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ㅣ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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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모험이다’(머리말, 14페이지)

 

『우연히, 웨스 앤더슨』은 사진집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을 보고 난 후 느낌은 ‘예쁘다’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영화 내용보다 영화 속 배경과 소품과 의상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가 되어 주었다. ‘색’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표현된 색과 월리 코발의 사진에 찍힌 색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표현한 색감과 미학을 월리 코발은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 속에서 찾아낸다. 월리 코발의 사진 속 풍경은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본다면 웨스 앤더슨이 찍었다 해도 믿을 정도로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다. ‘미국과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 중부 유럽과 서유럽, 영국과 북유럽, 남유럽과 동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남극’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월리 코발의 사진집을 볼 때 처음에는 색감을 즐기면서 쭉 훑어본 후 다시 보기를 하면서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추천한다. 영화도 사진도 너무 예뻐서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깝기 때문이다. 웨스 앤더슨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과 사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와 같이 영화와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책 속 사진은 그냥 한 장 씩 넘기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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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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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단어가 내려온다』는 작가가 상상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들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SF과학소설 『단어가 내려온다』에서 작가 오정연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 일곱 편의 단편 <마지막 로그>, <단어가 내려온다>, <분향>, <미지의 우주>, <행성사파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 <일식>에서 어떤 사회적 이슈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 로그>는 2038년을 배경으로 존엄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중학생 때 발병한 희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력을 잃어가던 주인공은 존엄사를 선택한다. 안락사 실행 당일 자신의 기록을 모두 삭제한 후 산책 시간을 갖는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안드로이드 조이가 정맥주사 키트와 약물을 가져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A17-13은 약물 주사를 맞고 1시간 28초 후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맞는다. 안드로이드 조이는 안락사 결정 재고를 권유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 인간들의 행동 패턴에 호기심을 갖게 된 조이는 자신의 이런 호기심을 관리자 및 네트워크에 공유되지 않도록 로그를 자체 조작해왔다. 주입된 프로그램 혹은 누군가 정해놓은 것에 구애받지 않으려하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조이는 자신의 오류를 운명으로 여기면서 인간처럼 그 시간을 견뎌보기로 결정한다. 조이는 폐기될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실버라이닝을 벗어난다. 하지만 와이파이를 통해야만 충전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고, 그 결과 지정공간을 벗어나 신제주항에서 <꽃의 이름>을 반복 재생하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강제 종료된다. <마지막 로그>는 ‘존엄사’와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러한 선택의 순간 어떤 선택을 할까? 나로서 존엄하게 죽을 것인가? 고통을 감당하면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지금 나의 선택은 존엄사다. 하지만 이 선택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나의 생에 대한 집착의 정도를 지금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자유의지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평생을 살아야 겨우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미래 시대에 각각의 개인에게 단어가 내려온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이 지난 후에도 단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성으로 가는 수송선을 탄다. 열여섯 살 생일을 3일 남겨둔 시점에 산개성단 관측을 성공했다는 속보가 보도된다. 수송선에서 만난 이누이트족 소년 ‘말할것이다’와 함께 산개성단 영상을 보던 순간 주격조사 ‘이’가 내려온다. 원했던 단어가 아니라 아쉬워하는 주인공에게 말할것이다는 문장의 주인을 표시해주는 말을 받은 것이 굉장한 일이라 말해준다. 그 말을 들은 후 주격조사를 받은 덕분에 모든 사태의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단어가 내린다>는 미래 시대에 개개인에게 단어가 내려온다는 설정으로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모어가 아닌 타언어로 단어를 받기도 하는 이들도 있고, 소멸되었던 단어를 받는 이들도 생긴다. 사람들이 받은 단어를 수집해 사전을 만들면서 단어에 대한 기록의 양은 쌓인다. 단어(언어)는 새롭게 생성되거나 발전하고 소멸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속도나 단어의 유형은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단어의 속성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단어가 내린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단어로 사람이 단정될 수 있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분향>은 이상기후로 폭설과 폭우, 한파와 폭염, 산불과 가뭄이 매 계절 반복되는 지구에서 살아가기 힘들어지면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위한 국가별 연합체가 구성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1세대 정착민들은 고향의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종교적인 이유로 며 세대 전부터 치르지 않았던 차례나 제사를 화성에 이주한 후 다시 지낸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차례 지내기 이벤트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고 사람들은 분향소에서 지구와 연결된 통신망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보면서 차례를 지낸다. 하지만 보급품 지급이 화성에 도착하면서 통신망이 불안정해져 분향은 중간에 중단된다. 화성 이주 1세대들은 낯선 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지구에 있는 이들과의 연결의 끈을 더 강하게 잡으려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를 위해 차례나 제사에 더 집착했을 것이다. <분향>은 의례적인 행사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미지의 우주>는 화성 정착 2세대 미지와 지구에서 이주해온 혜리의 이야기다. 