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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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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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6/09/01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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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2-3주전쯤?

제27회 이효석문학상 발표가 났다.

어김없이 기다리던 수상작품집이였는데 책을 받아보고 약간 의아했다.

작년까지는 대상 수상자의 얼굴을 표지에 실었는데 이번엔 수상자의 얼굴이 아니라 수상작품의 제목이 표지에 들어 있다.

뭐 이게 중요한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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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 박솔뫼

# 비둘기 옮기기 / 박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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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대상 작품 제목에 '사과' 가 들어가 있다.

내년에 도전하실 작가분들, 혹시 모르니 제목에 '사과' 를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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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상은 최근 몇년간 대상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안보윤, 손보미, 이희주 작가들의 강렬하고 인상이 깊은 소설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라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소설에 빠져들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상작이 훨씬 더 내 취향에 맞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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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애리와 선호의 심심할수도 있는 연애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그런 시선으로만 이 소설을 보기보다는 좀 더 심층적으로 소설을 보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명확한 시작과 끝이 없다. 모호하다.

둘 사이의 연애 역시 뿌연 안개에 가려진듯하다.

소설 첫 시작, 애리가 출근길에 열차를 타고 가며 풍경을 바라보는것과 흡사하다.

KTX를 타고 갈 때를 생각해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산, 구름은 뚜렷하게, 그리고 명징하게 보이지만, 반대로 열차와 가까운 나무들이나 건물들은 너무 순식간에 휙휙 지나가버려 형체를 명확하게 바라보기가 어렵다.

애리와 선호의 연애 뿐만 아니라 이 소설 자체가 그러한 느낌이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나 그러하여 둘 사이는 딱히 어떠한 계기랄것도 없는데 멀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였을때처럼, 종국에 둘 사이는 원래의 사이로 되돌아간다.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 처럼 주제의식이 뚜렷하지도 않고 손보미 작가의 '끝없는 밤' 처럼 소설 자체가 강렬하지도 않고 이희주 작가의 '사과와 링고' 처럼 머리를 세게 후려치는 문장이 있는것도 아니고.

뭔가 심심한 느낌인데 또 이게 은근 끌린다.

애리가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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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혜령 / 하악

아, 참 아쉬운 소설이다.

주인공 '자인' 이 마흔 번째 자신의 생일날 겪은 일이 쓰여져 있는 소설인데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엄마와 함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있는 동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후반부는 20년만에 연락이 닿은 사촌 동생을 만나는 이야기.

둘다 각각 스토리 자체가 아주 흥미롭고 마지막에는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대단한 작품이 되리라 기대감이 막 올라가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팍 식어버렸다.

아니, 그래서 서린이 수술한게 뭔데?

소름 끼치게 활짝 웃으며 가슴을 내보이는 서린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힌트를 줘야지, 이걸 이대로 끝내버리면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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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솔아 / 나의 빈 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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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소 동성애를 혐오하고 BL이니 퀴어니 하는 문화들에 대해서도 매우 배타적인 입장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주제를 가진 책이나 영화 등등도 적대시하는 편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소 인정할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지윤과 윤미는 동성애 커플이고 같이 산다.

조아라는 강아지를 자녀 삼아 키웠으나 안타깝게도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유골을 집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였으나 반지하 집이라 습기가 많고 비가 새서 유골함에 습기가 차버려 결국 둘은 유골을 묻어주기로 한다.

유골을 묻기로 한 장소는 윤미의 가족묘로 윤미가 나중에 죽어 묻힐 공간에 조아의 유골을 넣어주고 둘은 내려오다가 윤미의 아버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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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동성애가 주제라 그냥 중간에 스킵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윤미의 아버지를 만난 이후부터의 스토리가 사뭇 달라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였다.

나 어렸을때는 핵가족, 대가족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인식이 될 정도로 방송에도 자주 언급이 되었었는데 요즘엔 이런 말들이 쏙 사라졌다.

요즘엔 1인 가족, 2인 가족, 딩크족 등등 가족 형태 자체가 예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걸 느낄 수 있다.

내 주변에도 나이가 꽤 되었으나 결혼하지 않고 (혹은 한번 다녀온 후로) 솔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사귀고 동거하고 있으나 결혼은 하지 않고 지내는 커플도 있고, 결혼은 했으나 아이는 합의 하에 안낳기로 하고 살고 있는 부부들도 있다.

물론 동성애 커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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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 형태를 반영하듯이, 지윤과 윤미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으며, 윤미의 아버지는 딸이 동성애자라는걸 알고 있는듯한데 그러면서도 애써 무시하며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어느 아버지가 딸이 동성애자라는데 그걸 반겨 환영해줄 수 있을까.

아메리칸도 아니고 코리안이 그러기엔 쉽지 않을수밖에.

허나 또 여기서 재밌는게 윤미의 아버지인 상택의 가족사이다.

상택 또한 과거 어렸을때부터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한 보수적이고 꼰대스러운 집안 모습에 극도의 혐오감을 가졌으니 그걸 깨부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젠 딸이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꾸렸다.

점차 세분화되어가고 점차 다양해져가는 가족의 모습에 대해 적절한 설정을 이용하여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구성이 돋보였다.

이번 수상집에서 단연코 최고의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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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원 / 영주

# 정기현 / 그거 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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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한 소설들이였다.

이야기도 다르고 주제도 다르지만 이 둘을 같이 묶은건 소설의 본질이 같아서이다.

두 소설 모두 초반부를 읽을땐, 아니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이 들지만 점차 점차 빠져든다.

말도 안되는 설정에, 말도 안되는 플롯에다가 약간 혐오스러운 장면들까지 등장하여 불쾌한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이내 잊고 소설에 빠져들 수 있다.

소설의 진정한, 그리고 본질적인 재미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소설이였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재미를 느껴보자.

소설은 논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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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시운 / 일일업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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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세진은 직장에서 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탄 채로 집안에서만 주로 생활하며, 장애인을 일정 인원 이상 고용해야 하는 법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일을 시키는 업무에 고용되어 오전에 반복적으로 기사를 스크랩해 SNS 가계정에 올리는, 그야말로 가치 없는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게다가 소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음식도 마음대로 먹고 싶은대로 먹지 못하고 죽과 젓갈에만 의존하고 있어 세진의 비참함이 극대화된다.

이 소설은 이런 장애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이런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극복해내어 마침내 인간 승리에 다다르는, 그런 스토리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없고 의미 없는 일상들, 비참한 나날들, 장애인들의 리얼하고도 사실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내었다.

만약 이 소설이, 이런 모습들을 비추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뭔가를 전달하려고 했었다면, 어떤 주제 의식을 심으려 했었다면, 오히려 소설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었을텐데 다행히도 그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 심플하게 세진의 일상을 그려내기만 했을뿐이다.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참 좋은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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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평창 이효석문화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메밀꽂밭을 걸으며 운치를 느껴보고 싶지만 역시나 올해도 갈 수 없음에 한탄하고 아쉬워만 한다.

언제쯤 가볼 수 있을 것인가.

기약이 없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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