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의 차미리사는 점점 멀어져가는 조선 땅을 돌아보았다. 조선에서 살아온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차미리사는 천천히 쓰개치마를 벗어 내렸다. 맨얼굴 위로 스치는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그 바람에 쓰개치마를 날려 보냈다. ‘잘가라, 나의 과거여. 이제 나는 다시는 내 얼굴을 가리고 살지 않겠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