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영화는 삶의 기회비용이다. 이 영화를 만들며 극심한 슬픔을 느껴 배우 생활에서 은퇴하기로 했다고 알려진 데이 루이스의 결심도 그러한 자각의 귀결로 보인다. 앤더슨 역시 어느 인터뷰에선가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무얼 하겠느냐는 질문에 "삶에 정착하고 싶다" "오랫동안 그러고 싶었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반복해 중얼거렸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동안 벌어지는 일의 핵심도 그 시간 동안 가능한 다른 형태의 삶을 헌납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종종 간과하지만 끝내 인정해야 하는 건, 잠시나마 혹은 오랫동안 영화에 삶을 빼앗겨도 좋다는 선택한 작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란 사실이다.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