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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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림의 기준을 정하진 않았다. 그림을 보고 눈이 가고 마음이 찌르르 움직이고 관심이 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다시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림, 그것이 내가 그림을 보고 그림에 빠지는 이유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그림을 보고 평가하는 나의 얕은 그림 보기는 그 자체로 힐링의 시간이다. 화가의 그림을 보고 화가의 인생과 그림이 그려진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림은 더 가깝게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화가가 사랑한 주제나 사물을 새삼 알게 되고 그가 천착한 문제에 동참하면서 어느덧 그의 삶과 작품 세계에 부쩍 가깝게 다가서는 걸 느끼게 된다.”(360페이지)

 

영화를 본 후 영화를 촬영한 현장을 직접 가보면 영화가 더 깊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와 화가의 마음을 담은 그림은 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화가가 살았거나 여행을 했던 장소를 직접 다니면서 화가의 흔적을 찾고,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에서 화가의 진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작가 엄미정은 그렇기에 너무나 부러운 축복받은 사람이다. 출판사에 보낸 <예술가의 여행>이란 기획서와 샘플 원고에 대한 출판사의 직접 가보지 않고 쓸 수 없는 책이라는 답을 듣고 난 후 엄미정 작가는 여행을 떠난다. 6주 동안의 그림 여행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스페인, 남프랑스, 독일의 미술관과 박물관, 성당, 모네의 집, 클림트의 길, 세잔의 길 등으로 이어진다. 책으로만 보던 그림을 직접 본다는 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일까?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작가의 힘들지만 설레는 여정의 가슴 떨리는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착각마저 든다. ‘내 여행의 동선보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밟아간 자취를 독자들이 오롯이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10페이지)라고 말하는 작가는 그림 여행을 본 독자들이 예술가의 발자취를 그려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화가가 머문 장소와 마주친 사람들은 화가의 작품의 배경이 되고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여행은 화가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후회 없이 그림여행은 직접 갈 수는 없지만 간접적이나마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1<괜찮다, 다 괜찮다>에서는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여행에서 만나게 된 화가 뒤러, 페르메이르, 클림트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편으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화가,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의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3<원하는 건 오로지 빛과 바람뿐>에서는 모네, 고흐, 세잔, 시냐크, 마티스의 삶과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빛과 바람을 찾아 떠난 이들의 행적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작품과 화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르네상스 미술 양식을 최초로 알프스 이북으로 들여온 독일 출신 화가 뒤러는 미술 이론서를 집필하고 목판화를 책으로 펴낸 출판업자였다. 뒤러는 알프스를 넘어 베네치아로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르네상스를 배우기 위해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고, 50세를 앞두고 네덜란드 여행을 떠났다. 뒤러의 길을 따라 뒤러의 그림 속 장소를 찾아가던 길에 길을 잃어 헤매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길이 어느 정도 정비된 현대에도 이렇게 길을 걷는 것은 힘든데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당시에 뒤러는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 뒤러의 <인스부르크성의 뜰> 연작은 도시의 거리와 건물이 보이고 하늘이 배경으로 존재한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그림 속 고요함, 고요함 너머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착각이 든다면 너무 과한 감상일까? 잠들어 있지만 잠들어 있지 않은 도시, 죽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고요함 너머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국립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 시립미술관이 모여 있는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은 한 곳에서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 생각한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십 년에 이르는 개보수 기간을 끝내고 전관을 재개관(52페이지)했고, ‘반 고흐 미술관은 공사 중인데 며칠 후 다시 개관한다(53페이지)’는 내용을 보면서 박물관 개보수 공사 기간을 잘 체크하고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턱대고 갔다가 공사 기간이 겹쳐 미술관을 관람할 수 없다면 먼 곳까지 찾아간 의미를 잃게 된다. 여행을 갔을 때 이런 부분들을 미리 체크한다면 더 편리하게 여러 곳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델프트에서 태어나 델프트에서 삶을 마친 화가 페르메이르의 작품 중 <진주 귀걸이 소녀>를 가장 먼저 알았다. 엄미정 작가가 여행을 했던 시기에 <진주 귀걸이 소녀>는 해외 전시 중이라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페르메이르를 모델로 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에 매료된 프루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68페이지)라고 한다. 고전 작품 속 화가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는 것도 그림을 더 깊이 있게 감상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보는 여정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로 이어진다. 클림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입맞춤(키스)>이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의 색이었다. 강렬한 두 남녀와 다양한 패턴에 이끌려 작품에 빠져들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클림트의 진품 감상하기이다. 클림트의 진품을 보고 있는 작가의 여행이 배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빈 분리파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주제로 한 <베토벤 프리즈>는 더 강렬하게 클림트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클림트의 작품은 강렬한 이미지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후회 없이 그림여행은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성당 등을 방문할 때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지를 함께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조토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스크로베니 소성당을 방문하기 전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방문 시간 전 15분의 시간은 성당에 입장하기 전 준비 시간이 주어진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방문한다면 조토의 작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앙귀솔라는 생소하지만 최초의 세계적인 여성화가라는 타이틀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르네상스 최초의 여성화가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작가는 그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앙귀솔라는 귀족으로 태어나 궁정의 시녀가 되어 왕비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궁정의 초상화가로 성공한다. 앙귀솔라는 라비니아 폰타나, 바르바라 롱기, 레데 갈라치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같은 여성 화가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당신이 있어주어서, 그런 당신을 알게 되어서, 고맙습니다.”(188페이지)

