 통해 혼란을 극복하려 한 공자와, 내면의 인(仁)을 발견하라고 역설한 맹자가 나와 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미래학자 토플러는 4권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토플러&엘륄>에서 변화의 물결을 어서 타라고 주문하지만, 엘륄은 인간이 현대 기술의 하인으로 전락했다고 걱정한다.

  6권 <도(道)에 딴지 걸기-장자&노자>는 노자의 사상을 지배자를 위한 통치철학으로, 장자의 사상을 타인을 받아들이는 소통의 철학으로 구별한다. 8권 <우주의 대변인-세이건&호킹>에서 천재 과학자 호킹은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어주고, 세이건은 대중의 눈높이로 우주 현상을 설명한다. 12권 <세계화의 두 얼굴-부르디외&기든스>에서는 적극적으로 반세계화 운동에 참여한 부르디외와, 세계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기회 및 능동적 복지를 확신하는 기든스가 논리 대결을 편다.

  13권 <아시아에서 과학하기-나가오카&유카와>는, 일본인은 기술자는 될지언정 과학자는 될 수 없다는 편견을 딛고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한 나가오카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를 등장시켜 세계 과학의 중심으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보여준다. 15권 에는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생명공학 혁명의 출발점을 마련한 왓슨과 크릭의 성과가 들어있다. 최훈 강신주 손화철 박민아 조지형 등 저자들의 경쾌하고 깔끔한 문체가 책 읽기를 돕는다. 출판사와 함께 시리즈를 기획한 장대익 미국 터프츠대 방문연구원은 “지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35권은 내년 6월말까지 출판된다.

박광희 기자

자료출처 : http://nadri.hankooki.com/lpage/weekzine/200611/wz2006112417292073280.htm(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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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달팽이 > 바로 끼워야 할 역사의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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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JFK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한 나라였던 미국 사회의 이성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런 미국의 패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절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때가 있었다. 이 책 역시 불량국가이자 광신도들이 주도했던 미국이라는 패권국가에 의해 유린된 무수한 인간의 존엄과 법과 정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헨리 키신저라는 한 추악한 인물을 통해 본 미국 내의 정권다툼과 그 정권욕에 얼룩진 미국 민주주의 허상과 대외 정책은 인간으로서는 아니 인간사회에서는 생겨서 안되는 여러 가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역사에 남겼다.

베트남, 캄보디아와 라오스, 인도네시아, 칠레, 동티모르,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일어난 여러 유혈사태, 전쟁범죄, 실종, 강간, 테러 등의 온갖 죄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앗아갔으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정권욕과 자신들의 명예욕과 부를 추구하고자 하는 미국 상층부의 몇 몇 광신도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흥분을 멎지 못하게 한다.

더욱 더 절망적이었던 사실은 닉슨과 키신저라는 이 광신도들이 이런 죄악을 저지를 때에 미국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더란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약소국의 생명과 심지어 자신의 젊은이들의 생명이 꺼져 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들의 음모를 밀실공간에 그대로 유지시켜 줄 수가 있었단 말인가? 과연 미국 사회에 민주주의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미국 사회의 이성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다. 여기서 어쩌면 경제와 기술이 가장 앞서 가는 미국이란 국가에서 가장 형체도 없이 흩어져 버린 민주주의의 실체를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국에서의 무수한 희생을 대가로 치르고서야 비로소 여러 가지 인권협정과 독재정권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원흉의 처리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 참담한 실정은 바로 미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의심하게 하며 미국 사회의 이성에 대해 또한 의심하게 한다.

