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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다이어트의 성정치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판매완료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못해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다이어트의 성정치>의 첫 페이지에 쓰인 구절을 맞닥뜨린 순간 울컥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못해 고통받는 여성, 나 역시 그러한 여성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많이 힘들었지. 다 알아."라며 다정하게 토닥거려주는 것만 같았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사회가 요구(강요)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며 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화장법이나 다이어트 등 외적인 아름다움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제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은 더더욱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나 본능을 넘어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적인 기준에 대한 강요, 그리고 차별과 억압으로 이어지는 폭력적인 수준에 이른지 오래다. 갈수록 심각해져만 가는 이러한 풍조를 보며 강한 거부감과 반발심이 든다. 하지만 어떤 여성문제 중에서도 다이어트와 몸은 나에게 괴로운 영역이다. 이미 내면화된 타자화된 시선이 뿌리깊게 자리잡아 나를 괴롭힌다.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나 역시 그러한 시선으로 다른 여성의 몸을 바라보며 내 몸 역시 '속속들이 검열'하고 있다. 이러한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하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읽는 내내 정말 공감이 많이 됐고 재미있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미적 기준을 역사적·사회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갔고, 후반부에는 현재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여성들의 이야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남성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로 고통 받는 까닭은,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젠더 권력인 남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남성들의 이야기가 빠져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남성은 여성들을 '성애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다이어트 성정치에 있어 성평등을 위해 남성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일었다. ('남성이 여성을 '성애화'된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이 책의 전제였지만, 나는 '모든' 남성이 그러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물음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다이어트를 사회적인 문제라고 외치며 여성들이 힘을 모아 이러한 권력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이 참 반갑고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다이어트 한 번 시도해보지 않은 성인 여성이 있을까. 다이어트는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다이어트의 성정치를 함께 고민하며 우리의 몸에 들이대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적극적으로 거부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