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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대처하는 방법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7
정연철 지음, 신지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2월
평점 :
단편적인 4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이다. 태풍에 대처하는 방법, 이혼 추진 위원회, 나무늘보와 굼벵이, 푸른 산. 모두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친구 간, 부모 자식 간, 학생과 선생님 간의 관계 때문에 마음 속에 태풍이 분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태풍에 대처하는 방법'. 공개수업 시간에 주인공의 손전화가 울리게 되고, 선생님께 손전화를 뺏겼는데 몰래 가지고 오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은 손전화가 없어진 줄 알고 주인공의 엄마에게 전화를 해 돈을 물어주게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고, 주인공이 마음 졸일 때 나도 마음을 졸였다. 주인공이 후에 자신이 고백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그 후에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눈다면 솔직하게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보다 좋은 해결방법을 함께 토의하는 수업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현재 학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다. 이야기 속에 주번이 나오는데, 아직도 주번이 있는 초등학교가 있나? 그리고 대본으로 외운 공개수업 이야기가 나오는데,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서 공개수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달까. 내 주변에도 그런 선생님은 없는데... 그래서 이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인가? 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온다. 물론 아직도 그런 교사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보고 참 찔리겠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혼 추진 위원회. 매일 싸우는 부모님으로 인해 차라리 이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 이야기도 최종
마무리는 없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또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면, 자신의 경험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심하게 싸운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충격이 참 컸었다. 이 이야기처럼 매일 싸운다면 아이가 참 힘들겠다. 이 아이가 학교에 오면 이미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라 수업에 집중을 못하거나, 친구들에게 짜증을 쉽게 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의 잘못만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PDC의 신발 수업, 다른 친구의 입장 이해하기 수업에서 이 이야기를 동기유발로 쓰고 다양한 아이들의 경우를 신발로 만들어, 그 신발 속 아이가
되어 이해해 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나무 늘보와 굼벵이. 나무 늘보처럼 느린 아이를 친구인척 괴롭히는 주인공이 회사에서 아빠가 왕따인 사실을 알고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특히 따돌림이 시작되는 중학년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일환으로 꼭 한 번 읽어주고픈 이야기다.
네 번째 이야기는 푸른 산. 늦둥이 동생을 원하지 않는 아이와 결국은 유산이 되어 아이를 잃은 부모. 나는 동생과 나이 터울이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지만, 다 큰 아이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생기길 원할 수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궁금하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원하고 원하지 않을지. 그리고 내가 동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갖지 말라고 부모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요구는 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설득하지 않고 아이를 가졌는데, 그 전에 아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가족회의를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했고, 그런 가족 문화를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같이 고민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또한 모두 아이들이 고민할 법한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마음 속 태풍에 대처하며 커가겠지? 100쪽이 조금 넘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읽기가 좋고,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마음 속 태풍을 잘 이겨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