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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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하나이기 때문에 무엇을 전공해도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10페이지)

 

‘가이아’,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다. 은하계의 작은 행성, 지구에는 인간을 포함해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과학자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갔던, 살아가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연구한다. 생물학은 단순히 살아 있는 생명체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식물학, 동물학, 세균학, 고세균학, 의학, 유전공학, 유전학, 인류학, 고생물학 등등의 수많은 학문 분야를 함께 다루는 학문이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총 19장으로 나누어 쉽고 재미있게 생물학을 풀어준다. 1장, 3장~6장은 생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장은 지구를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각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론을 적고 있고, 3장은 생물을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조건을, 4장은 생물의 특성을, 5장과 6장은 특이점에 도달한 생물의 자연선택을 설명한다. 2장은 과학의 가설이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검증된 후 이론이나 법칙이 되는 과정을 적고 있다. 7장~12장까지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7장은 생물의 분류, 8장과 9장은 식물의 특성, 10장은 동물의 특성, 11장과 12장은 인류의 보행방식과 일부일처제에 대해 설명한다. 13~15장까지는 진화와 생물의 다양성, 생물의 공통된 성질을 다루고 있다. 13장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 14장은 진화론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15장은 유전 정보와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6~19장까지는 일상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6장은 면역체계, 17장은 암, 18장은 알코올, 19장은 복제 세포와 불로불사 세포에 대한 내용이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지구와 인간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 속에 지구를 그려 넣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림 속 의미를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빈치가 그림 안에 이런 의미를 담은 이유는 지구를 생물에 가까운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를 인간처럼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한 다빈치는 인간의 혈관과 비슷한 물과 뼈에 해당하는 암석에 대해 연구한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에 의하면 암석이 융기하는 것에 대해 다빈치는 지구 내부로 들어간 물에 의해 생긴 지구 내부 공동이 무너지면서 암석이 이동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다빈치의 암석 융기에 대한 주장도 하나의 가설이다. 과학에서 100퍼센트 옳은 것은 없다. 어떤 현상을 본 후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증명할 때 그 가설은 좋은 가설이라 말한다. 이렇게 증명된 가설은 이론이나 법칙이 되지만 그 또한 100퍼센트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물학도 과학이고,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에 관한 이론이나 법칙도 100퍼센트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생물학자들은 ‘막으로 외부와 분리되어 있다, 대사(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 활동을 한다, 자신이 복제를 만든다’(39페이지)라는 조건을 충족할 때 생물이라 정의한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세포막으로 싸여 있다. 생물이라 불리기 위한 조건인 ‘대사 활동과 복제’를 하기 위해 막으로 분리된 내부가 이상적인 환경이다. 세포막은 화학반응 덩어리인 생물과 외부를 분리해주고, 세포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통로를 열고 닫는 역할을 한다. 세포막은 수십억 년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 모든 생물의 세포막이 인지질 이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에너지가 이동하듯 세포도 몸속 흐름을 통해 배출된다. 몸속으로 들어온 음식에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찌꺼기를 내보내는 동안 소장 상피세포가 떨어져 배출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상피세포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지만 이러한 순환 속에서도 형태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생물의 몸을 만드는 에너지와 물질은 몸속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생물에는 이러한 흐름이 있기 때문에 형태가 변하지 않음에도 비평형 상태라 한다. 평형 상태에서는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흐름이 있는데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이러한 구조를 산일 구조라 한다. 생물은 산일 구조, 비평형 상태의 특징을 갖는다.

 

자연선택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생물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생물이 특이점에 도달하면 자연선택이 작용한다. ‘유전되는 변이가 있을 것, 성체가 되는 수보다 많은 자손을 낳을 것’이라는 조건이 갖춰지면 자연선택이 작용하기 시작해 개체 수가 줄어든다. 자연선택은 ‘안정화 선택과 방향성 선택’으로 나뉜다. 안정화선택은 ‘평균적인 변이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기는 경우’로 생물에 변화가 없도록 작용한다. 방향성 선택은 ‘극단적 변이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경우’로 생물이 변화하도록 작용한다.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생물이 여러 종으로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다. 지구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하고, 자연선택에 유리한 특징을 가진 개체는 증가하면서 자손의 수를 늘려 나간다. 자연선택은 생물이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구의 생물은 ‘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로 분류된다. 동물은 진핵생물에 포함된다. 각각의 종이 공통 조상에게 물려받은 동일한 형질을 상동형질이라 한다.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DNA를 분석해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생물의 계통 관계를 추측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우즈는 DNA와 비슷한 분자인 RNA를 만드는 SSU-rRNA 유전자를 이용해 모든 생물의 계통 관계를 추정한다. 이 실험을 통해 메탄 생성 세균과 대장균의 계통이 다름을 증명해 메탄 생성 세균을 고세균 무리로 분리한다. 세포막을 세포의 바깥쪽만 감싸는 것에만 사용하는 원핵생물은 핵이 없다. 생체막을 세포막뿐만 아니라 세포의 내부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진핵생물에는 핵이 있다. 세균과 고세균은 원핵생물임에도 불구하고 계통적으로 근연 관계가 아니다. 고세균은 세균보다는 진핵생물과 더 가까운 근연 관계를 갖고 있다. 독일 출신 미국 진화학자 마이어는 ‘(생물학적) 종’이란 유전자를 교류하는 개체의 모임으로, 다른 종과는 유전자를 교류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마이어는 세균과 고세균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므로 굳이 고세균이라는 분류군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라시나 이사오(책의 저자)는 세균이나 고세균이 진핵생물보다 종의 수가 더 적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종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람의 장내 세균의 종의 수도 약 1000종이 넘고 개체 수가 1000조 개나 존재하므로 그 수를 다 찾는다면 진핵생물보다 많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을 ‘진핵생물, 세균과 고세균’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산소 호흡을 하고, 유기물을 흡수해야 한다. 동물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섭취해 유기물을 흡수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통해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파리지옥처럼 다른 생물을 통해 유기물을 흡수하는 식물도 존재한다. 햇빛을 받기 위해 크게 자라난 식물은 물관을 통해 흡수한 물을 나무 전체에 보낸다. 식물은 ‘이끼식물, 양치식물, 종자식물(겉씨식물, 속씨식물)’로 나뉜다. 현재 가장 종수가 많고 번영하고 있는 것은 속씨식물이다. 하지만 키가 큰 식물 중에는 겉씨식물이 더 많다. 동물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흡수해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기관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한다.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입이 있는 곳이 앞이 되었다. 동물은 다세포 동물로 모든 세포는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혈관이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동물의 한 종인 인간은 ‘직립 이족보행과 송곳니를 잃은 것’부터 진화한다. 이 특징으로 인해 인간은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다. 직립 이족 보행의 특징은 머리와 다리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직립 보행이 갖는 장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일곱 가지(158~160페이지) 중 ‘멀리 내다볼 수 있다, 큰 뇌를 지탱할 수 있다, 두 손이 자유로워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식량을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멀리 내다 볼 수 있어 천적을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커진 뇌 용량을 버틸 수 있어 지능이 높아졌다. 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식량을 찾고 운반하기 쉬워졌다는 것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인류의 송곳니가 작아진 이유에 대해 ‘직립 이족 보행으로 손으로 무기를 사용하면서 작아졌다는 설, 일부일처 사회가 되면서 수컷들의 다툼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 등의 다양한 가설이 등장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생물이 사라진다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에 의해 서식지가 사라지고 사냥 당한 대형 육식동물이 사라지면서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증가해 삼림이 파괴됐다. 토끼나 쥐, 멧돼지 등의 개체 수 증가로 사람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인간에 의한 삼림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은 멸종 위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생물들의 멸종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은 생물 종 중 자신이 가장 우월한 종이라는 오만에 빠질 때가 있다.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뛰어난 생물은 없다. 생물에 따라 육지와 수중, 달리기와 힘 등 어느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뛰어난 생물은 달라진다. 토끼는 땅 위에서 빠르지만 물속에서는 거북이가 더 빠른 것처럼. ‘어떤 조건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다른 조건에서는 열등하다’(206페이지)로 바뀐다. 모든 조건에서 뛰어난 생물은 없으므로, 진화는 진보라 할 수 없다. 인간의 진화가 다른 생물 종보다 더 진보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핵막으로 싸인 핵이 있다. 핵 속에는 단백질과 DNA로 이루어진 염색체가 들어 있다. DNA에는 생물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고, 생물의 진화를 결정하는 것이 DNA이다. 세포로 구성된 인간의 몸에 세균이 침투하면 병에 걸린다. 세계 최초로 발명된 항생제 페니실린은 인간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고 세균의 생존만 방해해 병을 치료한다. 인간의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백혈구가 제거한다. 이 과정을 면역 기능이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나 대상 포진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면역력은 더 중요해졌다.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를 이겨내지 못하면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다. 암은 다세포 생물의 몸속에 생긴 단세포 생물로 멈추지 않고 계속 분열해서 늘어난다. 암세포가 생기면 몸속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고,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한다. 그럼에도 암세포가 멸종하지 않는 것은 암세포가 진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세포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암세포를 죽이기 어려워진다.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 중 킬러 T세포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 막는 단백질을 혼조 다스쿠가 발견한 후 효과적인 암 치료의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체내 수분량이 많을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진다. 체격이 큰 사람은 술에 덜 취하게 된다. 알코올의 30퍼센트는 위에서, 70퍼센트는 소장에서 흡수되어 모세혈관으로 들어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된다. 공복일 때 마신 알코올은 빠르게 소장에 도달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상승하고 내려가는 속도도 빠르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조금씩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천천히 오르지만 내려가는 것도 천천히 내려간다. 책에서는 공복일 때 마시는 것을 3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에 비유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마시는 것은 3층에서 계단을 통해 천천히 내려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공복에 알코올을 마시는 것의 위험성을 비유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알코올의 독성은 혈액을 통해 뇌로도 들어가 취기 현상을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는 것’(269페이지)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알코올의 위험성도 무섭지만, 모임을 갔을 때 술을 강요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어 기능을 상실한 조직을 재생하는 데 쓰인다. 배아 줄기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 후 5일 정도가 지난 배아를 파손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만능줄기세포는 2006년 야마나카 신야와 다카하시 가즈토시가 만든 줄기세포로 체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를 도입해 초기화하는 데 성공한다. 만능 줄기 세포는 배아줄기세포나 복제 등의 연구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다.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다능성 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 만들 수 있어 거부 반응이 적어, 재생 의료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포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부제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에서 말해주듯 인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생물 등 모든 생물이 존재하는 세계의 이야기다. 인류가 진화하고 역사를 이어가는 동안 생물도 진화하고 생존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생물학의 역사는 인간과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역사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인간과 생명체의 역사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생물학을 쉽게 알려주는 기본 안내서다.

