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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기간 : 2024/01/ 26 ~ 2024/01/28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고(故)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가 새로 출판되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선생님이 작고하신지 벌써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때는 정말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선생님의 글을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그때 그 시절의 기억마저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책의 처음에 시작되는 다섯 페이지의 글이 이번 수필집에 수록된 미발표작인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 이다.
아무거나 잘 먹던 입맛이 어느 샌가 나이가 들며 변해버렸음을 이야기 하시다 결국엔 고(故) 박경리 선생님과의 추억을 쓰셨다.
두분은 살아 생전 인연이 깊으셨다 한다.
1988년 박완서 선생님이 안타까운 일들을 연이어 당하셨을때, 박경리 선생님이 옆에서 많이 위로해주고 챙겨준 일화는 이미 박완서 선생님의 다른 글들에서 몇번 언급이 되었었다.
이 책은, 박경리 선생님과의 또 다른 작은 에피소드인 이 미발표작을 시작으로 2002년에 출간되었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의 전면 개정판이다.

이게 바로 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이며,
1976년에 쓰신 이 글에서 선생님은 버스 안내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귀여운(?) 모습까지도 보인다.
병치레로 입원하셨을때, 침상에서의 모습도 꽤나 귀여우셨던걸로 기억한다.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이제는 모두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유무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대역죄인이 된듯한 모습으로 선수들이 귀국하곤 했었다.
아니 심지어 지금 열리고 있는 모 대회에서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해 온갖 말들을 퍼붓어 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다.
인간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은 이런 가벼운 수필에서도 너무나도 멋드러지게 피어 오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수필들중, 또 하나를 소개해본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이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바라는 바들이 쓰여져 있으며, 그러한 부모로서의 사랑이 아이에게 부담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들이 담백하지만 선생님의 속마음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이나 정교하게 쓰여져 있다.
이래서 난 선생님의 글이 좋다.
글을 보고 난 뒤, 눈을 감으면 방금 읽었던 글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이렇게 유려할수가.
이렇게 구절마다 아름다울수가.
소재도 그저 평범하기만한 심플한 일상적 모습들인데, 거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글의 향기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져준다.
매일매일이 바쁜 일상인지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선생님의 글을 이렇게 재출간된 책으로 오랜만에 다시 한번 더 읽을 수 있어서 너무 따뜻한 기분이였다.
게다가, 이번 출간본에는 (비록 짧지만) 미공개된 글과 선생님의 사진들이 추가되어 있어 평생 소장할만한 가치도 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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