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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기간 : 2023/12/10 ~ 2023/12/11
편의점에서부터 시작된 힐링 소설을 그동안 얼마나 읽어봤나 세 보았다.
편의점 1,2 에다가 세탁소, 공방, 빨래방까지 봤다.
사실 더 많은 힐링 소설들을 읽어볼 기회는 그동안 충분히 많았지만, 웬지 모르게 지겨워졌달까?
음..지겹다기 보다는 피로감을 좀 많이 느꼈던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일부러 힐링 소설은 좀 피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은 해리포터 출판사인 문학수첩에서 나온거라 눈길이 가게 되어 읽어보았다.
문예지 문학수첩만 그동안 힐끔힐끔 보았지, 해리포터 말고 다른 책을 본게 있나? 돌이켜보니 없는것 같았다.
물론 해리포터는 전집을 모두 소장중이다.
뭔가 느낌이 뻔해보이는듯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문학수첩 책이니 반가운 마음에 책을 펼쳤다.

주인공인 여고생 은후는 어느날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어이 없게도 까마귀에게 뺏기게 되고, 그 까마귀를 뒤쫓다 우연히 이세계인 보름달 안과에 들어오게 된다.
안과 의사인 반인반수..아니, 반인반조(半人半鳥) 도선생의 허락하에 안과에서 알바를 하게 되는데..
음, 여기까지 사실 매우 뻔해 보였다.
- 자 그럼 이제부터 여러가지 각자 뻔해 보이는 사연을 들고 오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 되겠군!

어라? 근데 이 소설 뭔가 이상하다.
억지로 쥐어짜는듯한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여러 등장인물들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연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그런건 초반에만 살짝 몇줄 나올려다 사라지고, 은후의 모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계를 치유하는 나무 '도', 그리고 사람의 영혼을 잡아 먹는 바사.
이 둘은 명확한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이루고 있고,
(에메랄드의 꿈에 있는 그 세계수인가? 싶기도 하다.)
미나가 도선생에게 절대 충성하는 이유, 그리고 은후와 은후 가족들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지며 이 판타지풍의 소설은 신비로움을 더해간다.

엄마랑 도선생이 아는 사이였네?
아니 그럼, 도르마무처럼 계속 반복되던 아버지의 죽음은?
바사에게 맹세를 해버린 은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은후는 그런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도선생이나 미나가 은후를 도와주게 될까?
아버지의 그림을 갖고 있던 린의 정체는?
250페이지 가량의 이 소설을 정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재밌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 판타지풍의 설정.
힐링 소설인줄 알았으나 전혀 힐링 소설이 아니여서 더 좋았다.
그러나, 단점들도 꽤 많이 있었으니.
일단 클리셰야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클리셰가 나쁘게만 보기도 뭐한게, 스토리의 흐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클리셰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소설이 카타르시스에서 끝나버린다.
기승전결 구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아니 세계수랑 악의 근원이 한창 막고라 뜨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고?
카타르시스까지 딱 올려놓고 몇 페이지만에 허겁지겁 소설을 끝내버린 느낌마저 든다.
거기에다 미나랑 시우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인가?
앞으로 미나가 격게 될 고통이라던가 그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라던가 시우의 손버릇이라던가 시우랑 주인공의 관계와 맹세라던가.
풀어낼려면 얼마든지 풀어낼만한 꺼리들이 많이 있는데도, 이런 모든게 다 해소되지 않은게 뭔가 찝찝함으로 남는것 같다.
갑자기 사무라이로 변신해버린 미나의 뒷이야기는 너무나도 아쉽다.
극의 흐름상 사무라이로 변신한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이제 미나가 꺠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게 분명한데 이걸 매우 궁금해하고 있었던 나는 몇장 남지 않은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다.
정식으로 등단한, 문학을 전공한 프로 작가는 아니기에 그 아쉬움을 삼켜본다.
그래도 충분히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기대해볼만 하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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