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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사우나
이인애 지음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6/01/06 ~ 2026/01/06
표지의 느낌이 따스하다.
제목과 표지만 놓고 소설을 상상해봤다.
'목욕탕 여관' 이라고 쓰여진 굴뚝을 가진 80년대 느낌의 오래된 건물이 있다.
덩쿨이 고풍스럽게 건물 벽을 따라 휘감아져 있고 인테리어를 새로 한듯한 1층과 벽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2층, 그리고 따스한 햇빛이 마구 쏟아져내릴것 같은 창문이 있는 다락방 느낌의 3층.
커피를 따르고 있는 남자.
가게 앞 마당을 쓸고 있는 여자.
탄광마을이라고 하는거보니 강원도 태백정도를 의미하는거겠지?
내가 사는 이 도시의 구도심에 젊은 사람들이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 해서 차린 가게들이 꽤 많은데, 저 부부로 보이는 남녀도 그런 비슷한 창업을 했나보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감동스러운 힐링 스토리가 전개되나보다.

..라고 예측했는데, 첫 페이지에서부터 빗나갔다는걸 느꼈다.
엄마가 죽었다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과는 물론 아무 상관 없겠지만, 첫 페이지 펼치자마자 떠오른 인물은 '이방인' 의 주인공 '뫼르소' 였다.
물론 주인공 민지는 사이코패스 '뫼르소' 와는 다르다.
엄마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것 외엔 둘의 공통점은 없다.
그런 민지가 엄마의 유품에서 우연히 사우나 바닥에 3천만원을 묻어놓았다는걸 발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태백 인근의 설백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나고 자란 민지는 돈을 찾기 위해 인근에서 유일하게 하나 남아 있는 사우나를 지도앱을 통해 찾아내어 가보지만, 이미 그곳은 어느 젊은 청년이 카페로 업종 변경을 한 상태.
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민지는 서울 생활을 잠시 접고, 고향의 엄마가 살던 집에서 한달 살기를 하며 돈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왔는데 과거 어렸을때의 기억들에 괴로워한다.
이 좁은 동네에서 엄마가 다방 레지 출신이였으니 민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냈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옆집 숫가락, 젓가락 개수도 다 알만한 시골의 입방정은 도시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을테다.
게다가 엄마는 하나뿐인 딸을 막 엄청 이뻐하거나 사랑스럽게 키우진 않은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로 대학 가서 혼자 힘으로 꾸역꾸역 버텨내는 민지가 그저 대단할뿐.

민지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과거의 괴로움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런 와중에도 숨겨진 돈을 찾기 위해 젊은 청년의 가게에서 목욕탕 청소 알바를 하기 시작하는데, 목욕탕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지나간 목소리를 비누 거품을 통해 듣게 된다.
한편 이야기 중간 중간 민지의 엄마인 미숙의 과거 모습들과 이야기들이 동시에 전개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딸을 포함한 모든 타인들에 대한 미숙의 행동, 그리고 그동안 민지가 몰랐던 부모님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이야기는 점점 완성되어 간다.
따듯한 힐링 소설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의외였지만 몰입감이 좋아 금새 다 읽어버렸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고 숨겨진 미스터리 요소도 있어 강원도 산골 소멸중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플롯 자체가 매우 재밌었다.
또한 민지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였다.
엄마에 대한 묘한 양가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민지의 마음이 아주 잘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결말이 명확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뿌려진 떡밥이 좀 더 확실하게 회수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민지는 3천만원을 확실하게 얻은건가?
민지는 다시 정훈네 가게로 들어간건가?
마지막에 갑자기 등장하는 샤론은 전설속의 영물인가?
아무쪼록 이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민지가 외로워하지 않고 서울에서든 설백에서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아,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인근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라는 소설이 비치되어 있어서 리스트업해두었다.
이것도 꽤 재밌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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