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상의 그늘

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코로나 대유행으로 비대면 사회가 되어버렸다.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은 강화되었고, 배달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게에 직접 전화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깔아둔 배달앱을 통해 무엇이든 배달이 된다. 그것도 순식간에....배달해주시는 분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문앞에 두고 사진 한장 전송하거나 벨을 누르거나 이용자의 마음대로 누구도 만나지 않고도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 당연해진 세상이지만 삭막해지는 것도 당연한것 같다.

모든 곳에서 식당에 배달을 시키다보니 재료 다듬을 시간이 사라지고, 식자재가 직접 아파트로 배달되었다. 황당했다. 돼지가 재료가 되는 음식을 먹고 싶었던 아파트 주민들은 회의를 거쳐 음식을 만들 방법을 생각한다. 그전에 다른 아파트에 이상한 소문이 나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비밀에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저 돼지를 씻는다. 비건인증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포함되지 않은 세제로 꼼꼼하게.
다음으로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돼지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광고를 아파트 내에 부착한다.
세번째로 필요한 재료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조리해 먹으면 된다.

준비물을 찾던 주민들은 배고픔도 잊고 쇼핑의 바다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 주문한 물품은 빠짐없이 도착했고, 주민들은 파티준비를 한다. 식재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처음 책을 읽었을때는 뭔가 싶었다.
비대면을 핑계로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꼬집는 건지, 너무나 쉽게 배달이 되면서 배달용기들로 인한 문제점을 꼬집는 건지, 황당한 사건으로 인해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이 불안해 모든 일을 비밀에 붙이는 주민들을 꼬집는 건지, 너무나 쉽게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서 비건, 유전자변형을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식생활을 비웃는 건지, 어느 순간 목적을 잃어버리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인들을 꼬집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맛있는 밥을 한끼 먹는 것보다는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고,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성보다는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보내는 것 보다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을 비웃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 목적을 잃어버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비웃는 것 같다.
집이 아니라 재산으로 기능을 잃어버린 아파트 가격을 사수하려 노력하는 현대인들을 비웃는 것 같다.

몇장되지 않는 그림책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담백하게 담아내는 것 같다.
가볍게 읽었지만 가볍지 않는 책이다. 쉽지 않다. 많은 생각을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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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만으로 가치있다.

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 매트 헤이그 도서를 몇권읽고 작가의 삶을 따라가보니 수년간 우울증으로 고통받았고, 그 고통을 작가라는 직업으로 극복하고 있는 중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우울증이란 공포스러운 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희망을 품게하는 도서 쓴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의 에세이집이 궁금해졌다. [위로의 책]은 작가에게 힘든 일이 생길때마다 그를 위로해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낸 것이다. 특별한 주제도 없이 그냥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지, 용기를 어떻게 가져야할지 등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이야기들로 가득채우고 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짧은 한줄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사랑받기 위해 애쓸 필요없다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였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으니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라는 이야기는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너무 못한다고 힘들어하지 말고, 남을 의식해 속에 담아두지 말며, 고여있지 말고 행동하며, 감사하며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내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 죽음도 아픔도 슬픔도 두려움도 절망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니 피하지 말고 맞서며 더 나은 나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이 든다. 곧 50이 된다. 살면 편해질줄 알았는데, 사는건 나이가 드는 만큼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해를 맡게 될 것 같다.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낼지, 그리고 더 당당한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고민하는 연말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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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헤이그
#비즈니스북스

그리스로마신화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자.

사회 시간에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 신화의 숲에서 진짜 사회를 만나다
김민철 지음 / 뜨인돌 / 2022년 10월

사회시간에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김민철/뜨인돌

단순히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며 신화의 재미와 사회현상까지 더해져 인문학적 고민을 통해 지금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을 길러주는 도서이다.

여러 이야기 중 현실 사회 문제와 빗대어 고민해볼 그리스 신화 몇가지를 이야기 해본다.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는 나르키소스를 따라다니는 에코의 마음이 불쌍하다면 관심도 없는 여인에게 스토킹당하는 나르키소스의 마음은 어떨까?

밤마다 자신을 찾아와 얼굴을 밝히지 않는 에로스와 믿음을 저버리고 그 얼굴을 몰래 봐버린 프시케 중 진정한 신뢰를 깨버린 것은 누구일까 ?

국법을 어기고 목숨을 걸고 오빠의 장례를 치른 안티고네는 국법으로 다스려야 하는가?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바라봐야하는가 ?
그럼 그런 부당한 법을 저항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가 ?
아님 나에게 부당하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시해야하는가 ?

침대에 눕혀 몸을 늘리거나 줄여버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보면서 나의 믿음과 신념이 맞다고 우기는 사람이 될것인가? 다양함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사람이 될것인가 ?

최근에 호메로스의 오뒷세우스를 읽었다. 세이레네스가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브랜드화 한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이 유혹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도 다를바가 없어보인다.

제우스의 바람에 화를 내는 헤라는 정작 여러 여인을 건드린 제우스에게는 꼼짝도 못하고 여인들과 자녀들에게 화를 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싸움을 지켜보는 고용주의 모습이 이와 다를게 무엇인가 싶다.

