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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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at. 27 Oct. 2007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소설이 눈에 띄길래 이틀전부터 읽기시작해서 오늘 아침에 다 읽었다. 가오리의 이전 소설과 비슷한 연애이야기.  

가오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사랑에 빠져있을 때나 실연당한 직후나 몇 년전의 실연했던 기억으로 현재까지 힘들어할 때나 모두 다른 상황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이 책에 나오는 가호나 가호의 절친한 친구(이름이 뭐더라?), 그 친구의 유부남 애인, 가호를 짝사랑하는 남자(이름 다 까먹었네)들도 비슷비슷하다.(그래서 내가 이름을 까먹었나 보다. 하도 비슷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열렬히 진행중이다가 시들해져 실연을 하고 그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어 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일종의 파노라마처럼 쭈욱 이어져나가고, 그런 파노라마 중에 있는 소설속 인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다 안다는 듯 초연한 모습이다.  

"다 알아, 안다구. 지금은 내가 이렇게 힘들지만 or 행복하지만 or 실연때문에 아프지만 결국엔 파노라마를 따라 가게 될 거야." 

언젠가 TV에서 사랑이 지속되는 기간이 최대 3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호르몬의 수치와 뇌파 검사 등등 과학적으로 측정한 기간이라는데, 실제로도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같다. 연애하고 결혼한지 3-4년 지난 커플들이 아직도 정말 좋아서 못살겠다고 말하는 경우를 보질 못했고 그들 스스로도 예전 그 뜨거웠던 감정이 아니라 정으로 산다고 말하는 것을 들기도 했다.
그럼,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특히 5년전의 실연의 아픔에서 아직도 허우적대는 가호는 별종 중의 별종인 셈이다. 책 말미에 가호를 짝사랑하던 남자와 앞으로 잘 되어나갈 것 같은 암시를 주면서 소설이 마무리되긴 하지만, 소설 내내 가호는 5년전 사랑과 실연의 기억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랑과 연애에 얽매어 사는 그들의 모습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여지지만, 누가 알 것인가. 그런 사람들이 실제 내 주위에도 있을지. 다만 가오리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초연한 모습이라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일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 하나는, 가오리의 소설 중 <울 준비는 되어있다>가 아직까지는 내게 그녀 소설 중 최고라는 것, 언제쯤 그 순위가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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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 대한민국 2030 여자들의 직장생활백서
임경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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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시작해서 일하는 사이사이 진료실 책상 옆에 두고 읽었다. 방금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마지막 장을 덮었다. 

무언가 새롭고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저곳에서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잘 정리해 놓았다. 다만,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성공하고 싶다 여자라서 더 쉽다>, <일터로 간 화성남자 금성여자> 등, 내가 이전에 읽었던 비슷한 류의 도서에서 보았던 내용이 다시 나오는데, 이에 대한 출처의 언급이 없는 점은 조금 씁쓸하다. 어쩌면 지은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하필 먼저 출간된 다른 책에도 실렸었던 것인지도 모르지.  

상사와의 관계나 직장이전에 대한 내용들은 쓰디쓴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내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 시절을 뒤돌아 보게 만들고 좀더 현명하고 프로답게 처신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다시는,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옷차림에 관한 것이다. 출근시 옷차림은 "패션"의 문제가 아니라 차림새의 문제라는 내용인데, 아직까지도 화장안한 얼굴로 대충 손으로 털어말린 머리를 하고 다니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는, "아직 학생같아 보여요."라는 말을 가장 큰 칭찬으로 여기는 나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이번 기회에 정장재킷이라도 한벌 장만하고 서툰 솜씨로나마 얼굴에 색칠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어쨌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옷차림과 몸가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에는, 직장일과 가사일을 동시에 하는 여자들의 가정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 정말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는 비켜간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도 직장일로 인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때, 잠시 짬을 내어 이 책을 읽어본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정리가 되면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근본적인 해결은 스스로 해야 할 숙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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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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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무난한 연애소설 - 남자와 여자가 첫눈에 별 이유없이 반했다가 오해가 생겨 잠시 이별, 그러나 곧 후회하고 다시 재회 등등- 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공공 도서관에서 보기드물게 깨끗한  새 책이고 그다지 두껍지 않아 killing time 용으로 대출했다.

