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 세상에서 이기심과 이타심이 균형을 이루는 유일한 관계이다. 하나는 오직 다른 하나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가 살아 있기를 원한다. 그 존재가 어디에 있건, 언젠가 그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있건, 아니면 영영 보지 못하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를 더 크고 강하게 만들고, 우리를 우리 자신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이다. 수많은 종들로 이루어진 생물의 세계에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이런 사랑의 가능성이다. 결국 동물의 멸종은 우리가 날마다 가구를 하나씩 내놓는 것처럼 단순히 외적 상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동물의 멸종과 함께 `느끼는` 가능성과도 작별을 고하고 있다. 동물이 없으면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일 수 없다. 곧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