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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을 잇는 바다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9월
평점 :
*비채의 도서 제공, 블라인드 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이요하라 신의 작품집은 ‘처음’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는데,
도교 대학 대학원에서 이학 박사까지 수료한 과학자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특히 기대가 되었다.
『파랑을 잇는 바다』는 172회 나오키상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내세운 소설집이다.
작가의 배경 때문인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SF소설이려나? 했던 나의 편협한 생각을 깨부수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집.
읽는 내내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이야기인데, 왜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을까?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있지만, 왜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바다의 물결에 몸을 내맡긴 듯 잔잔하게 흘러 흘러 마지막 작품까지 읽을 수 있는 독서 경험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작가의 문장력이 훌륭한 것일까 이야기가 아름다워서일까 궁금해졌다.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작품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눈에 띈 것은 ‘지방’의 감각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모든 작품이 지역(지방)의 풍경과 환경, 삶의 방식과 역사/문화 등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무대로 잘 녹여내고 있는데, 애정을 가지고 자료를 조사했다는 게 느껴진다. 덕분에 사건은 단순하지만, 이야기는 풍성하게 느껴진다. 지방의 역사적 사료를 활용함으로써 특색을 가지는데, 이 지점에서 최근 한국 단편 소설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더 다양한 우리네 이야기를,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서울이나 도시나 청년/노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계층적 위치만이 아니라 각자의 물리적 위치를 진심으로 감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역사적 사료/지역 특색/세분야의 전문 지식 등은 소설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요하라 신의 작품집에서는 기본적으로 사건들이 소박한 미스테리~추리 소설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흥미롭다. 아주 놀랍거나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 밖의 발견을 통해 삶의 중요한 본질을 발견한다는 식의 이야기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발견’을 말하는 방식 또한 부담스럽지 않다. 마치 ‘갑자기 비가 왔다. 비가 그치고 나니 초록 식물들의 냄새가 평소보다 진하게 퍼져나갔다. 냄새를 따라 걷다 보니 어린 시절의 숲에 도착해 있었다.’ 같은 발견이다.
나는 한국 독자로서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막연한 답답함이 있었는데, (느리고 집요하고 묵직하고 처연한 분위기 같은 것) 이 작품집은 어찌나 환하고 산뜻하던지! ‘さわやか’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관련된 요소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
개인적으로는 첫 작품 <꿈 빛깔 섬>과 표제작 <파랑을 잇는 바다>가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