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6/28 ~ 2025/06/29

공히 일본 역대 최고의 소설가로 꼽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을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사실 유명세에 비해 읽은 책이 많지가 않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이렇게 두편만 봤었다.

현암사에서 나온 소세키 전집..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후', '산시로', '문' 3부작 정도는 보려고 메모까지 해두었는데 아직까지도 읽지 않은 이유는 뭐 이런 저런 핑계거리야 많겠지만, 역시나 뭔가 이 작가는 나랑은 잘 안맞는다는 느낌 때문인게 가장 크다.

쟁쟁한 일본 문인들 다 제치고 일본 최고의 문인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나쓰메 소세키이지만 난 이런 문체보다는, 조금은 더 탐미적이면서도 조금은 더 허무한 느낌을 주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이 더 좋다.

뭐 내 개인적 소감이 그렇다는거지, 결코 이 사람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뒤떨어지는 양반은 아니다.

누군가가, 이 사람 소설을 제대로 느낄려면 원본을 읽어야 한다던데, 그 누군가에 의하면, 번역본은 이 사람 소설의 위대함을 단 10%도 나타내지 못한다고 한다.

하이쿠나 시에도 일가견이 있던 사람이니만큼 문장의 운율이 생동감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살아 있고, 무엇보다 이 양반이 쓰는 단어량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요새 우리가 흔히 쓰는 몇몇 단어들도 이 양반 글에서부터 시작된 단어들도 많다.

미학에도 정통하여 낭만, 낭만주의와 같은 단어들도 만들었다.

이런 위대한 일본 소설가의 책중에서, 작가 인생의 끝무렵에 쓰여진 '마음' 이라는 책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였다.




책의 화자는 '나' 라는 젊은 대학생으로서, 우연히 가마쿠라에서 '선생님' 을 만나 교류하게 되어 그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선생님' 의 집에도 자주 찾아가 그와 교분을 나누지만, '선생님' 은 뭔가 모르게 늘 자신에게 벽을 친다.

'선생님' 의 생각과 과거, 그리고 이 부부의 문제들에 대해 궁금증이 가득 차 오르지만, '선생님' 은 좀처럼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가 얼굴 도장 찍고 자주 함께 산책도 나가며 교류를 쌓던중, 뭔가 이 양반의 이런 염세적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것만 같은 핵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한참 파고 들어가던중,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나' 는 도쿄를 떠나게 된다.



책의 2장에 속하는 '부모님과 나' 파트는 개인적으론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구지 이 소설에 따로 이렇게 장(章)을 할애하면서까지 이 파트가 있어야 하는가?

꼭 있어야 한다면 아버지의 병환과 졸업 후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 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뒤이어질 '선생님' 의 유서를 우편으로 받아야만 하는 소설적 장치를 위해 이 파트가 존재한다는 설명도 있던데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어느 유튜버는 '아버지' 와 '선생님' 의 죽음을 천황과 노기 대장의 죽음과 연관시키기도 하였지만 이 역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좀 더 명쾌한 그 무언가가 있었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고만.

아쉽다.



3장(章)은 '선생님' 이 '나' 에게 보내는 유서로서, 이 소설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부분이자, 왜 일본 사람들이 나쓰메 소세키라는 소설가에게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의 절반에 가까운 부분이 전부 '선생님' 이 자신 인생의 과거 이야기를 담담하게 늘어놓으며 그동안의 자신의 마음, 즉 심리 상태를 서술하는 부분인데, 이 긴 편지 형식의 유서에서 이렇게 치밀하게 등장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다는 그 문장력이 일단 매우 놀랍다.

게다가 중복되는 단어들이 거의 없다.

왜 번역가들이 나쓰메 소세키 글을 가장 번역하기 어려워하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동시에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우키요에 풍의 그림에도 자꾸 눈이 갔는데, 담담히 편지를 써나가는 책상이 그려져 있어 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그 내면에서 요동치는 '선생님' 의 마음이 너울거리는 파도에 대비되는듯하다.

뛰어난 소설임에는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시대적인 상황이나 한일간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나 행태 등에 대해 공감하기는 어렵다.

구지 K가 자살해야하는지, 구지 '선생님' 이 평생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자살해야하는지, 우리로선 납득하기 쉽지 않다.

'순사(殉死)' 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배때지에 사시미 칼 꼽으며 할복하는 일본에서나 먹히는거지, 어디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말이던가.

그러나, 메이지 유신 시대에 태어나 동경대,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초초초 엘리트가 격변하는 일본 사회 속에서 느낀 인간의 내면의 본모습에 대하여 밀도 있게 표현한 소설임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 소설의 가치를 알 수 있으리라.

아, 그나저나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책들 이거, 봐야되나 말아야되나.

#마음

#나쓰메소세키

#성림원북스

#소설

#일본소설

#고전

#일본고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