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전쟁만이 민족을 탄생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과 아군의 무덤 위에서 탄생하는 경우라면, 민족의 역사는 비명(비석에 새겨진 글자)이다. 싸움터에서 생존한 자들만이 비석을 세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새길 수 있다. 여기서 순서를 분명히 하겠다. 민족이 비명을 새기는 것이 아니다. 비명을 함께 읽고 기억함으로써 민족이 되는 것이다. 민족은 이야기 위에 세워진다. - 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