따라서 미국 사회의 여러 가지 요소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비판하여야 하며 그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그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참되게 세워야만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엄숙히 놓여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단추는 하나가 잘못 끼워지면 그 뒤는 아무리 잘 끼워도 잘못 끼워진 것이 된다. 잘못 끼워진 것을 깨달았을 때는 과감하게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미국 사회에 필요한 미덕은 바로 그것이다. 또한 그것은 해방 후 일제의 잔재가 깨끗하게 정리되지 못한 우리 사회, 군부 독재의 단죄와 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미덕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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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계의 지성' 톱10

어제 TV 등 언론에서는 노언 촘스키가 영미의 시사지들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선정한 '세계의 지성' 중 '최고의 지성인'으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약 2만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약 5000표를 획득, 2500표를 얻은 움베르토 에코를 더블 스코어로 따돌렸다고. 주로 영어권 네티즌이 참여한 것이므로 영미쪽 지식인들이 대거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프랑스쪽 지식인들은 톱10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어제 귀가길에 문화일보에서 이 '톱10'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대중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이런 투표 자체에 별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 지식인들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가늠하는 데는 유익한 지표인 듯싶어서 소개하고 몇 자 덧붙인다(내가 흥미를 느낀 건 생물학자들의 부상이었다).

1위 노엄 촘스키(미국). 직업은 언어학자로 돼 있지만, 정치비평가, 문명비평가 정도로 더 잘 알려져야 마땅한 사람이고, 주로 하는 일은 '미국 비판'이다. 네오콘 잡지의 한 편집장은 촘스키와 하워드 진을 가리켜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대중이 보기엔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비판의 테마와 강도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촘스키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내가 보기에, 가장 쉽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그의 언어학 책이 쉽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가 프랑스의 현학적인 지식인들에 대해서 못마땅해 한 것은 당연한다(푸코 등을 읽다가 좌절한 사람들에게 촘스키는 희망이다). 대중들이 읽을 글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것.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꼽힌 만큼 그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촘스키의 책들은 국내에 '너무 많이' 소개돼 있다(국내엔 촘스키의 제자들도 여럿 된다). 수준 이하의 번역들도 많다고 하지만, '어렵지 않은' 책들이기 때문인 듯. 그의 전기로는 <촘스키, 끝없는 도전>(그린비, 1999)와 <촘스키>(시공사, 1999)가 같은 해에 나왔다(나는 전자를 읽고 후자를 사두었다). 바쁘신 분들은 <30분에 읽는 촘스키>(랜덤하우스중앙, 2004) 정도를 읽어주시면 되겠다. 책의 역자이자 전문번역가인 강주헌씨는 요즘 부쩍 촘스키에 빠져 있는 듯한데, 가장 최근에 나온 촘스키 책도 그가 번역한 <지식인의 책무>(황소걸음, 2005)이다. 물론 책은 제목에서부터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한마당, 1999)를 떠올리게 한다. 대중적 인지도에다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조에 있어서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미패권주의 시대의 '사르트르'이다(사르트르적 의미의 지식인이란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뜻한다).

2위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직업은 문학비평가로 돼 있지만, 기본적으론 기호학자이고 게다가 소설가이다. 아마 러시아에서 이런 류의 투표를 했다면, 촘스키를 거뜬히 따돌렸을지도 모른다. 정치비평서들이 일부 '전문서'로 소개돼 있는 촘스키와는 달리 에코의 경우는 소설과 문학비평서, 중세미학연구서 등이 시리즈로 번역/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러시아보다 국내에 더 많은 '에코'가 나와 있다(그의 '조이스'론이 소개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거의 '에코 천국'이라고 할 만큼.

 

 

 

 

국내의 에코 전문출판사로는 열린책들과 새물결을 들 수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 평전>(2004)는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에코 붐'을 만들어낸 건 물론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초판은 1986)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에코 자신이 쓴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열린책들)와 이윤기 선생의 번역을 교정해준 것으로 잘 알려진 강유원의 <장미의 이름 읽기>(미토, 2004)가 부수적인 참고문헌이 된다. 개정판도 갖고 있지만 내가 읽은 건 <장미의 이름> 초판이며, 작년에 러시아어본도 구해왔기 때문에 나중에 개정판으로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인다(<푸코의 진자> <전날밤> <바우돌리노> 등의 다른 소설들은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만 하도록 한다). 모두가 알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장 자크 아노에 의해서 영화화됐다는 것(숀 코너리와 크리스천 슬레이터 주연). 그리고 대부분이 모를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다른 역자에 의해서도 번역됐었다는 것. <장미의 이름으로>(우신사, 1986). 프랑코 모레티의 표현을 빌면 번역 또한 '도살장'이어서 살아남는 번역은 몇 안된다. 