 

■ 발췌글

15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이유 중의 하나는 지구와 인간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모나리자” 속에 여성과 지구(의 일부)를 그려넣었다. 예를 들면 여자의 곱슬머리 뒤에는 굽이쳐 흐르는 강이 있다. 일부러 이 둘을 대비해서 그렸다는 것은 다빈치가 직접 노트에 남긴 사실이다. 그는 인간과 지구라는 두 종류의 생물을 한 장의 그림 속에 담은 것이다.

 

60~61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고 있다. 우리의 몸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많은 부분이 교체되기 때문에 10년 전의 여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금 여러분의 몸 대부분은 새로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여러분 그대로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중략- 이렇게 순환 속에서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를 산일 구조라고 한다. 러시아 출신의 벨기에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이 밝힌 구조이다. 그는 이 연구로 199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94

현재 지구의 생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95페이지, 그림 7-1)된다. 세균(진정세균)과 고세균(원시세균), 진핵생물이다. 우리 동물은 진핵생물에 속한다.

 

104

우리 몸의 대부분은 물과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물이란 탄소를 포함하는 복잡한 분자를 말한다. 그래서 탄소를 포함한 분자라도 이산화탄소나 탄산칼슘처럼 단순한 분자는 유기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물이 만드는 단백질이나 당, 지질,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물질이 주된 유기물이다.

 

144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소화기관 속에 음식을 넣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나아가는 쪽에 입이 있다. 그리고 나아가는 쪽을 앞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이것이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앞뒤를 알 수 있는 이유이다.

 

185

어떤 생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생물은 반드시 생태계 속에서 살아야 하므로 생물에게는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생물들이 존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204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 뛰어난 생물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육지 생활에 뛰어난 생물은 수중 생활에 뒤떨어진 생물이다. 달리기에 뛰어난 생물은 힘이 약한 생물이다. 치타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사자와 같이 강한 힘은 단념해야 한다.

 

209

지구에는 멋진 생물이 무척이나 많다. 작은 세균에서부터 키가 100미터가 넘는 거목, 풍요로운 생태계를 키우는 토양을 만드는 미생물,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 하늘을 나는 새, 그리고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인간. 방향성 선택은 이런 다양한 생물을 만들 수 있다.

 

248

먼 옛날 지구에는 단세포 생물밖에 없었다. 그 무렵의 지구에는 암이라는 질병이 없었다. 그후, 십 수억 년 전에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진화했을 때에 암이라는 질병이 나타났다. 암은 다세포 생물에게만 발병하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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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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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정신분석, 초자연적 현상이 합쳐진 일곱 편의 흥미진진한 단편집!’(책의 뒷 표지)

 

『기이한 이야기』의 작가 메이 싱클레어는 소설, 철학서, 시, 문학 비평을 남긴 20세기 초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소설가다.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이고,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영국 잡지 <<펀치>>는 메이 싱클레어를 ‘조지 엘리엇과 버지니아 울프 사이의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평했다. 메이 싱클레어의 『기이한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들이 등장하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해리엇 리는 해군 대위 조지 웨어링의 청혼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해리엇의 아버지는 열일곱 살인 해리엇과 스무 살이 된 조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다. 삼 개월 후에 돌아온다던 조지는 사고로 사망한다. 5년의 세월이 흐른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스티븐 필포츠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10년이 흐른 후 만난 오스카 웨이드는 이미 결혼을 했다. 오스카와 떠난 여행에서 해리엇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지루함을 느낀 순간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오스카의 부인 뮤리엘이 병에 걸리고, 두 사람은 뮤리엘의 죽음으로 인해 결혼해야 할 상황이 올까봐 두려움을 느낀다. 뮤리엘이 건강을 회복한 후 오스카는 ‘정착’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해리엇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 후 20년이 지나 쉰두 살이 된 해리엇이 죽는 순간 클레멘트 파머 신부가 곁을 지킨다. 모든 죄를 고해하는 순간, 해리엇은 오스카와의 불륜을 숨기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너무 집착했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 해리엇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생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장소를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모습이 오스카의 모습으로 변해 그녀를 두렵게 한다. 오스카를 피해 도망가지만 해리엇은 ‘불멸의 지루함’(47페이지)의 상태로 오스카와 영원히 함께 하는 형벌을 받는다.

 

<징표>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던 시슬리는 죽음 이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이 자신보다 더 아낀다고 생각했던 석가모니상 문진이 보이지 않자 그것을 찾기 위해 온 방안을 뒤진다. 도널드는 환영을 볼 능력이 있는 동생 헬렌에게서 시슬리의 환영이 서재에 있다는 말을 듣고 화를 낸다.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던 도널드는 문진 때문에 시슬리에게 화를 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도널드가 시슬리의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 문진을 던져 깨뜨리면서,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환영은 도널드의 품에 안기고 빛이 되어 사라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도널드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고, 아내가 자신의 사랑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슬리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하고, 죽어서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 환영은 사라진다. 사랑은 표현할 때 전달된다. 상대방이 알겠지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오해가 쌓인다. 도널드가 시슬리에게 사랑을 표현했다면 시슬리는 더 행복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둘의 관계가 안타까웠다.