파리스의 심판이 등장하는 일리아스를 읽으며 헬레네나 아프로디테를 보면서 이쁜면 다구나! 싶다. 외모가 전부인 상황이 지금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에게 친구를 잃고 분노해 헥토르를 죽은 후 시신에도 능욕을 가한다. 멈출줄 모르는 분노는 자식을 잃고 홀로 그를 찾아온 프리아모스의 진심어린 사과로 용서를 하고 시신을 돌려준다. 용서는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를 받는 사람이 용서해야 진정한 사과인 것이다.
일본의 사과, 위안부에 대한 사과, 세월호에 대한 사과가 진정성이 없는 것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안 좋은 일이 발생했는데 누가 언제 어디서 진정한 사과를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단순히 신화니까 그렇겠지 했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되짚어보니 조금더 쉽게, 조금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회문제에 고민하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기 좋은 주제들이 많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내 아이와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뜨인돌에서 제공받아 리뷰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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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몰랑몰랑

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서평단] 모락모락 우리들은 자라서
♡ 글 /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처음 시작을 읽고 부모자식간에 이야기인줄 알았다.
읽다보니 카운트되는 숫자만큼 삶이 나이를 먹는 것이며
함께한 그 세월을 친구가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나와 함께한 모毛가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나의 어린시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며 앞부분을 대입해보았다.
배속에서 방금 태어나 눈맞춤하던 아이의 젖은 머리를 기억하며,
배냇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가서 아빠 품에 안겨 머리카락 자르던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한다.

육아에 지쳐 몇년간 자르지 않다가 아이가 두돌쯤 긴머리를 자랐는데 아이는 그런 내 모습이 어색한지 품에 안기지도 않고 울기만 했다.
숱이 적어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 풍성한 머리카락이 곱슬곱슬 자라났고, 사춘기가 되면서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려 했다.
사춘기 아들내미 머리카락에서 진하게 풍겨나오는 호르몬 냄새에 기절할것 같지만 그런 아들을 안아주는 게 좋았다.
여드름꽃이 피워나는데 앞머리를 걷지 않는 모습이 밉기는 하지만...
지금 아이와의 추억은 여기까지 이다.
앞으로 어떤 추억을 쌓아갈지 궁금하긴 하다.

7년연애를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한 행동이 긴머리를 자른 것이다. 그러다 다시 만났고 결혼을 했으며 신혼여행지에서 머리에 꽂힌 머리핀을 빼면서 미래를 설계했다.
그런 신랑과 지금은 같이 중년의 길에 들어섰으며
같은 방향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닥힌 코로나 19에 확진된 후 가장 큰 고민이 탈모이다.
그리고 너무나 일찍 올라온 흰머리를 염색하기가 고민이기도 하다.
긴머리를 관리하지 못해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하지만 그런 모습의 나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해주고 싶다.

앞으로 나의 인생도 또 어떤 이야기로 꾸며질지 잘모르지만 작은 책하나로 인해 검정에서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으로 인해 내 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어 가슴이 몰랑몰랑해졌다.

"자, 이렇게 하나하나 색들이 모두 담긴 게 검정이야.
멋지지? 너의 반짝이는 까만 머리색 같아."
어느 순간 그 까만 머리색이 하얗게 변해도 내 인생은 변함없이 반짝일거야.
그러니 열심히,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모락모락
#문학동네
#서평단당첨
#서평

이어폰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페어링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한권의 소설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생활, 친구관계, 대학진학, 그리고 한동안 세상을 들썩였던 시험지 유출 문제 등 아이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친숙한 소재로 풀어냈다는게 신선했다.

주인공 수민이는 교실에서 무선이어폰을 잃어버리고, 그로 인해 학기초에 친구들에게 찍히게 된다.
방송부에 들어갈려고 했지만 면접을 제대로 보지 못해 떨어지게 된다. 그런 수민이에게 학교 생활은 참 고단했을 것 같다.
방송부 면접을 보려가서 예전 학교에서 화재사건으로 학생들이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방송부에서 주인없은 이어폰을 주워 가지게 되면서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학교에서 다차원이라 불리우는 상위 클라스에 있는 아이들과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서 수민이의 학교생활에 변화가 오게된다.
......
아직 내아이가 고등학생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이 궁금하긴 했지만 형식뿐인 봉사활동과 공정하지 못한 평가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이해되는 이런 세상이 낯설기보다는 이런 방법까지 쓰는구나 싶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학원시간과 과외, 다른 또 다른 실적을 쌓기 위해 만만한 친구를 대신 봉사 장소에 남겨두고 가는 세상을 만들었다는게 너무나 씁쓸했다.
그러니 더 다른, 더 완벽한 꼼수를 부리는게 아닌가 싶다.
조국 자녀들, 서울모학교 쌍둥이 학생 시험유출사건을 보더라도 결과를 위해 과정이 불공정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는게 너무나 허탈했다. 사실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속으로 다들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능력이 없어서, 내가 가진게 없어서 내 아이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

수민이에게 이어폰을 통해 전해 오는 낯선 목소리는 친구를 도와주라는 낯선이의 것일수도 있지만 왠지 마음 착한 수민이의 본 마음이 아닐까 싶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비난하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도와주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진이 역시 자신의 행복을 부정스럽게 차지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자신의 의지 없이 엄마가 깔아놓은 길을 따라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도 모르고 달려왔을 세진이 역시 맘이 아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세상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민이와 세진이가 어떤 친구가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큰 고통을 함께 넘어왔기에 좋은 친구가 될것 같다.
그리고 나역시, 아니 세상이 아이들에게 조금은 바른 길을 인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세상에 모든 화두가 '공정'이다. 공정한 세상이 되는 걸 꿈꾸면서 우리는 어떻게든 부정을 택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같다.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면 세상에다대고 공정하게 만들어 달라고 외치기보다 먼저 나 스스로 공정한 사람이 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할것 같다.
그리고 수민이에게 들리는 낯선 목소리처럼 내 마음에서 울리는 바른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조규미 작가의 '페어링' 여기서 마무리한다.

**자음과 모음 서평단에 선정되어 리뷰를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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