화성 이주 2세대 미지는 홀로 딸 우주를 키우면서 콘텐츠 회사에 다닌다. 미지의 친구 혜리는 전문직에서 일했지만, 남편을 따라 화성으로 이주해 와 두 아이를 키운다. 셋째를 임신한 혜리에게 한 아이를 키우는 미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지의 우주>는 지구와 같이 화성에서도 육아는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돌아간다. 화성은 돌봄 로봇이 있고 엄마 홀로 아이를 키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혜리는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했고,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해 육아 부담이 가중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화성이나 지구나 다르지 않다. 아이는 키우는 동안 힘들지만 또 그만큼 아이로 인해 기쁨을 얻기도 한다. <미지의 우주>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과 나는 어떤 부모였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지금도 육아는 계속 진행 중이고, 육아는 여전히 힘들다. 미래 사회의 육아는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행성 사파리>는 지구 보다 50만 년 늦게 태어났지만 지구와 같은 환경과 진화 과정을 겪고 있는 쌍둥이 지구가 배경이다. 언니의 죽음 이후 언니의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미아는 성장판이 멈췄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 후 사파리 여행을 떠난다. 지구와 같지만 완벽하게 같지 않은 쌍둥이 지구를 여행하면서 미아는 언니 미지와 같지만 같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객체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과학자들은 쌍둥이 지구가 지구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예견하지만 행성 가이드 타니는 같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지만 그 자체적으로 변화해갈 것이라는 타니의 말처럼 미아 또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복제 아이 미아와 쌍둥이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다. 복제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은 인간들의 기억을 싣고 우주로 떠나는 인공지능 영원의 이야기다. 영원은 우주의 풍경을 편집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이라는 제목으로 일 년에 한두 번씩 메일로 보낸다.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스스로의 의식을 갖게 되고, 인간들의 기억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자신의 취향을 파악한다. 저장된 기억 속 인간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영원은 계속 날아간다. 영원의 여행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다.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인간들이 남긴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를 하게 된다. 의식을 획득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의식을 획득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일식>은 21세기 초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억의 망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져 신경계에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 기억 관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주인공은 모든 업무를 문서 파일로 전달하고 통화나 직접 만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그 기억을 필요할 때 재생한다. 모든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다시 로그>, <단어가 내려온다>, <분향>에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품 속 주체는 뚜렷하고 강렬하다. <다시 로그>의 주인공은 A17-13과 안드로이드 조이다. 작가는 왜 사람은 알파벳과 숫자로 적고 있으면서 안드로이드는 이름으로 적었을까? <단어가 내려온다>의 주인공에게 내려온 단어는 주격조사 ‘이’다. 단어를 보조하는 조사이지만, 단어를 주체적으로 만드는 주격조사를 받은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스스로 정의내릴 줄 아는 주체적인 인간이다. <분향>의 주인공은 화성에서 진행되는 차례 지내기 이벤트를 취재하는 기자지만 낯선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미지의 우주>에는 우주라는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 ‘미지’가 등장한다. <행성 사파리>의 주인공은 미아다. <미지의 우주>의 주인공 미지와 같은 이름의 언니 미지가 어린 시절 죽은 후 그 유전자를 복제해 태어난 아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 데이터를 싣고 우주를 여행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일식>은 인간의 기억을 관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왜 기억에 집착하고 기억을 저장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을 기록한 데이터가 아무런 왜곡 없이 전달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단어가 내려온다』를 읽으면서 테드 창의 <<숨>>과 <<당신 인생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SF 과학 소설로 미래 사회를 적고 있지만, 그 안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한다. 삶은 계속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단어가 내려온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계속해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진다. 자유의지를 갖고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마지막 로그>의 안드로이드 조이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의 인공지능 영원은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오정연 작가의 『단어가 내려온다』는 과학 소설이면서 동시에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철학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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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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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종말을 그려낼 임태운작가의상상력과 뼈때리는 메시지가 기대됩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종말을 막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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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잇폰기 도루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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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과 기자의 공개토론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걸까요? 미디어에 실릴 공개토론 내용은 진실만을 이야기할 것인지, 그 안에 거짓은 없는지 찾으면서 읽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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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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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대의 금기가 되었다.’(12페이지)