 

<크리스털의 결점>

로드니 래니언은 아내 벨라 몰래 주말마다 애거사 버럴과 함께 지낸다. 애거사는 자신에게 로드니를 조정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내 벨라로 인한 신경증으로 아프고 괴로운 로드니가 건강해지도록 그 능력을 발휘하고, 로드니는 건강을 되찾는다. 애거사는 자신의 능력과 로드니에게 집중하기 위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외딴 곳으로 이사한다. 어느 주말 찾아온 로드니는 애거사가 이사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둘의 비밀이 알려졌다 생각해 관계의 끝을 말한다. 자신들의 관계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애거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그쳐 다시 아무도 둘의 관계를 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리 파월과 하딩 파월은 하딩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애거사의 집 건너편 농장을 빌려 들어온다. 애거사는 도움을 부탁하는 밀리를 따라 하딩에게 찾아간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광기에 빠져 피폐해져 가는 하딩과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밀리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애거사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애거사의 능력은 하딩에게 닿았고, 하딩의 상태는 나아진다. 하딩의 조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하딩의 상태가 다시 악화될 것을 걱정하는 밀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거사는 자신의 비밀을 밝힌다. 애거사의 비밀을 알게 된 밀리는 애거사가 그 일을 그만둘까봐 불안해한다. 애거사는 로드니와 하딩을 위한 정화 상태에 들어가지만 둘을 향한 힘의 균형이 어느 순간 하딩에게 기울기 시작하고 애거사는 두려움을 느낀다. 로드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육체적인 바람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능력에 결점이 생겨 그 틈으로 하딩의 정신이 파고들어 애거사의 정신을 장악하려 한다. 치열한 대결 끝에 로드니를 포기할 것을 결심하고 하딩의 영혼을 내쫓는 데 성공한 애거사는 로드니와 이별하고 혼자가 된다. 결점 없는 크리스털을 위해서.

 

<증거의 본질>

왕실 고문 변호사이자 <증거의 논리>를 쓴 에드워드 마스턴의 첫 번째 아내 로저먼드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마스턴은 아내에게서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로저먼드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죽었다. 로저먼드는 마스턴에세 신혼 때 만약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괜찮은 여자와 재혼을 하라고 말했다. 마스턴은 폴린 실버와 재혼한다. 로저먼드와 함께 살던 집으로 폴린을 데리고 온 날 마스턴은 로저먼드를 보게 된다. 침실로 들어가려는 마스턴을 로저먼드가 막아선다. 로저먼드의 환영은 밤마다 나타나 마스턴과 폴린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았다. 견디다 못한 폴린은 자기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마스턴은 로저먼드의 환영이 나오는 집에 머문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오르가니스트 윌프리드 홀리어는 일주일에 세 번 에피 캐럴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에피 캐럴은 홀리어가 오르간 연주하는 것을 구경한다. 홀리어와 에피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결혼할 형편이 되지 않아 홀리오는 청혼을 하지 못한다. 감기에 걸린 윌프리드를 간호하던 홀리오의 어머니가 감기에 걸리고 감기가 악화되어 몸져눕게 된다. 윌프리드는 아픈 어머니가 빨리 완쾌되기를 바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에피와 함께 살날을 꿈꾼다. 홀리오 부인을 간호하는 간호사 이든은 사람의 생각이 환자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더 긴 시간 동안 부인을 간호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홀리오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기 시작한다. 간호사 이든은 윌프리드가 진정으로 원하면 어머니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윌프리드는 마음속으로 에피와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잠이 든다. 그날 밤 홀리오 부인은 숨을 거둔다. 윌프리드는 자신이 에피와 함께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어머니가 살아날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석 달 후 윌프리드와 에피는 결혼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던 그 마음을 잊기 위해 윌프리드는 어머니가 자신을 잘못 키웠다고 원망하는 말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자신을 원망하는 어머니의 환영을 본 순간 윌프리드는 괴로워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간절히 어머니를 부른 윌프리드에게 홀리오 부인의 환영은 다가오고 그를 다시 잃지 않으리란 것에 안심한 부인은 아들의 자아에 자신의 축복과 평화를 내려준다.

 

<희생자>

그레이트헤드 씨의 운전사 스티븐 애크로이드를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스티븐의 연인 도시는 스티븐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도시의 사촌 네드에게 스티븐이 폭력을 휘두른 것을 본 후 스티븐 곁을 떠난다. 스티븐은 그레이트헤드 씨가 도시가 떠나도록 한 것이라 생각해 싫어하게 된다. 싫어하는 감정은 혐오로 이어지고 스티븐은 메스꺼움을 느낀다. 도시가 떠난 책임을 그레이트헤드 씨에게 돌린 스티븐은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계획을 세워 살해한다. 사체를 유기한 후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레이트헤드씨가 여행을 떠난 것처럼 꾸미고, 시간이 지난 후 실종 신고를 한다. 스티븐이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거의 잊어갈 무렵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이 나타난다. 살인했던 기억을 떠올린 스티븐은 공포에 질려 집안에 숨는다. 다시 돌아온 도시는 스티븐의 곁에 있겠다 말하지만 환영이 나타난 후로 스티븐은 더 이상 도시와의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됐다. 스티븐 앞에 다시 나타난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은 자신은 스티븐을 원망하지 않고 복수할 마음도 없다고 말한다. 이미 그를 용서했으니 그에게 도시와 결혼해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

스폴딩은 불행하다. 아내 엘리자베스가 시인 폴 제퍼슨과 달아난 데다 자신의 형이상학 체계의 치명적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형이상학적 진리를 탐구한 스폴딩은 형이상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지상 최고의 지적 만족만을 추구한 스폴딩은 모든 것을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도 죽고 스폴딩도 죽어가고 있다. 그 순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혹시 그 일들이 사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사후 세계로 갔는데 그곳이 지옥은 아닐까, 일어났던 일들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죽는다. 죽은 뒤 스폴딩은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를 만난 후 그곳이 지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은 천국이라고 제퍼슨이 대답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삼차원적 의식의 상태로 들어간 스폴딩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체험을 한다. 이 체험을 통해 스폴딩은 ‘내재적 신과 초월적 삶을 지나 절대적 세계’(341페이지)로 들어가 ‘말로도 생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행복’(341페이지)을 느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과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두 편 모두 사후 세계를 보여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사후 세계는 상상력과 의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천국이다. 그에 반해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남녀가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함께해야 하는 고통을 주는 지옥의 공간이다. <징표>와 <증거의 본질>,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희생자>는 죽은 이의 환영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징표>는 죽은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나타나고, <증거의 본질>에서는 죽은 아내가 환영으로 나타나 남편이 재혼상대에게 찾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두 아내 모두 남편을 사랑하는 것은 같지만, 표현 방법은 각각 달랐다. <징표>의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후 떠난 것과 달리 <증거의 본질>은 남편을 독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은 아픈 어머니의 회복보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했다. 그리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죽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했다는 말을 한다. 어머니의 환영을 보게 된 아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어머니가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며 용서를 구한다. 어머니의 환영은 아들을 용서하고 그 곁으로 스며든다. <희생자>의 주인은 자신을 죽인 운전사 앞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는 운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말한다. 모든 것을 용서했다 말하면서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미래를 살아가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과 <희생자>의 유령들은 상대방을 용서한다. <크리스털의 결점>은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여인이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의지를 바꾼다. 사랑하는 남자의 행복을 위해 그의 건강과 그가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의 아내를 행복한 마음이 되도록 능력을 발휘한다. 친구와 마음이 아픈 친구 남편을 돕기 위해 친구 남편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도와 치료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의 공포와 혐오가 전이되어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다. 자신의 능력은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욕망을 접고 남자와 헤어진다.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에도 등장한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보내면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 삶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슷하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스폴딩과 <희생자>의 그레이트헤드도 지식을 사랑하는 것은 비슷하다. 스폴딩은 살아 있을 때도 죽어서도 지식 탐구에 몰두한다. 그레이트헤드는 자신을 죽인 운전사의 완전 범죄의 치밀함에 칭찬하고, 오히려 자신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일곱 편의 단편은 사후 세계, 죽은 이의 환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 등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일곱 편의 단편은 공통적으로 사랑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학문에 대한 사랑 등’ 사랑의 감정과 형태는 다양하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사랑의 감정과 인간의 마음을 파헤치는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메이 싱클레어에게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감성과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 쓴 『기이한 이야기』는 읽는 동안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도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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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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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생명이 모두 멸종할 것이라 주장하는 ‘멸종저항’의 시위로 출근 길 교통이 마비된다. 멸종저항 대변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말하지만 어떤 위기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은 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담론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나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작가 셸런버거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쓰기 시작한다. 30여 년을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20년을 환경 문제를 연구한 작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28페이지)을 목표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써내려간다. 셸런버거는 과학자, 언론인, 활동가는 환경 문제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주장만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환경단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멸종저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수확량에 큰 손실이 발생해 먹을 것이 사라지고,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수백만 명이 전기 없이 지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종말론의 객관적 근거는 빈약하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에도 이들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주장하는 글과 기사를 본 어린 아이들은 ‘환경 불안증’으로 힘들어 한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끔찍하고 종말론적인 내용의 강연을 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학 교수 펠키는 기후 변화는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나 강도를 높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와 콩고에 홍수가 났을 때 콩고가 캘리포니아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물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영향을 받더라도 바로 복구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멸종저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일 뿐이다.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버거킹이 햄버거 패티용 고기를 공급받기 위해 열대 우림을 불태워 소를 방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는다. 버거킹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 버거킹은 소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불매운동을 한 사람들은 아마존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마존 산소의 60%를 나무가 소비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미생물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88페이지)라는 말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고, 믿었던 생각을 깨부순다. 아마존과 모든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마존 개발로 파괴된 건 18~20퍼센트로 나머지 80퍼센트는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아마존 보존에 대한 생각과 반하는 듯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어떤 말이 진실일까?

