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거인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비장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은 이 시기에 그린 것이 거의 확실하다. 화가가 예전에 이 주제를 다룬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다윗은 승리를 거두었는데도 의기양양하지 않고 절망해 있다. 그는 지상의 권력이 허무함을 상징하는 자신의 희생물을 주시한다. 초점을 잃은 험상궃은 시선에 흉터 자국이 깊은 골리앗의 머리는 화가의 심각한 불안감을 말해준다. 카라바조의 여러 그림에서 보이는 다윗의 검은, 아마도 늘 곁을 지켜준 친구 리오넬로 스파다를 환기시키는 것 같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