 

청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기 효종은 북벌을 논의한다. 하지만 얼굴에 난 종기가 원인이 되어 급서하면서 북벌 계획은 무산된다. 효종의 뒤를 이은 현종은 북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윤휴는 <대의소>를 올려 선왕(효종)의 뜻을 받들어 북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세력과 연합해 청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서인들은 북벌 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다. 명나라를 받드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워 임금을 폐위시킨 서인들은 왜 북벌 논의를 금기시했을까?

 

병자년 후금이 청으로 개칭한 후 정묘년에 맺은 형제 관계를 군신관계로 바꾸자 요구한다. 정묘호란을 겪은 조선은 9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윤휴는 강화도로 들어가는 방안만을 가지고 있는 대청 정책을 지적하는 상소를 적지만 어린 나이에 말을 삼가야 한다며 말리는 모친의 말을 듣고 올리지 못했다.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청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윤휴는 통곡하면서 과거에 응시하지 않겠다 말한다. 만약 벼슬을 하더라도 이 치욕을 잊지 않겠다 다짐한다. 이후 윤휴는 경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공자와 맹자 등을 스승 삼아 학문을 탐구하고, 학문 실력을 듣고 찾아온 사대부들과 학문과 시사를 논하기도 한다. 효종의 북벌 의지는 ‘양병보다 백성들을 살리는 양민이 중요하다’(85페이지)는 이유로 효종의 군비 강화책을 반대하는 서인들에 의해 가로막힌다. 효종은 북벌을 주장하는 윤휴를 등용하기 위해 벼슬을 제안하지만 윤휴는 계속 효종의 제안을 거절하고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북벌은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한다. 효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인조의 계비 자의대비 조씨의 상복 착용 기간을 놓고 예송논쟁이 벌어진다.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들은 효종이 둘째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의대비의 상복 착용 기간을 1년복(기년복)으로 주장한다. 이에 윤휴는 왕실의 법도는 사가의 법도와 다르기 때문에 3년복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예송논쟁이 격해지자 현종은 예송에 대한 논쟁을 금지시킨다. 서인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이들과 교류하는 사람들까지도 공격했다. 서인들이 3년복설을 주장하는 인물들을 죽이거나 귀양 보내고 그들을 고립시키려 하는 상황에서도 왕조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윤휴는 이 주장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서인들의 세력이 왕보다 더 컸던 시대를 살아가는 윤휴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학문’이었다. 1차 예송논쟁 이후 현종 15년에 현종의 모후 인선왕후 장씨가 승하한다. 인조의 계비 자의대비 조씨의 상복 착용 문제가 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15년 전 1차 예송논쟁이 함께 공론화되기 시작한다. 현종은 신료들에게 1차 예송과 2차 예송의 근거를 말하라 지시했지만, 이들이 든 근거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 분노한 현종은 왕보다 자신들이 속한 당을 우선시 하는 관료들을 대거 물갈이한다. 이 시기 현종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해 결국 현종은 승하한다.