 

삼림을 개간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해 부를 쌓은 선진국들이 브라질이나 콩고가 경제 개발을 위해 산림을 개간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비판한다. 원시림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원시림을 가진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라질 인구 2억 1000만 명 가운데 5500만 명이 빈곤 속에 살아가고, 2016에서 2017년 사이 일 년 만에 200만 명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내용도 반박한다. 아마존에 사는 브라질 사람 3000만 명 중 원주민은 100만 명이다. 이들 중 몇몇 부족은 대단히 넓은 자연 보호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국토 13퍼센트가 690개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1만 9000명의 야노마미족은 헝가리와 맞먹는 넓이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중 일부는 벌목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의 삼림 개간이 늘어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농민들에게 내건 대선 공약이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했다. 브라질 농민들은 합리적인 환경 정책을 따를 의향이 있었지만, 엄청난 면적의 토지를 숲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그린피스와 NGO의 입김이 들어간 새로운 삼림법에 반대해 최대한 토지 면적을 넓히기 위해 숲을 걷어 내고 농지로 만들어버린다. 아마존의 화재와 삼림 파괴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유럽의 두 나라는 자국 농민 보화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브라질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간 FTA를 가장 심하게 반대한 프랑스와 아일랜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G7 정상회담 며칠 전 아마존 삼림 파괴를 비판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룰라는 브라질의 삼림 파괴를 비판하는 나라들의 위선과 신제국주의에 분노한다.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난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환경주의자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해 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가 선진국 환경주의자들의 둔감한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살아봤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비참한 환경과 내전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특히 기온이 높은 열대 우림 지역의 농민들의 삶은 더 비참하다고 한다. 환경 단체들이 하는 정책이 오히려 농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더 많은 삼림 파괴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코끼리와 거북의 희생으로 얻을 수 있었던 상아와 거북껍질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 발명자 하이엇은 자신의 발명품이 지니는 환경적인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원료를 채취하기 위해 지구를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132페이지)라고 적힌 팸플릿을 제작한다. 환경을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세계로 퍼져갔고,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이엇도 이런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살린 플라스틱은 시간이 흘러 해양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2001년 브라질 해안가에서 죽은 푸른 바다거북 중 13퍼센트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발견, 2019년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같은 해 필리핀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 배 속에서 40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2018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7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등등등.....2015년 현재 바닷새의 9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킨 채 살아가고, 2050년 무렵이면 99퍼센트가 넘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동물들의 사례는 훨씬 더 많다. 플라스틱보다 해양생물의 생명을 더 많이 위협하는 것은 어획이라고 한다. 오클랜드 섬 토착종인 앨버트로스는 어부들이 쳐놓은 낚시 바늘에 의해서 죽거나, 외래종인 고양이와 돼지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거북의 숫자보다 어선의 그물에 걸려 죽는 거북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나 기후 변화보다 더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요인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더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셸런버거의 주장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매각되거나 소각되고, 일부만이 재활용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일부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7년에 수입을 중단한다. 다른 수입국들도 점차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줄여가고 있다.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9명의 과학자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을 파악하기 위한 탐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전 세계 해수면에 떠 있는 모든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0.1퍼센트이고,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2019년 우즈홀해양학 연구소와 MIT 과학자들이 바닷물 속의 폴리스티렌이 수십 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또 다른 연구자들도 폴리스티렌이 햇볕에 노출된 후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고, 개별 입자로 나누어진 후 기본 입자로 분해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환경주의자들은 폴리스티렌이 바다에서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환경주의자들의 말처럼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플라스틱이 분해된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지구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중 0.1퍼센트라 하더라도 그 양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의 크기가 대한민국 몇 개를 합친 크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양은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이 예상한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고는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폴리스티렌이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결과도 나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짧은 기간’이라 표현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이라 해도 분해되는 데 몇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고, 인간은 길게 산다 해도 80에서 120세까지 살 수 있다. 사는 몇 십 년 동안 분해되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체내에 쌓아야 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 사탕수수 등의 작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물을 재배해야 하고 이 용기는 분해될 때 플라스틱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 바이오 연료인 옥수수 에탄올과 팜유 원료를 재배하기 위해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은 집을 잃어야 했다. 환경오염의 원인인 플라스틱과 석유 연료 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대체제도 역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 소재로 만든 바이오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것 또한 결국 플라스틱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보면서 셀룰로이드를 발명했던 하이엇의 팸플릿이 생각난다.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인류가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15퍼센트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운틴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콩고의 비룽가 국립공원, 르완다의 화산국립공원, 우간다의 브윈디천연국립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비룽가국립공원은 토지 소유권을 바꾸거나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지역민들을 쫓아냈다. 1864년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들 때도 500만~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쫓겨났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 보호 난민의 수가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물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립공원을 만들 것을 주장한 환경보호 활동가들에게 그곳에 사는 원주민은 보호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누구를 위한 환경 보호인지 묻고 싶다. 보상금과 주거지를 마련해준다고 해서 대를 이어 살던 자신들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삶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환경 보호의 탈을 쓴 새로운 식민주의‘(171페이지)라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현지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환경 보호는 현지인들의 반발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환경 보호와 더불어 현지인들을 위해 경제 계발이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이 셸런버거와 환경운동가 맥닐리지의 주장이다. 다행히 원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원주민들에게 땅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원주민의 삶을 해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후 재정 지원을 결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원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처해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셸런버거는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말한다. 그로 인해 인류 전체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고, 영아 사망률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는 대표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셸런버거는 긍정적이라 말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는 산업혁명이 인류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현대화된 농경 기술과 생산 요소를 투입하고, 가축으로 짓던 농사를 기계화 할 수 있다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질소 폐기물의 양은 감소한다. 셸런버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한 저렴한 의류를 사 입는 것,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크는 것’(202페이지)이 인도네시아나 콩고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열대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보호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선진국은 산업화의 선발 국가로 가난한 후발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발 국가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보호만큼이나 열악한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열악한 환경을 외면한 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을 막는 것은 폭력이다.

