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명화의,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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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기간 : 2025/07/16 ~ 2025/07/17

아이고, 아까워라. 아끼고 아꼈는데 벌써 다 읽어버렸다.

제일 맛있는건 가장 나중에 먹는 습관 때문에, 계속 안보고 고히 모셔두고 있다가 서평 작성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어쩔수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다 보고야 말았다.

작년에 이 책의 전(前) 시리즈인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을 너무나도 재밌게 봤었는데, 그 이후로도 여태까지 심심할때마다 다시 읽었고, 그리고 문득 책에 등장했던 화가들이 다른 곳에서 등장할 때마다 복습할 겸 또 읽었고 그랬더니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던중에 이렇게 또 이 작가의 새 책이 나왔으니, 이 어찌 재미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사실, 작년에 '명화의 발견' 을 본 뒤로, 이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독해놓고 그동안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보곤 했어서 조만간 또 나오지 싶었다.

이번 책의 표지는 메리 카사트의 그림이다.

표지만 보고 딱 바로 알았다.

나도 이제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그림 좀 봤다 해도 되는건가?

까미유 끌로델, 베르트 모리조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중 한명이 되어 버린 메리 카사트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특이하게 이 책에서는 메리 카사트와 그녀의 올케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 주된 이야기 뼈대가 되며,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던 메리 카사트의 모습과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았던 올케의 모습이 대비되어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마리 로랑생이라는 또 한명의 여성 작가를 접하게 되었는데, 아마 이번 책을 통해 얻게 된 최고의 수확이지 않을까 싶다.

그림체가 상당히 독특하다.

이 책에 소개된 본인의 자화상 그림은 인상주의적인 분위기가 분명 있는데, 그 외의 다른 그림들은 대부분 입체파와 닮아 있다.

그러면서도 또 어떤 그림들은 파스텔 느낌의 색들이 많아 입체파와는 거리가 좀 멀어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인생사도 굴곡이 많아, 독자 입장에선 더 흥미가 생길수 밖에 없다.

사생아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6년간의 연애, 그리고 이어지는 짧은 결혼 생활,

6년간의 연애가 끝나고 마리 로랑생과 기욤 아폴리네르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데 결국 둘 다 불행해지고 마는데, 이 시(詩)가 너무 감명 깊어 좀 더 깊게 찾아보니, 아폴리네르의 집에서 당시 파리의 모든 예술가들이 떼거지로 모이는 망파르나스까지 가려면 이 미라보 다리를 건너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를 보면 항상 헤어진 연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어 이렇게 제목을 지었을거라고 한다. (공식 오피셜은 아님)

재밌는걸 하나 더 찾았는데, '목마와 숙녀' 로 잘 알려진 고(故) 박인환 시인의 마지막 유작 시(詩)가 '세월이 가면' 이라는 시(詩)인데, 바로 '미라보 다리' 에서 영향을 받아 쓰여진 시라고 하며, 실제로 박인환 시인은 파고다 공원 근처에 '마리서사' 라는 서점을 운영했는데 바로 '마리 로랑생' 에서부터 이름을 따와 서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미국이 자랑하는 화가, 제임스 휘슬러와 그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조애너 히퍼넌.

그리고, 요 두명 사이에 교묘하게 치고 들어가 친구의 여자와 바람난 잘생긴 귀스타브 쿠르베.

이 세명의 이야기도 매우 재밌었다.

너무 노골적이라 이 책에서도 실을 수가 없었던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이라는 작품이 바로 이 아름다운 조애너 히퍼넌을 모델로 했다는게 통상 학계의 정설이였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에 쿠르베 전문가라는 사람이 웬 젊은 여성의 머리와 어깨를 그린 그림을 소개하며 이 그림이 '세상의 기원' 의 상단 부분이고 원작에서 절단된 거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림 소유주 변동에 관한 문서를 증거로 내세우며 그림속 여자는 당시 오스만 제국의 외교관 할릴 베이의 정부였던 여자라고 주장했다.

그 문서에 따르면 처음의 소유주가 바로 할릴 베이라고 한다.

게다가 정황상 조애너 히퍼넌이 아니다라는 증거도 몇가지 있는데, 조애너 히퍼넌의 머리 색깔은 빨간색인데 비해 그림의 음모 색깔이 너무 검은색이라 맞지 않다는게 첫번째이다.

또한, 나중에 제임스 휘슬러와 조애너 히퍼넌이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계속 둘은 다시 사귀지는 않았더라도 비지니스 관계는 유지했으니 아마 제임스 휘슬러는 '세상의 기원' 에서 음부를 까발린 여자가 자기 전(前) 여자친구는 적어도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게 두번째 정황상 증거이다.

아무리 쿨한 코쟁이 서양놈들이라도 저정도 그림은 못 참지.

어쨌든, 아직 공식 오피셜은 없다. 오르세 미술관도 별다른 말이 없다. 아마 자기네들도 뭐가 정답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런 류의 책은 확실히 유명하고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재밌을수밖에 없다.

근데, 이 작가도 벌써 이 책이 3번째 책이다 보니 점차 소재가 떨어져 가는게 좀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나비파가 가장 그러한 편이였는데, 그래도 그나마 마지막 펠릭스 발로통 부분은 재밌었다.

특히나, 그의 일기에 쓰인 저 문장은 너무나도 심금을 울린다.

문장력이 마음에 들어 이 사람이 썼다는 '유해한 남자' 책을 읽어보려는데 인근 도서관에는 없다.

사서 봐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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