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매사에 의욕이 없고 우울했다.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성가신 일이 생기면 일단 피했다. 마치 적을 발견하면 모래더미속에 머리를 처박고는 적으로부터 숨었다고 안심하는 타조처럼. 물론 그런 식으로는 힘든 일이나 성가신 일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쌓여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알라딘에서 <파이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무슨 인간승리 드라마 같은 내용이겠네. 그래, 부커상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상을 탔다니깐...' 

노벨상이든 이상문학상이든 아카데미 상이든 무슨 상이라도 탔다고 하면 혹하여 책을 구입하고 영화표를 예매하는 얄팍한 기준으로, 기회가 된다면 <파이 이야기>를 읽어보리라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왔다. 일단 읽어보고 책을 구입할 만한지 어떤지 보리라는 속셈으로. 

책을 빌려온 당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하루 쉬었다가  다음날 다시 한번 천천히 읽었다. 지금은 인상깊었던 부분을 짚어가며 한번 더 읽고 있다.

첫번째 다 읽은 후, 멋지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지은이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기가 죽었다.  63년생이고 TV와 쇼핑을 피하고 요가와 병원자원봉사를 한단다.

두번째 읽은 후에는 다소 기운을 차리고 그동안 쌓아 두었던 힘들고 성가신 일들 중 하나에 덤벼들었다. 생각만큼 힘들거나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쌓여있는 힘들고 성가신 일, 또 그 다음 일, 하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을 하기도 하고 혹은  완전히 포기를 하거나 하면서 계속 조금씩 다음 순서로 나가고 있다. 또다시 그냥 덮어두고 숨고 싶은 기분이 들면, 파이와 리처드 파커를 생각했다. 그러면 다시 진행이 되었다.

세번째 읽고 있는 지금, 믿음에 대해,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모든 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일 <파이 이야기>를 도서관에 반납하러 간다. 그리고 오늘, 알라딘의 <나의 보관함>에 이 책을 보관해 놓았다. 다음번에 책을 주문할 때 잊지않고 구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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