 

에너지 생산을 집중화,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토지는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 면적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석탄의 에너지 밀도는 나무보다 2배가 높고,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저장과 운송이 편리해 오염물질이 덜 배출된다. 나무보다는 석탄이, 석탄보다는 천연가스가 더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한다. 나무 연료 사용의 종식이 인류 보편의 복지와 환경 진보를 위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그린피스는 포경 금지 운동을 펼쳤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상업적 포경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 협약이 맺어진다. 인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래를 잡았다. 고래는 식량으로 쓰이거나, 식품, 비누, 기계 윤활유, 향수의 베이스 오일, 코르셋, 우산 살, 낚싯대 등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팔려나갔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석유다. 이후 석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업가들은 유전을 개발한다. 고래기름으로 만들던 마가린은 팜유로 대체된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래 사업은 사양 사업이 된다. 그린피스가 이끌어낸 포경 금지 조약이 있기 전에 이미 세계 46개국은 포경 금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더 저렴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대체품이 나오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고래를 물건의 재료로 원하지 않았던 것이 고래를 살렸다고 말하고 있다. 석유의 발견은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전환을 가져온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밀도가 낮고 탄소 밀도가 높은 연료에서 에너지 밀도와 수소 밀도가 높은 연료 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이산화황, 일산화항이 더 적게 배출되고, 수은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초지는 지구 지표면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의 급감으로 이어진다. 방목형 축산을 계속하게 되면 더 많은 땅이 필요해지고 그 결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게 된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권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 환경에서 가축들을 기른다. 방목형 축산과 공장식 축산 중 어떤 사육법이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법일까? 공장식 축산은 방목형 축산보다 더 작은 땅에서도 가축을 기를 수 있지만, 사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공장식 축산에 충격을 받아서 또는 방목형 축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산업화된 농업을 중단한다면 지구 환경이 좋아질까? 환경주의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 모두 채식주의자가 된다 해도 탄소 배출량은 4.3퍼센트 정도만 줄어든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모든 미국인이 채식주의자가 됐을 때 탄소 배출량이 2.6퍼센트 감소한다고 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야생 동물 개체 수 감소의 한 원인은 ‘사냥’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가축을 길러 쉽게 고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가 2011년에 일어난다. 쓰나미에 강타당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다. 이 사고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선진국들은 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을 거의 완료했고, 프랑스와 미국은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벨기에, 스페인, 한국, 티이완 등도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셸런버거는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낮기 때문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말한다.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방식 중 하나인 원자력 발전 전기는 천연가스나 석탄 발전 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도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 가장 안전한 최선의 폐기물이라 한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깨끗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무제한의 에너지 공급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계획될 때부터 현재까지 이 에너지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에너지 덕분에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전기 없는 어둠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자력의 위험성이 과대 포장되어 있다는 셸런버거의 주장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되고 여러 자료에서 말한 방사능의 위험성은 모두 잘못된 사실이라는 말일까? 다른 곳도 그랬지만 8장을 읽으면서 더 혼란을 겪었다.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 미국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3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한다. 2019년 미국의 GDP가 22조였는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만들어진 에너지를 저장할 대규모 시설이 없을 경우 초과 생산되는 전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할 시설이 없어 화창한 날이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다른 주에 돈을 주고 전기를 써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독일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남는 전기를 수소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33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19년에 삼일 동안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2019년 세계 최대 컨설팅 그룹 매킨지는 독일의 에너지 산업이 ‘기후 변화 대응, 공급 안정, 경제적 효율’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패널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이를 폐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감에도 그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해내지 못한다. 목재 팰릿과 같은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료용 작물을 심거나 농지를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모든 것이 자연친화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보호단체가 화석 연료와 관계된 회사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 추방 운동을 하면서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회사의 후원을 받고 그런 기업들에 투자를 했다. 정치가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1979년 반핵 콘서트에 참석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 탈원전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10장은 환경주의자들과 정치인들이 친환경운동을 명목으로 기업의 후원을 받고 특정 기업으로 이익이 돌아가게 하거나 그 회사에 투자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힘 있는 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에 반대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데 권력을 쓰고 있다. 세계은행은 수력 발전, 화석 연료,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에 지원하던 자금을 태양광, 풍력에너지원에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유럽투자은행은 가난한 나라에 화석 연료 발전소를 짓기 위한 자금 지원을 2021년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한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돈을 빌려주던 세계은행은 1980년 후반 들어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1990년에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던 돈을 줄인다. 기후변화가 엘리트층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1990년부터 선진국은 가난한 국가의 값싼 에너지 공급, 농업 산업화, 현대식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셸런버거 부부가 방문했던 콩고는 현대식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홍수로 마을이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나라에 후원단체들의 지원금으로 수력발전소가 세워져도 비싼 전기료로 인해 일부 부유층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맬서스는 식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인류가 번식한고 주장했다. 이것이 인구과잉과 기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맬서스는 인구과잉을 걱정하면서도 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산아제한은 반대하고,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도 반대한다. 시민권 운동가 러스틴은 1979년 타임지 인터뷰에서 환경주의자들에 대해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엘리트, 경제 성장을 낮추거나 없애자고 말하는 신맬서스주의자들’(467페이지)이라고 비판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인프라 구축을 막는다. 맬서스가 인구 과잉이 식량 부족과 기아의 원인이라고 했다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맬서스주의자들은 풍부한 에너지가 인구 과잉을 낳고, 환경 파괴로 이어져 사회 붕괴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노동집약 농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의 농업이 현대화 되는 것을 반대한다. 인도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1981년에 출간된 책에서 기근이 식량 부족보다는 전쟁, 정치적 억압, 식량 분배 체계 붕괴 등 체제의 문제라고 발표한다. 인구 과잉을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구축을 반대했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뒤집는 주장이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의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긴다.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근거로 활용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빼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전달하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보고서 내용도 간혹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실릴 때가 있다. 어떤 저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연구 결과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들었던 사례들 다수가 실제로는 관리 부실과 저개발이 원인이었을 뿐 인류 종말의 징조라는 의견은 과장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 저자들과 언론 보도 자료에서 주장하는 ‘세계 식량 공급은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해 있고, 채식을 하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해 부유해질 수 있고, 원자력 에너지는 위험하다’(508페이지)라는 것들 모두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고 있다고 말한다. 셸런버거는 탄소 배출은 에너지 소비의 부산물일 뿐이며, 에너지 소비는 가족을 부양하고, 가난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성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강조한다. 종말론적 표현과 분위기는 중요한 국제적, 역사적, 경제적 사안들을 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중요한 사실을 빼거나 애매모호하게 전달된 내용을 들은 나와 같은 대중들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자연’과 ‘자연적인 것’, ‘인공적인 것’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 안에 자리 잡은 오류와 편견은 너무 강력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오류와 편견의 벽에 부딪혀 몇 번을 멈추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셸런버거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의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보편적인 인류 복지와 환경 진보라는 초월적인 도덕적 목적에 따라 휴머니즘을 다시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개발’과 ‘원자력 발전소 찬성’이 셸런버거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 중 핵심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개발’은 찬성한다. 하지만 셸런버거의 원자력 에너지와 방사능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무의식에 자리한 강력한 편견일수도 있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 후 영상이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는 나에게는 두려운 에너지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원자력 에너지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다. 나는 전기 없이 살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셸런버거의 의견에 조금씩 동화되어 가는 중이다. 안전성은 미지수지만(셸런버거는 안전하다 강조한다) 그나마 가장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논쟁의 주제를 여러 가지 담고 있다. 토론을 할 때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논제가 나온다면 논제에 해당되는 논제에서 찬성의 논거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를 허용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의 열대우림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국립공원을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등등의 정책논제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한쪽만의 의견을 지지하기 때문에 다른 자료도 함께 찾아봐야겠지만 말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정책논제’, ‘가치논제’, ‘사실논제’ 등을 직접 만들어서 함께 이야기 나는 것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셸런버거의 주장에 찬성할 것이고, 누군가는 반대할 것이다. 나와 같이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다가 지금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환경 관련 문제들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셸런버거의 모든 주장에 찬성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의 벽이 너무 높다.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는 내가 알고 있던 환경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고의 전환’, 이 책은 완벽하게 이루었다. 나의 생각을 뒤집고 헤치고 깨부수는 책이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함에도 이러한 책의 출간은 환영한다.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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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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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세상을 만든다. -중략-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다.’(378페이지)