그러나 초반 전개부분을 벗어나자마자 나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 아니었던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물론 연애소설일 수도 있겠지만, 미스테리 소설, 환상소설, 심리소설, 철학소설, 또는 어른에게 주는 동화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열려있는 책을 오랫만에 읽었다.

내게는 이 소설의 제목인 "매혹(glamour)"보다는 소설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쓰이는  "보다(see)"라는 단어가 더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안다는 것, 그리고 본다는 것 -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본다는 것 - 이 얼마나 무거운 주제인가. 나 스스로도 나를 다 알지 못하고 다 볼 수 없는데...

대출기간이 다 되어 반납할 예정이지만,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으니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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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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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도발적인 제목때문에 얼른 읽고 싶었었다. 그러나 작가의 이전 작품에 실망한 적이 있어서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과연 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여 읽을만한 소설일까.

책을 읽고 난 지금 소감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 즐거움을 하나 몰랐겠구나 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그러한 책들이 종종 있다. 지금 기억나는 책으로는 나는 홀리야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새의 선물, 백년동안의 고독 정도.) 그렇다고 시간을 낭비했군 하는 후회도 아니다. 즉 내 평가는 별 세개다.

주인공은 자신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축구와 비교해가며 이야기해나간다. 주인공이 사랑해마지않는 아내가 자유연애주의자라는 점은 잘 알겠는데, 왜 꼭 두 남자와의 동시 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결혼의 가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주인공의 꼬임에 넘어가 결혼을 한 아내가 굳이 중혼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뭐,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장치였다고 생각해야겠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랑과 연애가 있고 다양한 결혼과 가정 형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가족-조부모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만이 온전하게 행복한 가정이라는 메시지를 여기저기서 계속 주입받고 있다. 그 결과 결손가정이라느니 아이가 없으니 저 부부는 무슨 문제가 있거나 참 삭막한 결혼 생활일것이라느니 하면서 하나의 틀에 가족과 결혼의 모습을 끼워맞추어 바라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전개상 다소 억지스럽지만 하나의 대안가족/대안결혼의 모습을 보여주는 참신함이 있다고 생각되고 그 참신함이야말로 이 소설의 최대 미덕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흔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행복한 가족/결혼의 모습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평가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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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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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읽은 김영하의 소설은 <엘리베이트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였다. 아니, 이렇게 냉소적인 미소를 짓게 만들다니 하면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 후에도 종종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었고 그 때마다 느낀 점은, 다른 사람들은 그냥 무심히 지나가는 무언가에 주목하여 새로운 각도로 보여주는 작가라는 점이었다. <아랑은 왜>, <검은 꽃>, <오빠가 돌아왔다> 등등. 그리고 이 책 <빛의 제국>도 그러하다. 21세기에 새삼스럽게 80년대 NL계열(맞나??)에 침투한 남파간첩 이야기라니.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가 시간대별로 쭉 이어진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과 매우 유사한 형식을 보여준다. 그만큼 글의 전개는 매우 빠르고 또 잘 읽힌다.

주인공은 현재까지의 인생 전반부는 북한에서, 후반부는 남한에서 너무나도 다른 각각의 체제에 적응하여 충실히 살아왔으나 어느날 갑자기 북한으로부터 귀환명령을 받게 된다. 그는 북한이냐 남한이냐 하는 선택에서 갈팡지팡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익숙하게 길들여진 곳을 택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만약 반대의 경우 북파간첩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내용이더라도 결국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는 곳을 택했으리라.

처음에 신선하던 김영하의 소설과는 다르지만 파묻혀있던 무언가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근데 왜 제목을 <빛의 제국>이라고 했을까?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이 소설의 제목으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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