 

 

 

 

자신의 최초 전공이기도 했던 중세미학에 관한 책으론 <중세의 미와 예술>(열린책들, 1998), 기호학자로서 명망을 얻은 책으로 <기호학과 현대예술>(열린책들, 1998)이 국내엔 소개돼 있다(<기호학과 현대예술>은 불어본의 번역이고, 영어본 번역은 <기호학이론>(문학과지성사)이다. 이 국역본보다는 영어본이 훨씬 읽기 쉽다). 기호학자로서의 출세작 <기호학 이론>의 속편에 해당하는 <칸트와 오리너구리>(열린책들, 2005)에 대해서는 한번 소개한바 있으므로 생략하고, 대신에 추천할 만한 것은 에코가 공저한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 1994). 역자가 에코의 제자이다. 에코 기호학에 관한 국내 연구서로는 박상진 교수의 <에코 기호학 비판>(열린책들, 2003)이 유일하지 않나 싶고,  김성도 교수의 <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학>(생각의나무, 2003)에는 에코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좀 특이한 책으론 에코의 축구광적인 면모를 기호학과 엮은 <움베르토 에코와 축구>(이제이북스, 2003)가 있다.

 

 

 

 

에코는 잡지에 기고하는 짤막한 에세이로도 유명한데, 국내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열린책들, 1995)으로 또 흥행몰이를 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 1999)은 그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이후에도 물론 열린책들에서는 그의 에세이집들을 꾸준히 내고 있으나 내가 사거나 읽지 않았으므로 언급을 자제하겠다. 에코의 에세이들에 비교적 일찍부터 눈길을 준 출판사가 새물결이고, <포스트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1993)을 시작으로 댓 권을 연이어 출간했었다. 얼마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됐다(일부는 독일어판의 번역이다). 이 정도면 에코는 촘스키 뺨치는 지성인이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영국).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일 듯하지만, 도킨스가 그래도 3위에 오를 줄은 미처 몰랐다. 영국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도킨스에 관해서는 여러 번 소개한 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간단하게 훑어보기로 한다.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도킨스의 책은 <이기적인 유전자>(두산동아, 1992)이고, 그의 책으로 내가 제일 처음 읽은 책이다. 물론 그때 도킨스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막연하게 '이타적 행위'라는 게 모종의 심리적/도착적 만족감을 주는 '이기적 행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는데, 늘 그렇듯이 서점을 두리번 거리던 차에 <이기적인 유전자>란 책이 눈에 띄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유레카!'(우리식 버전으론 '심봤다!') 이후에 원서의 개정판을 옮긴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1993)이 출간됐고, 절친한 친구는 나의 권유에 따라 그 책을 읽고서 '유레카!'를 복창했다(그는 한동안 나만큼 도킨스를 욹어먹고 다녔다). 지금의 <이기적 유전자>(2002)는 보다 세련된 장정을 하고 있는바(표지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이름하여 '고전100선'이요, 대학생/청소년 필독서이다.    

 

 

 

 

이후 도킨스의 주저라고 할 만한 책으론 <눈먼시계공>(민음사, 1994)과 10년만에 재간된 <눈먼 시계공>(사이언스북스, 2004)이 있다. 작년에 나온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은 내가 원서까지 사둔 책이지만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 감동을 적기는 어렵지만, 하여간에 다른 책들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최신간인 <악마의 사도>는 이전에 소개한바 있듯이 주로 칼럼모음집인데, '인간' 도킨스의 체취를 가장 강하게 내뿜는다. 도킨스 다이제스트를 원하는 독자라면 <도킨스와 이기적 유전자>(이제이북스, 2002)를 보셔도 좋겠다(다이제스트라 감질이 나겠지만).

 

 

 

 

세계석학 30인과의 대담집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가야넷, 2000)에는 촘스키와 에코는 물론 도킨스와의 대담도 실려 있다(지젝도 들어가 있다!). 내가 감히 사두지 못한 <사이언스북>(사이언스북스, 2002)에도 도킨스는 (당연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내 기억에 존 브로크맨이 편집한 <제3의 문화>(대영사, 1996)에서도 도킨스를 읽을 수 있다. 그의 호적수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비교는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몸과마음, 2002)를 참조할 수 있다.

