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투 이탈리아 1 - 알려진 도시와 영화 트립 투 이탈리아 1
한창호 지음 / 볼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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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그가 사랑의 기쁨을 어렴풋이 느낄 때, 카메라는 대단히 느리게, 해변에서 흥분하여 떠들고 뛰노는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한다. 느리게 호흡하는 노인의 속도로 화면은 천천히 사물들을 잡는다. 비스콘티는 이런 느린 리듬, 곧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의 느린 속도로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느리다는 것, 또는 느릴 수 있다는 것은 품위의 덕목 가운데 하나일 터다. <베니스의 죽음>이 품위 있다면, 그것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베네치아를 바라보는 시선의 느린 속도일 것이다. 108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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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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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익숙한 실망감을 느꼈다. 이젠 인간이 어떤 문제에 대해 타인의 동의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절반만 공유되는 믿을 수 없는 인식의 안개 속에서 살았고, 우리의 감각 정보는 욕망과 믿음의 프리즘에 의해 왜곡되었으며, 그 프리즘은 우리의 기억까지도 왜곡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이롭게 기억했고,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설득했다. 냉혹한 객관성은, 특히 우리 자신에 관한 냉혹한 객관성은 늘 불운한 사회적 전략이었다. 우리는 분개해 반쪽짜리 진실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후계자이고, 이 이야기꾼들은 남을 확신시키기 위해 동시에 자기 자신을 설득했다. 수세대에 걸쳐 성공이 우리를 걸러내왔고 성공과 함께 우리의 결점도 나타났는데, 결점은 우마차가 다니는 시골길에 난 바큇자국처럼 우리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 결점이 우리에게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믿는 대로 보인다. 그것이 바로 이혼과 국경분쟁과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이고,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리는 이유이며, 가네샤 신이 우유를 마시는 이유이다. 글고 그것이 바로 형이상학과 과학이 그토록 용감한 사업이고, 바퀴나 농업보다도 위대한 놀라운 발명품이며, 인간 본성에 맞서는 인간의 인공적인 작품인 이유이다. 객관적인 진실, 그러나 그것인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없었다. 바큇자국이 너무 깊었다. 객관성에 사적인 구원은 있을 수 없었다. 271-272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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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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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얻어지는 편안함 속에는 주인공이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없다는 만족이 녹아 있었다. 이와 동시에 결국 모든 일이 다 잘 풀린다는 안심의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번 읽은 책을 또 읽으면 작중 인물보다는 한발 앞설 수 있을지 몰라도 작가인 제인 오스틴보다는 여전히 한발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69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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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 - 이글턴, 제임슨, 사이드의 식민지 아일랜즈 모더니즘 다시 읽기!
테리 이글턴 & 프레드릭 제임슨 &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김준환 옮김 / 인간사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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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폴 바란 이후 현재까지의 최신 이론가들은 제1세계와 제3세계 국가들 사이의 내적인 역학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는데, 특히 이들은 우리가 현재 "제국주의"라고 이해하고 있는 이 관계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종속적이거나 의존적인 관계이며, 기본적인 군사적 관계라기보다는 경제적 관계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에 이를테면 타자의 축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즉 그 축이 처음엔 다양한 제국적 주체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혹은 이스라엘과 같은 새로운 메트로폴리스의 중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체적으로 미국, 그에 못지않게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은) 보편화된 제국적 주체와 여러 타자들 혹은 대상들 사이의 관계를 지칭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81-82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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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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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관점에서 국가는 살고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앞으로 태어날 자들 사이에 맺어진 동업자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후추와 커피, 옥양목이나 담배 등과 같은 하찮은 품목들의 무역에 등장하는 동업 계약보다 더 나은 게 아니라는 식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대신 국가는 관습, 전통, 풍습 속에 닻을 내려야 한다. 한 세기가 훨씬 지난 후 안토니오 그람시가 주장하게 되듯, 권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민사회라는 이름으로 아는 그것, 곧 습관과 유산으로 짜인 풍부한 교직물이다. 만약 버크가 이 시민사회의 매력을 느겼다면, 부분적인 이유는, 이후의 헨리 제임스도 그랬듯, 그가 시민사회제도가 결여된 나라,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85-86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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