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외로운 발바닥 > 투자자의 권리장전 FTA, 과연 우리경제에 득인가...
낯선 식민지, 한미 FTA
이해영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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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참 한미 FTA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미 FTA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반드시 한미 FTA를 체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한편에서는 한미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우리경제의 대미 종속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결사항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한미 FTA의 찬반 양측 모두 한미 FTA가 향후 우리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에 관하여 이와 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은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경우 그 피해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세계적으로 경제개방이 대세이며 미국이 전세계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과 한미 FTA를 체결하여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FTA를 통하여 미국의 선진적인 금융제도, 서비스 산업의 노하우를 우리나라가 접하여 해당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고, 세계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선도적인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을 본다면 한미 FTA가 우리경제의 도약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다가 한미 FTA 협상이 결렬되면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 우리나라에 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 친미주의자들의 은근한 부추김도 일반 국민들에게 한미 FTA는 어쨌든 꼭 체결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한미 FTA는 절대로 체결해서는 안된다는, 혹은 적어도 무척 신중하게 판단하여 우리나라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에 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진 바 없고(선진문물을 접하면 우리도 선진화된다는 식의 막연한 낙관론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주장과 반대되는 비관적 전망을 밝히는 연구도 많은 지금 상황에서 한미 FTA 체결을 현정부 임기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오래전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국에 이익이 되리라는 판단하에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철저한 준비없이 미국에 이끌려 한미 FTA 체결만을 위하여 협상을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백번 양보하여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 미국(최근들어 안 그런 척도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도 않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이행의무강제금지(p150)와 투자분쟁해결절차(p157) 등을 통하여 정부가 공공복리를 위하여 우리 경제에 대하여 법적 규율을 하는 것이 한미 FTA로 인하여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가 지적하듯이 위헌성의 문제도 있지만 일단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에는 미국의 투자자가 우리정부가 한미 FTA에 위반되는 부당한 규제를 하였다는 이유로 제3의 중재기관에 제소하여 우리나라가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투자자의 이익보존을 위하여 정부가 국내법적 규율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의 투자자에게 우리나라 주권의 상당부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이 점에 관하여 우리 정부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한미 FTA는 궁극적으로 투자자의 권리장전의 성격을 지니는 것 같다. 양국간에 자유로운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양국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대전제하에 원활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자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체결로 일부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미 FTA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에서 국가간 FTA체결을 우리나라만 언제까지나 거부하고 있을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또한 우리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하여 정말로 철저하고 완전한 검증을 거친 후에야 한미 FTA 체결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이 성급하게 한미 FTA 체결을 추진하는 것은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의 피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책에 관하여)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라서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정이 거의 없는 것과 반미주의적 시각이 아주 조금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 점이 약간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과 핵심 쟁점에 관하여 개관하는 데 무척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통계자료와 문서자료가 책의 신뢰를 높여준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 관련 시사토론에 체결반대쪽 패널로 저자가 빠지지 않는 점을 보면, 저자가 한미 FTA 체결의 반대쪽 입장을 대변하는 최고 권위자 중의 한명임은 의심치 않아도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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