4위 바츨라프 하벨(체코). 이 리스트에 들어 있는 유일한 동유럽 지식인. 직업은 극작가이자 정치인으로 돼 있는데, 대통령을 역임한바 있으니 저명한 인사이지만 국내에는 별로 연고가 없는 듯하다.

 

 

 

 

뒤져보면 하벨의 책으론 <대통령의 꿈>(들꽃세상, 1992)이 처음 소개됐었고, '하벨 대통령의 자유를 위한 투쟁과 사상'이란 부제의 <프라하의 여름>(고려원, 1994)과 드라마 <청중>(예니, 2000)이 소개돼 있는 정도. 동구권 희곡모음집인 <탱고 外>(현대미학사, 1994)에도 <도시 재개발 계획>이라는 하벨의 작품이 들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지역적 편향성 때문에 러시아/동구권 지식인들에 대한 소개/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편. 멋쩍은 김에 하벨의 나라 체코에 대한 안내서 두 권 정도만을 적어두기로 하자. 체코 문학 전공자인 김규진 교수의 <체코 문화>(한국외대출판부, 2000), 그리고 체코 여행 가이드북 <체코>(휘슬러, 2005).

5위 크리스토퍼 히친스(영국). 직업은 정치평론가라고 돼 있는데, 톱10의 지식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생소한 인물이다. 나의 견문이 짧은 것인가 하고 검색해 보았더니, 국내에 소개된 건 <키신저재판>(아침이슬, 2001) 달랑 한 권이다. 하면, 나의 '무식'을 탓할 수는 없는 것.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니까 <선교사의 입장: 마더 테레사의 이데올로기>(1995)란 책이 있고, 에드워드 사이드와 공저한 <희생자를 탓하기: 사이비 학문과 팔레스타인문제>(1988), 아담 바르토스란 이와 공저한 <국제 영토: UN, 1945-95>(1994)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아마도 영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평론가인 모양(우리의 경우라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6위 폴 크루그먼(미국). 내가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현역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엔 反부시 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며(뉴욕타임즈에 칼럼을 쓴다)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고. 촘스키와 함께 MIT에 몸담고 있고, 1953년생이니까 나이도 비교적 젊다.

 

 

 

 

그의 책으론 <경제학의 향연>(부키, 1997)이 유일하게 내가 갖고 있는 책이다. 그가 공저처럼 돼 있는 <복잡계 경제학2>(평범사, 1998)도 갖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책정리를 하면서 <복잡계 경제학1>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갔다. 아마도 그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자기 조직의 경제(Self-organizing Economy)>(부키, 2002)일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대충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데, '복잡계 경제학 개척자'로도 평가된다는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복잡계 경제학의 사고방식과 모델을 다"룬다고. "그는 '불안정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instability)'와 '불규칙한 성장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random growth)'라는 자기 조직화의 두 원리가 어떻게 도시의 형성과 기술 집중 및 경기 순환 등 제반의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자기조직계'에 대한 책들이 한동안 붐을 탄 적이 있는데,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카오스: 현대 과학의 대혁명>(동문사, 1993)이 발단이었다(물론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 같은 신과학 천문학서도 있었다). 이어서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까치, 1997) 등이 나왔고, <복잡계란 무엇인가>, <왜 복잡계 경제학인가> 같은 일본서들이 번역/소개됐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크루그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이름은 '수확체증의 법칙'을 주창했던 브라이언 아서인데, 크루그먼은 이를 더 발전시킨 공로가 있는 듯. 이 '자기조직화'는 문학/예술에서도 많이 나오는 테마이며, 들뢰즈를 읽다가도 종종 마주치는 용어이다. 그러니 나중에 좀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하는 크루그먼의 나머지 책들이다. 

 

 

 

 

7위는 위르겐 하버마스(독일). 작년 10월에 데리다가 타계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하버마스와 함께 이 명단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연로한 세계철학계의 원로이지만 하버마스는 언제나 '막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막내였으며(물론 그의 제자들이 2세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1세대 학자들의 파워와 명망에 미치지 못한다) 20세기 독일철학의 막내이다.