 

열네 살에 즉위한 숙종은 1차 예송 논쟁으로 인해 쫓겨났던 남인들을 불러들인다. 허목과 함께 윤휴에게도 관직을 제수하지만 윤휴는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사양한다. 윤휴는 숙종의 부름을 여러 번 거절하다 북벌을 위해, 그리고 왕의 부름에 계속 거절하기 힘들어 조정에 출사한다. 윤휴는 북벌을 위해 백성들이 함께 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신분에 따라 다른 재질로 호패를 가지고 다녔던 호패제를, 모두가 종이로 된 지패를 가지고 다니는 지패제로 바꾸는 정책을 시행한다. 윤휴는 지패법과 함께 양반들도 군포를 부담해야 한다는 호포법 시행을 주장한다. 하지만 양반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호포법은 시행되지 못했다. 둘째, 서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한다. 적자와 서자를 막론하고 사대부가의 자제들은 총부에 소속시켜 군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우수한 자들을 관리로 등용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사대부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시행되지 못한다. 셋째, 북벌을 위해 전차 제작을 주장한다. 기병 중심의 청나라 군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전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조정 신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만다. 넷째, 만과를 실시해 신분과 관계없이 무과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휴가 제안한 만과는 북벌 인재를 구하는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윤휴가 제안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북벌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윤휴의 제안들은 서인과 남인 탁남의 반대에 가로막히고, 북벌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숙종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자신이 제안한 정책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시행 후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윤휴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인들은 남인에게 뺐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 남인 허적과 윤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허적의 서자 허견을 모함해 허적을 끌어내리려 했다 실패하고, 윤휴가 금송을 베어 집을 지었다는 혐의를 씌우지만 입증하지 못해 무혐의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숙종의 마음은 남인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삼계의 난은 오삼계의 죽음으로 인해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때 조선에서는 소현세자의 후손을 왕으로 추대하려한다는 흉서가 올라오고, 송시열의 문인 송상민은 송시열을 옹호하고 남인을 비난하는 상소를 올린다. 흉서의 장본인 이유정과 그 가족은 사형을 당한다. 이유정의 흉서의 책임을 송시열에게 묻고 처벌하려 했지만 숙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숙종은 서인들을 잘못 건드렸을 때 왕위에 위협이 될 것이 두려워 송시열을 처벌하지 않고 남인 정권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숙종은 조종 대신들을 서인들로 교체한다. 힘을 얻은 서인들은 남인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허적의 아들 허견을 역모죄로 몰아 허적을 잡아들이는 데 성공하지만 허적의 죄를 입증해내지 못한다. 서인들은 아들 허견의 부녀자 겁탈사건의 재수사를 열어 그 사건을 빌미로 허적을 사사한다. 유배되어 있던 윤휴도 ‘대비를 조관하라’고 했다는 것과 ‘부체찰사가 되어 병권을 잡으려 했다는 것’을 혐의로 서울로 압송한다. 윤휴의 죄를 입증하지 못한 서인과 숙종은 윤휴를 형신하지만 끝내 죄를 밝히지 못하고 다시 유배형을 내린다. 서인과 숙종은 그를 반드시 죽이기 위해 여러 공작을 시도하고 억지에 가까운 이유를 들어 윤휴에게 사약을 내린다. 북벌을 꿈꾸며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위해 노력했던 윤휴의 더 나은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꿈은 결국 무산되고 그는 죽임을 당한다.

 

‘지패법과 호포법’, ‘서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윤휴의 의견에 찬성하지만, 북벌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두 번의 호란으로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은 것은 백성들이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전쟁 준비를 위한 많은 자금과 물자가 필요하다. 이를 감당하는 것 또한 백성들의 몫이다. 청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하지만 조선이 과연 청나라의 군사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다시 청나라에 패배한다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백성들이다. 윤휴는 백성들이 북벌에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법과 정책을 시행하거나 제안했지만, 과연 백성들이 북벌에 찬성할지도 의문이다. 내가 만약 그 당시를 살고 있는 백성이라면 전쟁에 찬성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북벌에 대한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과 사대부의 의무를 주장하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꿨던 윤휴의 사상은 현대에도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백성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했던 유학자 윤휴의 삶은 당시에 인정받지 못했지만, 현대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금기시 되었던 ‘윤휴’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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