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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4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외딴섬에 고립된 명문 기숙학교, 외부와 차단된 네트워크, 살인사건... 이 소재만 보고는 '킬러게임 - 기숙학교 살인사건'이 떠올랐지만 내용은 달랐다. 물론 기본 설정이 비슷한 만큼 명문학교라는 이름 뒤의 추악함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또한 공통되기는 했다. 이사장 대리의 부임 후 학교가 변질되는 것은 그럴듯하지만 이 과정이 좀 더 은밀하고 이중적이었다면 좋았겠다. 이상을 추구하는 학교에 계급이 존재하고 -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 그것을 학생들 스스로 입에 달고 사는 설정은 너무 노골적이다. 심지어 초등 과정의 학생들도 왕따와 폭력을 일삼는데, 겉으로는 우아한 교양인으로 행동하며 뒤로는 익명으로, 보다 지능적으로 잔인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특목고도 학생 개개인의 성정은 어떨지 몰라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양과 봉사정신을 교육하고 강조한다. 무아교도 누구나, 재학생들조차 우러러보고 존경할 만한, 깨끗해 보이는 상태에서 잔인한 일이 은밀하게 일어나도록 그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 누구도 의심가지 않게. 이사장 대리 김신영 또한 대놓고 폭언과 무자비를 드러내고 학생을 포섭하고 조종하기보다 지능적으로 학교를 장악해 갔다면 좋았겠고. 선샤인을 천재 비평가로 설정한 점도 몰입을 방해한 것 같다. 그 나이라면 뛰어난 예술가나 문학가 등은 있을 수 있어도 비평가는 글쎄. 그건 천재성보다는 오랜 경험과 날카로운 시각과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직업이지 않은가. 선샤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안달인 동기생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타나 틀린 표현들이 있었는데, 특히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고 취재원 즉 질문을 받는 사람은 인터뷰이인데 이걸 계속 인터뷰어라고 한 점이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