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 전2권 - 암살자의 문신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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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에 나와있는 코핀댄서의 모습이 처음에는 좀 유치하게 보이다가 책을 읽어다가보니 어느새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 하였다. 결말부분에 2번에 걸친 반전이 있었는데, 첫번째 반전은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었지만 두번째 반전은 글쎄... 중반 이후부터 이미 의심스러운 인물이 진범으로 밝혀지는 데다가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사랑과 배신이라는 구도를 맞추려는 억지가 느껴져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또, 거의 신의 경지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링컨 라임의 능력은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미국 FBI 등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수사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슨 짝짓기 프로그램도 아니고 끝에 가서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고 서로의 품에 안긴다...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녀사이에 사랑이외에 동료애나 우정같은 관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이런 대중소설에서 기대하는 내가 잘못인가.

쓰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만 적어놓았는데, 적당한 재미와 긴장을 줄 수 있는 대중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프리 디버의 책을 처음 보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bone collector>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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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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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방각본 살인사건>을 몇 개월 전에 읽은 후라서 이 책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방각본...>이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역사소설이라도 하기에도 무언가 부족해 보였고 그러다보니 약간 어정쩡한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열녀문의 비밀>이라니, 제목이 너무나 통속적이고 촌스럽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가볍게 소일거리로 읽어야지 하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저자는 백탑파 서생들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시리즈물을 만들 생각인가 보다. 이 책, <열녀문의 비밀>에서도 <방각본...>에 나왔던 주인공들이 다시 나와 사건을 해결한다.

<방각본...>에서처럼 초반을 지나자 마자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점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인상깊었던 이유는 희생자로 나오는 김아영이라는 인물때문이다. 현대에 재주많고 똑똑하며 진취적인 여자가 많은 것처럼 과거 우리나라 어느 시대에도 분명히 그러한 여자들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다만 그 시대와 불화하여 후세에 전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가장 잘 알려진 조선시대 여자들인 사임당이나 황진이의 실제 모습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아마도 달랐을 것이다.  통치 이데올로기의 입맞에 맞고 이용가치가 있는 면을 부각시켜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또는 글재주 있고 색기가 넘치는 기생으로 알려져 있을 뿐.

<열녀문의 비밀>의 김아영 사건은 백탑서생들의 노력으로 진실이나마 밝혀지지만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 숱한 제 2, 제 3의 김아영이 존재하였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도 씁쓸해진다. 

이 다음 시리즈에서는 백탑서생들의 초인적인 능력(특히 김진의 능력은 너무 대단하여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이다.)보다 그 시대를 힘들게 살았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좀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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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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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단편소설집 <카스테라>를 읽었다. 그보다 앞서 읽었던 박민규의 소설(<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비교하여 신선함 대신 식상함을 느꼈다.

처음 <삼미.. 팬클럽>을 읽었을 때에는 이미 알려진 하루끼나 류의 문체, 그리고 갑자기 힘이 빠져버리는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소재의 신선함과 주제의 건전함이 인상깊었었다. 두번째로 읽은 <지구영웅전설>에서는 여전한 문체에 다소 질리면서도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번째 <카스테라>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박민규는 그 문체를 고수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소재에서도 더 이상 신선하다고 느낄 수 없었다.

한번 인정받은 대로 밀고 나가서 끝내는 식상해지기보다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모험을 해 보라고, 재기발랄하려다가 궁상맞아 보이는 실수는 범하지 말라고 감히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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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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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 중, 첫번째로 읽은 책이었고 내가 읽은 가오리의 책들(이 책 이외에, 웨하스 의자, 냉정과 열정사이, 낙하하는 저녁,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반짝반짝 빛나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결혼이라는 큰 테두리안에서 여러 형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오리의 말처럼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이 종합선물세트안의 과자들은 모두 다른 모양과 맛을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끝맛을 남긴다. 왠지 씁쓸하면서도 또 찾게 되는 그러한 맛이다.

한번 마음에 들면,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있는 나는 작년에 이 책을 사서 읽은 이후 거의 1주일동안 이 책만 읽었다.(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읽을수록 속도가 붙기 때문에 그 1주일동안 적어도 10번은 읽었을 것이다.) 요즘에도 문득 생각이 나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다. 어차피 줄거리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읽다가 그냥 덮어버리고 또 나중에 다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아직 미혼인 나는 결코 행복한 결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맞아, 맞아. 결혼해봐야 결국 혼자일 뿐이지." 혹은, "이럴 바에야 그냥 이혼하지. 뭐하러 같이 사나." 하는 말초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다가 계속 반복해서 읽으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이 결혼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람들 사이의 감정과 소통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될 거 같이 안달하고 숨이 멎을 듯이 벅차 오르던 감정도, 이런 저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무디어지고, 남는 것은 그 당시의 생기발랄했던 기억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런 과정들 중 하나를 겪고 있다. 그래서 각기 다른 이야기, 다른 상황, 다른 인물들인데도 마치 하나의 큰 이야기속의 하나라는 느낌을 주나보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내가 마치 이 책 속의 한 인물이 된 듯, "지금은 이렇게 열정적이지만/ 상대가 밉지만/ 아무 느낌조차 없지만 그래도 예전에는/앞으로는..."하는 기분이 들면서 쓸쓸해지는 한편 왠지 모르게 안도하게 된다.

얼마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에서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감정이 언젠가 빛이 바래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도 사랑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사람이 죽을 걸 알면서도 사는 것처럼. 다만 이 책의 제목처럼 '울 준비는 되어'있어야 그 과정을 다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오는 저녁에는, 혼자 집에 틀여박혀 이 책을 집어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 대로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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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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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매사에 의욕이 없고 우울했다.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성가신 일이 생기면 일단 피했다. 마치 적을 발견하면 모래더미속에 머리를 처박고는 적으로부터 숨었다고 안심하는 타조처럼. 물론 그런 식으로는 힘든 일이나 성가신 일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쌓여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알라딘에서 <파이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무슨 인간승리 드라마 같은 내용이겠네. 그래, 부커상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상을 탔다니깐...' 

노벨상이든 이상문학상이든 아카데미 상이든 무슨 상이라도 탔다고 하면 혹하여 책을 구입하고 영화표를 예매하는 얄팍한 기준으로, 기회가 된다면 <파이 이야기>를 읽어보리라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왔다. 일단 읽어보고 책을 구입할 만한지 어떤지 보리라는 속셈으로. 

책을 빌려온 당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하루 쉬었다가  다음날 다시 한번 천천히 읽었다. 지금은 인상깊었던 부분을 짚어가며 한번 더 읽고 있다.

첫번째 다 읽은 후, 멋지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지은이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기가 죽었다.  63년생이고 TV와 쇼핑을 피하고 요가와 병원자원봉사를 한단다.

두번째 읽은 후에는 다소 기운을 차리고 그동안 쌓아 두었던 힘들고 성가신 일들 중 하나에 덤벼들었다. 생각만큼 힘들거나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쌓여있는 힘들고 성가신 일, 또 그 다음 일, 하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을 하기도 하고 혹은  완전히 포기를 하거나 하면서 계속 조금씩 다음 순서로 나가고 있다. 또다시 그냥 덮어두고 숨고 싶은 기분이 들면, 파이와 리처드 파커를 생각했다. 그러면 다시 진행이 되었다.

세번째 읽고 있는 지금, 믿음에 대해,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모든 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일 <파이 이야기>를 도서관에 반납하러 간다. 그리고 오늘, 알라딘의 <나의 보관함>에 이 책을 보관해 놓았다. 다음번에 책을 주문할 때 잊지않고 구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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