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인즉슨 내가 나로 사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모든 정신적 단점들이 같이 따라온다는 얘기다. 그 모든 불안, 후회, 혼란, 죄책감, 짜증 그리고 절망까지도. 여행을 꿈꿀 때는 스스로의 이런 면모를 고려하지 않는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순수한 즐거움만을 본다. 하지만 정작 여행을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 황금 사원이나 소나무로 우거진 산을 앞에 둔 순간, 이 완벽한 풍경을 방해하는 ‘나‘의 존재가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 P151
이 추억, 동일한 순간의 견인력이 아주 멀리서 찾아와 내 깊숙한 곳으로부터 부추기고 움직이고 끌어올리려 하고 있는 이 옛 순간이, 내 선명한 의식의 표면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것은 멈추었고 다시 가라앉은 모양이다. 그것이 언제 또다시 어둠 속에서 솟아오를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열 번도 더 다시 시작해 보고, 그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온갖 어려운 일이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고개를 돌리게 하는 저 비겁함이 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차나 마시며 별 고통 없이 되씹을 수 있는 오늘의 권태나 내일의 욕망만을 생각하라고 권고한다. - P89
프레데릭 바롱과 클레르 키토의 작품으로 아베스 거리의 명물이 되었다. 작품을 구상한 바롱은 이 ‘마법의 문장‘을 위해 외국인 이웃과 파리 주둔 외국대사관을 찾았고, 300여 개의 언어, 1,000여 번의 ‘사랑해‘가 담긴 공책을 손에 넣었다. 단절과 경계의 대명사인 벽을 뒤집어 사랑과 화합의 도구로 시도한 40㎡의 벽 안에는 총 300여 개의 ‘사랑해‘가 250여 개국의 언어로 쓰여있다. 그사이에 빨간 조각을 사랑을 고백하다가 상처받은 사람의 깨진 마음을 뜻하는데, 그것을 다시 잇는다는 설정이 가슴 아리면서도 재미있다. - P332
브라이트비저의 맹점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단순한 도둑 취급을 받는 이유는 예술계 관계자들과 경찰, 심리학자들이 모두 미학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탕달 증후군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나 마음을 밖으로 꺼내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70
"프랑스인이라는 정체성은 엄청나게 강력한 개념입니다. 프랑스인이 된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 안에 심어지는 생각이며, 문화적 기원을 제쳐두고 하나의 국적, 하나의 국민을 만들기 위한 동화에 가까운 프로젝트이자 정말 매력적인 원칙이죠."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