 

지구상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자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많은 곰팡이가 존재한다. 식물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물을 빨아들여 영양분을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 거기까지만 알았다. 흙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존재한다. 제목처럼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다. 그 거대한 세계 위에서 존재하는 인간 또한 이 ‘작은 것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작은 것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고 대를 이을 수 있게 하는 존재다. ‘220만~380만’ 종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곰팡이다. 곰팡이는 남극의 빙하에서부터 인간의 몸속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아니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저 멀리 우주에도 곰팡이는 존재할 것이라 짐작 된다.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강력한 효소와 산을 이용해 모든 물질을 분해해 버리는 대사 능력이 곰팡이가 모든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버섯은 포자를 퍼뜨리는 것을 돕거나 방해받지 않기 위해 곰팡이가 선택한 생존의 수단이다. 색과 맛으로 사람과 동물, 곤충들을 유혹해 곰팡이를 다음 세대로 연결한다. 버섯 포자가 방출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폭발하듯 퍼지는 포자가 방출되는 속도는 최고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작가 셸드레이크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식물과학을 전공하고 파나마 열대림에서 식물의 뿌리와 곰팡이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가 운영하는 한 섬의 연구기지에 입주한다. 이곳에서 곰팡이 네트워크를 통해 양분이 이동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유혹하는 곰팡이 :버섯과 곰팡이가 퍼져나가는 방법>

땅 속 깊이 숨겨진 트러플 버섯은 포자를 퍼트리기 위해 냄새로 사람과 동물을 유혹한다. 이 냄새 덕분에 미식가들은 2킬로그램에 1만 2,000유로의 트러플을 구매한다. 냄새로 자신의 포자를 퍼트릴 존재를 유혹하는 트러플, 이것이 트러플 버섯의 대화법이자 생존법이다. 북아프리카 해안의 송이버섯은 곰들을 유혹하고, 오레곤의 송이는 말코손바닥사슴을 유혹한다. 아우드, 즉 침향은 곰팡이에 감염된 침향나무에서 추출한 향수다. 최고급 침향의 가격은 1킬로그램당 10만달러다. 트러플은 이틀에서 사흘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향도 약해지다 사라진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공된 트러플 식품들에서 우리는 트러플의 향을 맡을 수 없다. 트러플은 동물 종의 경계를 넘어 모두를 끌어당기는 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트러플이 번식을 위해 다른 종을 유혹하는 방법이다.

 

곰팡이 균사가 균사체 네트워크가 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와 융합’의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균사체 네트워크는 성적화합성이 맞는 다른 균사와 융합해 교배할 수 있게 한다. 이 중 부계 역할을 하는 쪽은 유전물질을 제공하고, 모계 역할을 맡은 쪽은 유전물질뿐만 아니라 트러플과 포자로 성장하는 과육을 길러낸다. 트러플의 성별은 +교배형이나 -교배형 모두 부계 혹은 모계가 될 수 있다. 트러플이 교배를 위해 다른 개체를 유인하는 방법은 페로몬을 이용할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트러플 균사는 파트너 나무가 될 식물을 끌어당기기 위해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곰팡이와 식물은 서로가 내뿜는 화학 물질로 연결되어 생존의 방법을 찾아낸다. 곰팡이가 식물을 유혹하는 것인지, 식물이 곰팡이를 유혹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유혹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다.

 

<살아 있는 미로 : 곰팡이가 길을 찾는 방법>

곰팡이는 미로를 만나면 균사체를 가지치기해 모든 곳으로 뻗어나가 최단거리의 출구를 찾아낸다. 곰팡이는 동시에 모든 경로를 찾아 뻗어나간다. 먹이를 발견하면 그와 연결된 네트워크 부분은 두터워지고, 소득이 없는 부분을 약화시키면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한다. 균사체 네트워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곰팡이는 균사체를 통해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균사가 접촉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을수록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할 수 있게 된다. 균사가 버섯을 만들기 위해 뭉칠 때는 주변의 물을 흡수해 몸을 부풀린다. 이때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곰팡이는 빛, 온도, 습도, 영양분, 독성물질,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균사 정단은 균사체의 생장, 가지치기 등의 균사체가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을 하는 곳이다. 균사체 네트워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1990년대 중반,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올손은 ‘전기적인 소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놨다. 올손은 여러 종류의 곰팡이가 ‘먹이 공급원’이나 네트워크 개체의 상태에 대한 정보나 주변의 다른 개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전기신호를 통해 자신의 네트워크에 전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비표준전산연구소 소장인 앤드류 아다마츠키는 2018년에 올슨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 느타리버섯 군체에 전극을 심어 자연발생적인 전기활성의 파동을 감지하는 실험을 한 아다마츠키는 균사체 네트워크가 전기 활성의 스파이크로 암호화된 정보를 계산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올손과 아다마츠키의 실험은 균사체가 전기적으로 예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전기 임펄스가 자극과 반응을 이어준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균사체가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파악하는 지에 대한 것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균사체가 복잡하고 치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균사체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리모델링하는 유연한 네트워크다.

 

<낯선 자의 친밀한 : 함께 뒤엉켜 진화한 미생물>

‘지의류’는 지구 생명체의 한계를 이해하는 데 이상적인 유기체다. 지구 표면적의 8퍼센트를 덮고 있는 지의류는 바위, 나무, 지붕, 울타리, 절벽 심지어 사막에서도 존재한다. 가장 강한 종인 ‘키르키나리아 기로사’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노출시키는 실험에서도 살아남았다. 화산 온천, 초고온 열수분출공, 남극 대륙 얼음의 지하 1킬로미터의 극한 상황에서도 살고 있어 지의류는 ‘다중극한생물’로 불린다. 식물학자 시몬 슈벤테너는 ‘지의류 2생명체가설’을 주장한다. 지의류가 하나의 유기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유기체, 즉 곰팡이와 조류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도 곰팡이와 식물의 공생설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인물인 ‘프랑크’는 1885년에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을 곰팡이가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광합성 능력이 없는 곰팡이는 조류 또는 광합성 박테리아와의 공생으로 광합성 능력을 획득하고, 그 대가로 질긴 보호 조직을 뚫거나 바위를 소화시키는 능력으로 조류와 광합성 박테리아의 생존을 돕는다. 2016년 지의류학자 토비 스프리빌은 2생명체가설을 뒤집는 연구 발표를 내놓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의류에 곰팡이와 조류 외에 다른 유기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존재의 유기체와 공존하고 있는 지의류를 활용해 인간은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다. 지의류가 생산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약품(항생제)과 향수(참나무 이끼)를 만들었고, 염료로도 활용(트위드, 타탄, 리트머스 시험지)한다. 음식으로 조리해 먹기도 하고, 혼합 향신료 ‘가람 마살라’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는 진화 과정 초기 단계에서 지의류로 살다가 곰팡이가 된 것이다.

 

<균사의 마음 : 곰팡이가 우리의 마음을 조종한다면>

‘좀비곰팡이’는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숙주를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종한다. 대표적인 좀비곰팡이 오피오코르디셉스는 목수개미를 감염시킨 후 둥지를 떠나 식물을 물고 버티게 해서 자신의 포자를 퍼트린다. 향정신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곰팡이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로시빈 버섯, 광대버섯 등의 향정신성 버섯을 복용한 사람들은 환각 증상에 빠진다. 고대에는 주로 샤먼과 황제들이 의식을 행할 때 복용하곤 했다. 이러한 버섯은 인간을 오피오코르디셉스에 감염된 목수개미와 비슷한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곰팡이가 숙주를 조정할 때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생화학적 다이얼을 여러 방법으로 조작하거나, 곤충의 방어 반응을 무력화하는 면역억제제를 이용한다. 곰팡이는 개미, 파리, 매미 등의 곤충의 몸에 기생해 곤충을 마음대로 조정해 자신의 포자를 퍼트리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유전자는 유기체의 몸을 만드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명령도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유전된 행동일지라도 한 유기체의 외향적 표현은 세상을 향해 확장된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에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을 정한다. 첫째, 확장된 기질이 유전되어야 한다. 둘째, 확장된 기질은 세대마다 달라야(변형되어야) 한다. 셋째, 변형은 유기체의 적응도라는 성질로 알려진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목수 개미를 감염시킨 오피오코르디셉스는 모두 포함하고 있다. 좀비 곰팡이는 도킨스의 ‘확장형 표현형’의 기준에 맞도록 자신을 계속해서 진화시켜 나간다.