 

 

 

 

독일 관념론의 적자를 자처하는 독일의 '괴물'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에코리브르)가 지난 여름에 출간됐었다. 회슬레는 방한강연을 가진바 있으며 그때의 인연으로 한국여성과 결혼했다)가 꼽은바, (거명 당시에 생존하고 있던) 20세기 최고의 독일 철학자는 바이스체커, 가다머, 칼-오토 아펠, 하버마스 4인이었다(거기서도 하버마스는 가장 '젊은' 철학자였다).

 

 

 

 

하버마스의 책들은 국내에 '충분히' 번역/소개돼 있다. 물론 질과는 무관하게. 예컨대,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린 <인식과 관심>(고려원, 1996)은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책이며, 따라서 '대중들'은 읽을 수 없는 책이다. 프랑스의 난다긴다하는 철학자들을 '신보수주의' 철학자로 몰아세우며 그의 '거장적' 면모를 부각시킨 책이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문예출판사, 1994)이다(이 또한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있다). 기억에 그의 교수자격취득논문인 <공론장의 구조변동>(나남, 2001)부터 <소통행위이론1>(의암, 1995, 이건 2권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대표적인 '부실'번역 사례이다)를 거쳐서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0)에 이르는 주저들은 대부분 국역본을 갖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의사소통의 철학>(민음사)와 대담 <테러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하버마스에 대한 국내 연구만 해도 (상대적으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8위 아마티아 센(인도). 경제학자. 인도 출신으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의 책들은 수상에 힘입어 바로 출간된 바 있다. <불평등의 재검토>(한울, 1999), <윤리학과 경제학>(한울, 1999)이 그것이다. '경제학의 테레사 수녀'라고도 불린다니까 그걸로도 그의 학문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도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이다!).

 


 

 

 

센의 신간은 <자유로서의 발전>(세종연구원, 2001)이며, 소개에 따르면 "아마티아 센은 이 책에서 개인을 단순히 분배된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고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국가, 시장, 법 체계, 정당, 언론, 이익단체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회적 장치들이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를 충족시키고 보장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는가 하는 일관된 관점으로 중국과 인도,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을 검토한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유 속에 정치 참여와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진보의 능력이 어떻게 놓여 있는가라는 물음에 지표를 제시하며, 발전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바이지만, <국부론>의 저자이자 동시에 <도덕감정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는 도덕철학 교수였으며, 경제학의 두 축은 윤리학과 경제(공)학이다. 센은 거기서 잊혀지거나 간과되고 있는 윤리학의 전통을 경제학에서 다시 되살리고자 애쓰고 있는 것. 이를 테면 '아담 스미스 구하기'이다. 그리고 그게 '나라 구하기'이다, 경제기술자들아! 

9위는 역시나 도킨스의 경우처럼 나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의 생물/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이다. 사실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다이아몬드가 대중적인 인기만큼이나 지식인으로서 대우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흥미롭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군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요컨대, '다이아몬드의 모든 책'이며, 그의 최신간 <붕괴: 어떻게 한 나라가 망하는가>가 빠른 시일 안에 번역되기를 기대한다.

 

 

 

 

10위는 인도 출신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 문제작 <악마의 시>로 1989년 이란정부(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진 작가. 그런 연유로 노벨상을 타기는 힘들겠지만(이번에 터기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파묵이 논란 끝에 수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아마도 루시디는 노벨상 수상작가보다 더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루시디의 문학에 대해서는 언젠가 박노자가 한 칼럼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한바 있다). 그의 작품으론 <악마의 시>(문학세계사, 2001), <무어의 마지막 한숨>(문학세계사, 1996)가 번역돼 있고 <하룬과 이야기바다>(달리, 2005)도 올해 나왔다. 좀 오래된 번역으론 <한밤의 아이들>(하서출판사, 1989)과 <악마의 수치>(청림출판, 1989) 등이 있다.

 

 

 

 

05. 10. 18.

P.S. 이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19위에 올라 있다고. 울포위츠를 선정 리스트에 올린 시사'잡지'들의 양식이 좀 의심스럽긴 하다(하긴 '은행' 눈치도 봐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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