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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6/09/07 ~ 2026/09/08
열린책들에서 새로이 출간된 호러(Horror) 테마 컬렉션 3권중 두번째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을 이번에 좋은 기회가 닿아 읽어보게 되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솔직히 말한다.
난 사실 이것보다 '드라큘라' 가 오길 속으로 바랬다.
내가 너무 속물적인것 같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뭐 이게 솔직한 내 마음인데 어쩌겠나.
가장 우선 순위가 '드라큘라' 였고, 그 다음이 '프랑켄슈타인' 이였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은 쫌.
그러나 내가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않는게 인생이듯, 나에게 '드라큘라' 는 주어지지 않았고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이 오고야 말았으니.
하아, 이걸 어쩌면 좋아.
20살 대학 시절, 난 패기 넘치는 젊은이였다.
중앙 도서관 앞에 서서,
'내 기필코 졸업까지 이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어보리라!'
..라는 웅대한 포부를 꿈꿨었다.
그때 즈음에 19세기 영국 문학도 섭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집어 들었으나,

첫번째 소설 '검은 고양이' 를 보고 바로 포기해버렸다.
공포 영화, 공포 게임은 절대적으로 보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 내가 공포 소설을 볼 일은 없다.
퇴마록도 벌벌 떨면서 봤는데 뭔들 볼 수 있으랴.
근데 '검은 고양이' 가 이럴줄은 몰랐다.
사전 지식이 없는 채로 그냥 환상 문학, 고딕 소설, 암흑 낭만주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가 '검은 고양이' 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이후로도 몇번 도전해볼까 하는 고민을 안한건 아닌데 뭐 다른 읽을 책들도 많은데 이걸 구지 읽어야 되나 싶은 생각으로 여태 살아왔으니 완독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이도 이제 좀 먹었으니 어렸을때보단 그래도 좀 낫겠지 싶어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이거 재밌네?
볼 만한데?
에드거 앨런 포는 총 66개의 단편 소설을 썼다고 하며 이 책에는 그중 12개가 연도 순서로 실려 있다.
대부분 20~40 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들이라 금방 금방 책장이 넘어간다.
환상 문학답게 등장 인물들의 심리 흐름이 다소 난해한 면들이 있긴 하나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읽어가다보면 어느샌가 소설의 전체적 내용을 이내 파악할 수 있게 되니 어렵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어셔가의 붕괴',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 '구덩이와 진자', '생매장' 등등 환상 문학에 속하는 이러한 단편들 모두 꽤 재밌다.
장르 문학 느낌도 살짝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재밌게 본 소설은 '모르그가의 살인' 이라는 추리 소설이다.
이 소설은 최초의 추리 소설로서 분석력이 미친 수준인 뒤팽이라는 탐정이 등장하는데 함께 산책하는 친구의 생각을 귀납적으로 추리해나가는 흐름이 일품이다.
이어서 모르그가에서 일어난 모녀 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는 뒤팽의 추리 방식이 감탄을 자아낸다.
추리의 수준이나 분석력의 질로 따져 봤을땐 물론 셜록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이 최초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자.
근본이 이래서 중요하다. 근.본.
근본에서도부터 파생되는 가지들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발전해가는건 어쩌면 어느 학문에서나 당연한 이치인데, 이 작가의 추리의 수준은 근본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후대의 그것들에 견주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도무지 감이 안오는 밀실 살인 사건을 멋드러지게 해결해가는 뒤팽이 너무 섹시했다.
다만, 단서 기반 추리라는 초창기 추리 소설들의 전형적 모습이 좀 올드하게 느껴지고, 문장들이 너무 오래되서인지 트릭을 파헤치는 부분은 다소 매끄럽지 못하긴 하다.
책의 후반부에 '도둑맞은 편지' 라는 소설도 또 다른 뒤팽 시리즈이다.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읽어버린 물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허술해보이나 근본이라는 점에 비추어 봤을땐 참으로 대단한 소설이 아닐수 없다.
뒤팽 시리즈는 총 3개가 있으며 이중 2번째 작품인 '마리 로제의 비밀' 은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다.
이것도 언론과 경찰의 삽질, 그리고 이 둘의 환장 콜라보레이션 등등 현대 추리 소설들에서 흔히 나오는 클리셰가 모두 들어가 있어 아주 읽어볼만 할 것 같다.

'황금 벌레' 라는 소설도 너무 재밌었다.
어둡고 음침하고 서늘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캡틴 키드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다는 보물찾기 컨셉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에는 복잡한 암호가 제시되어 있으며 이 암호의 정답 풀이를 아주 상세히 써놓아 해설을 보며 하나하나 암호를 풀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암호문의 정답을 토대로 보물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이 유쾌하다.
이 작가의 입문작으로 딱 적당하다고 여겨진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 지레 겁 먹고 여태 이런 재밌는 책을 안봤다니.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져 찾아보니 인근 도서관에 대부분 비치되어 있어 꼭 나중에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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