 

현대의학자들은 환각증상을 일으키는 실로시빈 버섯을 연구해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한다. 오피오코르디셉스와 달리 실로시빈은 숙주의 몸을 빌리지 않고 생식 행위나 번식 없이 다른 유기체로 이동하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로 유전자를 원래의 형태로 유지한다. 실로시빈을 통해 영적 체험을 한 하버드대학교 학자 티머시 리어리는 ‘하버드 실로시빈 프로젝트’를 만들어 문화적 혁신과 영적 계몽이 환각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비전을 알리려 했지만, 그의 이러한 운동의 결과 LSD와 실로시빈은 불법화되었다. 그로 인해 이에 대한 모든 연구는 중단된다. 한동안 실로시빈 버섯을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실로시빈 버섯을 사고 팔게 되었고, 이는 바로 불법화 되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도 물만 타면 되는 키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로시빈 버섯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인간들은 실로시빈으로 인한 환각을 체험하기 위해 이 버섯을 재배한다. 이것은 현대에 실로시빈이 번식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뿌리가 생기기 전 : 식물보다 앞서 길을 낸 개척자>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 극한의 환경에서 곰팡이와 조류는 생존을 위해 공생 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형성된 균근관계는 90퍼센트 이상 식물종의 생존에 관여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빨아들이고, 에너지가 풍부한 탄소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균근은 식물의 뿌리에서 에너지원을 얻는다. 곰팡이는 땅 속에서 물과 미네랄을 찾아내어 식물의 영양분 섭취를 돕는다. 지구상에 균근 곰팡이가 등장한 것은 5억년이 넘었다고 한다. 균근 균사는 매년 죽고 다시 10~60배가 다시 자란다. 식물은 땅 위에서 빛과 이산화탄소를 당과 지질의 형태로 저장하고, 균근 곰팡이는 땅 속에서 돌과 부패물질 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한다. 3억~4억년 전 데본기에 식물과 연합한 균근의 활약으로 식물의 생장이 빨라진다. 그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 결과 식물과 균근의 공생 효율(어떤 식물은 균근 관계에서 더 큰 이득을 얻지만, 어떤 식물은 그보다 못한 이득을 얻는다. 이런 특성이 ‘공생효율’이다.-227페이지)을 높이거나 내리는 것만으로도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식물과 곰팡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들의 정보는 균사 정단을 통해 여러 개체의 식물들에게 전달된다. 식물은 더 많은 인을 공급하는 곰팡이에게 많은 양의 탄소를 나눠준다. 곰팡이는 인을 식물에게 나눠줄 때 더 많은 탄소를 공급하는 식물을 선택한다. 20세기를 지나면서 농업은 산업화되었고, 땅 속 세상을 파괴한다. 토양미생물을 죽이는 농법으로 인해 토양은 오염되기 시작한다. 화학비료와 살균제가 뿌려진 토양에는 더 이상 곰팡이가 생존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식물과 균근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진다. 황폐해진 환경을 되돌리고 식물과 균근 네트워크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 균근 곰팡이를 이용한 농법과 산림 관리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드와이드웹 : 땅속에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식물>

영국의 학자 데이비드 리드와 캐나다의 수잰 시머드에 의해 식물은 땅 속에서 탄소량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것은 ‘우드와이드웹 wood wide web’이라고 명명된다. 우드와이드웹의 근거가 되는 식물인 ‘수정란풀과 보이리아’처럼 햇빛으로부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받아 생존하는 식물은 식물종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한다. 곰팡이는 살아 있는 나무들을 서로 연결해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나무에 대한 정보도 전달해서 썩은 나무를 분해한다. 균근 네트워크가 항상 식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식물이 독성 방해물질을 주위로 전파할 때 균근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위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죽일 수 도 있다. 균근 네트워크는 식물을 공격하는 곤충을 퇴치하기 위해 휘발성 화합물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균근 네트워크는 다른 네트워크와 융합하거나 자기 네트워크의 일부를 차단하기도 하면서 계속 움직인다.

 

<풀뿌리 균학 : 세상을 구하는 곰팡이>

2009년 균학자 데이비드 혹스워스는 균학을 ‘관심 받지 못한 메가 사이언스’라 말한다. 곰팡이에 대한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혹스워스는 ‘아마추어 균학자들에게 재량권을 주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피터 맥코이는 풀뿌리 균학이라는 조직의 설립자다. 풀뿌리 균학은 미치광이 버섯 재배에서 시작된 DIY 균학 운동의 일부다. 맥코이는 온라인 균 학교, 마이코로고스를 설립해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재활용해 버섯을 키우는 활동을 한다. 곰팡이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곰팡이는 환경을 복원하는 데 최고의 능력을 지닌 유기체다. 곰팡이의 이러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균류를 이용한 환경정화는 시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오염물질에 맞는 균류를 찾는 것도 어렵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곰팡이를 이용한 독성물질 제거 프로젝트는 아직은 연구 단계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곰팡이를 기르는 유기체는 인간 이외에도 또 있다. 아프리카 흰개미 마크로테르메스는 나무를 씹어 만든 나무죽을 테르미토미세스라는 백색부후균으로 분해해 그 뒤에 남은 퇴비를 먹는다.

미국의 에코베이티브 디자인 회사는 균사체를 이용해 벽돌, 판자, 음향 제어 타일, 가죽 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쓰임을 다한 후 그대로 썩어서 없어지거나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에코에이티브는 균사체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특허를 내고, 균사체 소재를 활용해 생활용품에서부터 군사용 천막까지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에코에이티브 이외에도 여러 기관과 회사에서 균사체 소재를 활용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풀뿌리 균학, 에코에이티브 등은 곰팡이를 활용해 더 나은 지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곰팡이를 이해한다면 : 술을 빚는 효모의 신비>

5000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은 효모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다. 술은 인류와 함께 오랜 세월 함께 했다. 과일에서 술을, 곡물에서 맥주를, 꿀에서 꿀술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은 효모다. 술은 축제의식과 정치적 술수에 동원되거나,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되기도 했다. 술의 취기는 인간의 감각을 무력화하고, 야수성을 드러낸다. 효모는 빵과 술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오늘날은 인슐린에서 백신에 이르기까지 약물을 생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현대에는 대량으로 생산된 옥수수와 사탕수수에서 효모를 발효시켜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목초지 파괴,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비료로 인한 수질오염이 발생했다. 효모는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창조자는 만들고 분해자는 분해한다. 분해자가 분해하지 않으면, 창조자가 창조할 재료도 없다.’(377페이지)

 

