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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6/01/26 ~ 2026/01/28
작년에 이 책 재밌다는 이야기 참 많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인 폴 오스터는 '뉴욕 3부작' 부터 해서 '브루클린 풍자극', '달의 궁전', '4 3 2 1' 등등 그동안 이 사람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던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소설을 많이 쓴 명망 높은 작가로 2024년 폐암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으며, 이 '바움가트너' 라는 책은 2023년도에 쓰여진 그의 마지막 유작이라고 한다.
국내에는 작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이번에 다시 표지가 바뀌어 나왔는데 이 표지부터 일단 아주 볼 만하다.
작년에 출판된 책의 표지는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얼굴이 형상화되어 있으며, 올해 출판된 책의 표지에는 바움가트너의 아내 애나의 얼굴이 형상화되어 있다.
게다가 바움가트너 얼굴에는 하늘과 나무와 꽃이 그려져 있어 정원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이 되고, 애나의 얼굴에는 파도치는 바다가 그려져 있어 안타까운 그녀의 죽음이 떠오른다.
멋진 표지다 정말.
그리하여 조만간 이 책을 읽어보려고 인근 도서관에서 딱 찜을 해놨는데 이렇게 또 이 책과 인연이 닿았는지 좋은 기회가 생겨 책을 무려 '소장(!)' 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책은 좁은 책장의 현실은 무시하고 어떻게든 무조건 소장해줘야한다.

사실, 난 미국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피츠제랄드나 헤밍웨이나 몇몇 좋아하는 작가들과 책들이 있긴 있으나 미국 소설들 특유의 그 장황스러운 문장들을 별로 안좋아라한다.
그래서 이번 책도 초반엔 그런 장황스러움 때문에 다소 곤혹스러웠다.
아니, 혼자 집에서 물 끓이다 손에 화상을 입고, 또 이어서, 마이너리그에서 은퇴한 야구 선수 출신의 계량기 검침원인 에드 파파로풀로스랑 지하실에 내려가다 계단에서 넘어져 고생하는 일들이 초반에 그렇게 기이이이이이일게 늘어놓을 일이냐고.
'아 역시 이것도 어쩔수 없는 미국 소설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 무렵,
아내를 잃은 바움가트너가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는, 상실감에 때문에 생긴 일종의 환각 상태를 기점으로하여 그의 이야기들이 솔솔솔 풀어져 나오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든다.

주인공 바움가트너가 인생 말년에 과거를 회상하며 인생을 마무리 지어가는 모습이 폐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모습과 묘하게 일치되는듯하다.
물론 바움가트너와 폴 오스터는 여러 가지로 다른 인생이라 동일시하기엔 어렵지만, 폐암을 선고받은 1947년생 노인 작가가 어느 정도는 바움가트너의 이야기에 빗대어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썼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기억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아무 의미없는, 소설속 표현에 따르자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 이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머리속에 생생한건지 알 수 없다.
바움가트너가 기억하는 아내 애나 이야기, 애나의 부모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여동생 이야기까지, 오만 가족 이야기들이 줄줄줄 흘러나오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듯 눈 앞에 장면이 그려지는건, 나 역시도 종종 그런 (헛되다고 해야할지, 덧없다고 해야할지, 의미없다고 해야할지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들을 가끔 하기 때문일지도.

현재를 사는게 중요하지, 이미 죽어버린 조상 따위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또 가끔씩은 이상하게도 과거 일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는 허무하게 사라져버려 그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는 그들의 과거 이야기들이 궁금할때도 있다.
바움가트너 또한 그래서 스타니스와부프, 슈타니슬라우, 스타니슬라비우, 스타니슬라프 등등의 이름을 가진, 자기는 정작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외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한 사람의 인생.
어린 소년이였던 시절부터 시작해 대학 시절 아내를 만나고 그녀와 결혼해 아이도 없이 둘이서만 수십년간 함께 살다 아내가 먼저 떠나가버리고 그 이후 10년간 이런 저런 여자를 만나다 주디스라는 옆집 이웃 여편네랑 눈이 맞아 연애하다 청혼까지 하지만 대차게 까이고, 또 본업에 열중해 책을 쓰기도 하고 아내의 시(詩)도 출판하기도하지만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이 무상하여 정원에 넋놓고 앉아 구름을 쳐다보다 아내의 작품을 주제로 논문을 쓰겠다는 대학원생 코언을 위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다.
그런 바움가트너에 대해 쓰는, 죽음을 목전에 둔 작가의 마지막 유작.
격정적일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소박하고 조용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이 위대한 작가가 인생을 마무리 짓는 자세와도 닮은듯하여 책장을 다 덮은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아, 이거 이러면 이 작가 다른 책들도 다 읽어봐야된다는 소리인데, 올해 읽어야 할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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