작은 것들인 곰팡이는 전 세계 어디서든 존재한다. 식물이 곰팡이와 공생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곰팡이의 모든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곰팡이의 종류와 곰팡이를 연구하는 학자와 이론, 식물과 곰팡이 균사체의 관계, 인간과 균사체의 관계,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균사체 소재 등 곰팡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부터 거대 식물이 존재하던 시대와 현대까지의 식물과 곰팡이의 네트워크,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와 설화 등 생물학, 그 중에서도 균학을 설명한다. 책 속에는 역사, 인류학, 지구학, 신학, 신화학, 과학, 건축학, 신소재 등등의 모든 학문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작가 셸드레이크는 공생적 상호 관계는 종의 경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 분야에서 균근 곰팡이를 연구할 때 미생물학자와 세균학자, 그리고 식물학자 사이의 학술적 공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파나마에서 시작된 셸드레이크의 연구도 다양한 학자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곰팡이와 식물이 서로를 도우면서 공생했던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공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더 많은 분야의 더 깊이 있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균학에 관심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버섯을 재배하거나 효모로 술을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 버섯의 생태가 궁금한 분들, 식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 공유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은 분들, 나와 같이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가 궁금한 분들,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버섯은 수많은 균사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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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바꾸는 필사 독서법
권마담.김경화 지음, 김도사 기획 / 미다스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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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을 만난다. 읽고 끝내버리면 시간이 지난 후 인상 깊었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발췌독을 시작했다. ‘발췌’와 ‘필사’는 무엇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를까? ‘필사 독서법’, 발췌독을 하고 있는 나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필사 독서가 작가(작가란 ‘김경화’작가를 말함)의 인생을 바꾸다>

필사, 즉 베껴 쓰기. 작가는 새벽에 일어나 필사를 한다. 매일 필사를 한 결과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필사는 자신감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처음에는 펜으로 시작해 지금은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필사를 하고 있다. 필사한 내용을 SNS에 공유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필사를 하면서 필력은 향상되고 세상을 바로 보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인상 깊은 내용을 발췌는 했었지만 책 한 권 전체를 필사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작가의 필사 사랑은 놀라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새벽 마다 일어나서 필사를 꾸준히 하면서 직장까지 다닌 작가의 끈기와 성실함을 본받고 싶다. 이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카페 활동을 하고 책 쓰기 과정, 1인 창업 과정을 수강하면서 원고를 쓴다. SNS와 유튜브도 시작한다. 작가는 필사를 하면서 마음 속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필사는 멋진 책을 쓰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쓰기 위해 훈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위해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필사하는 습관을 들이라 말한다. 필사를 할 때 책뿐만 아니라 ‘신문, 칼럼, 잡지, 성공학, 소설, 시, 명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필사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작가는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필사 독서의 원칙을 적고 있다.

첫째, ‘삶이 힘들고 막막할수록 책을 읽고 필사하라’(125페이지)

작가는 필사독서를 시작하면서 삶의 한계점을 뛰어넘고 자극을 받은 후에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다고 한다.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둘째, ‘매일 1시간 필사하라’(132페이지)

매일 1시간 이상 필사를 하라고 말한다. 작가는 새벽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총 2시간 30분 동안 매일 필사를 한다. 1년 동안 필사를 하면서 집중력과 쓰기 근육을 키울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분량을 정한 후 그 분량을 채우는 연습을 습관화하라고 한다. ‘매일 1시간 이상 필사하기’, 쉬운 도전은 아니겠지만, 이 도전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해볼 만한 도전이다.

 

셋째, ‘의식 변화를 일으키는 책을 필사하라’(139페이지)

작가는 ‘가난한 의식을 자극하고 동기 부여를 해주는 책’(140페이지)을 좋아한다고 적고 있다. 의식을 바꾸게 하는 책, 의식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고 한다. 나에게 의식을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하도록 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 생각했다. 그때그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나 분야에 따라 나의 의식을 자극하고 의식에 변화를 주는 책은 달라진다. 하지만 이러한 책을 읽을 때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책은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넷째, ‘긍정적인 마음으로 필사하라’(145페이지)

긍정적인 마음은 올바른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독서는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었다. 작가는 독서를 하면서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면 필사를 하면서 그 마음을 떨쳐내고, 행복과 기쁨을 상상했다고 한다.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책은 계속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꿈을 비웃는 ‘드림킬러’들의 말은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한다. 목표와 의지, 열정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섯째, ‘필사에 믿음을 더하라’(153페이지)

작가는 필사를 하는 동안 ‘개인적인 삶의 계획’과 ‘세계적인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면서 가족의 안정과 행복을 챙긴 후 세계적인 계획, 즉 이웃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필사를 하면서 ‘무조건 사랑’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이를 완전하게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작가는 이 교훈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라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믿음은 사라져간다. 하지만 이 믿음을 확신으로 바꾸어 나갈 때 어쩌면 꿈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여섯째, ‘감동적인 문장을 필사하라’(160페이지)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을 뛰게 하는 문구나 구절, 문장에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여백에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구절이 있을 때 펜으로 메모를 하거나, 컴퓨터에 타이핑해서 기록한다. 의식을 자극하는 문장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작가는 ‘동기부여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꿈’(162페이지)이라고 말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 필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문장이나 구절을 필사할 때 무한한 에너지와 열정을 받기 때문이라 강조한다.

 

일곱째, ‘생생하게 상상하면서 필사하라’(167페이지)

작가는 상상하면 현실로 구현된다는 깨달음을 책을 통해 얻었다. 이 믿음으로 상상의 힘을 무의식에 각인하면서 필사를 했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고 미래에는 더 좋은 것들이 이루어질 것이라 상상한다. 멋지게 만들어질 결과를 상상하면서 오로지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우울한 생각은 하면 할수록 더 커지고 깊어진다.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를 깨부수고 긍정적인 생각과 미래를 상상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필사’라고 작가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필사를 할 때 무한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덟째, ‘필사에도 우선순위가 있다’(174페이지)

새벽에 필사를 시작하는 작가는 의식의 변화를 일깨우는 책부터 필사한다. 필사하면서 영혼이 최대한 행복한 상태가 되면 원고를 쓴다고 한다. 가정을 돌보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독서와 필사를 하면서 책을 쓰는 작가의 삶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지게 된다.

 

작가는 필사 독서를 시작하면서 생각과 삶이 바뀌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힘들어 하던 중 필사 독서를 알게 되어 새벽에 일어나 필사를 시작한다. 필사를 하면서 생각은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필력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글을 쓰게 된다. 글은 모여 책으로 출간되고, 작가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작가를 보면서 생각의 변화가 사람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준 ‘필사독서법’, 그동안 발췌독 만을 했었던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식을 일깨워준다. 작가처럼 꾸준히, 맹렬하게, 열정적으로 필사를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강렬하게 타오른다.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실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필사의 중요성과 효과를 강조해 독자에게 필사의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필사 독서를 응원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책을 출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발췌글

7

필사를 하며 손이 기억하고 뇌가 기억하는 과정을 거친다. 뇌가 기억하면 영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 자연스러워진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습관이 형성된다. 어느샌가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그냥 자연스럽게 된다.

 

16

필사란 베껴 쓰기다. 필사는 펜으로 직접 쓰는 것과 타이핑하는 방법이 있다.

 

41

필사를 하면 할수록 필력은 향상되는 것이다. 거듭나는 연습과 꾸준함으로 인해 멋진 책을 쓸 수 있는 준비를 한다. 필사는 예비 작가를 위한 필수적인 독서법이다.

 

69

누가 뭐라 해도 독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기본이며, 동시에 최고의 무기이다.

 

108

일반 독자가 아닌 작가의 눈으로 독서를 하고 작가의 습관으로 필사를 하고 성공한 작가의 삶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가에게는 필사가 기본이다. 매일 이어지는 필사는 날마다 초보 작가를 성숙한 작가로 만들어간다. 필사를 통해 점점 의식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고 마음도 바뀌고, 나의 삶 전체가 바뀌고 있다.

 

138

김태광의 <<독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생각은 창조의 힘을 지니고 있다. 생각에 더 많은 감정, 강렬한 감정이 깃들수록 창조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그 어떤 생각이든 역행하는 생각이 없다면 반드시 현실세계에 나타나게 된다.”

 

158~159

자신에 대한 확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꿈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하면 꿈이 이루어진다.

 

164

나는 지혜를 필사한다. 지식은 인풋이고 지혜는 아웃풋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지혜를 필사할 때 나의 필사도 빛을 발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215

필사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필사는 감정을 담는다. 온몸으로 하는 필사는 독서하기 딱 좋은 방법이다.

 

268

필사는 모방이다. 필사는 또 다른 창조를 한다. 필사는 초보 작가에게 최고로 좋은 무기가 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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