작가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개최된 <두 여성 화가의 이야기 : 소포니스바 앙귀솔라와 라비니아 폰타나>(2019년 전시)를 관람한 후 전시 표지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온다. 작가가 전시회 이후 마음속으로 앙귀솔라에게 고마움을 표했듯이 나도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앙귀솔라라는 화가를 알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또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행복하게 책을 읽었다. 그 중 가장 감사하고 뜻 깊은 것은 앙귀솔라를 알게 된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밑그림 없이도 뛰어난 그림을 완성해 내는 카라바조, 후원자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살았던 그의 사생활로 인해 그는 젊은 나이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겨우 사면을 받아 로마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 그는 자신과 다툰 기사의 의뢰를 받은 자객의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결국 말라리아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된다. 빛과 어둠의 대비로 강렬한 그림을 그린 카라바조의 화풍은 이후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후원자의 힘을 자신의 힘이라 믿고 오만하게 살았던 화가는 범죄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카라바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예술가의 서사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수련을 그린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를 찾아 활짝 핀 수련을 보고 싶다. 지베르니를 찾아가는 버스 안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모네의 <지베르니 들판>, <지베르니의 건초 더미>를 떠올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림 속 장소를 직접 본다는 것은 신기하고 흥분되는 일이다. 모네가 매혹되었던 지베르니의 물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클림트의 <키스>와 함께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그림 중 하나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 전시실(1실과 2, 302~303페이지)은 사진으로 봐도 압도적이다. 직접 본다면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릴 것 같다.

 

폴 시냐크는 조르주 쇠라의 작품에 매료된 후 점묘법 작품을 찾아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화가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쇠라의 점묘법을 나와 같은 일반인도 알게 된 것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화가들을 만나고, 논문을 통해 점묘법을 홍보한 시냐크의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냐크에게 미안해해야 할지도 모른다’(365페이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점묘법하면 쇠라만을 알고 있었던 나 또한 시냐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냐크를 다시 기억할 수 있게 해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폴 시냐크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소개한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황금의 섬, 예르 제도>’(370페이지)를 봤다. <황금의 섬, 예르 제도>는 작은 페이지 안에 더 작은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이다. 황금빛 모래 알갱이와 바다로 퍼지는 빛 알갱이들과 수평선 너머 멀리 보이는 섬으로 지고 있는지 혹은 뜨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태양의 끝자락이 보인다. 코로나로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지금의 나에게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는 바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다를 본 듯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한 화가의 작품을 보기 위한 여행은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거나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게 한다. 한 도시 안에서 성당과 교회로 갔다가 미술관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한 사람의 작품을 감상한다. 각각의 작품은 화가가 여러 후원자를 만나거나 여행을 하면서 그렸기 때문에 혹은 작품을 구매하거나 기부 받았던 사람이나 기관의 위치에 따라 작품이 전시된 곳은 여러 곳으로 분산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에는 고흐의 작품이 여러 작품 모여 있지만 고흐의 전 작품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지는 않다. 고흐의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미정 작가의 그림 여행은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림을 보고 있다 보면 원작을 직접 눈앞에서 원하는 순간마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예술품 수집에 열을 올린 이유도 이해가 된다. 보르게세 추기경이 숙부 교황 바오로 5세의 위세를 내세워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을 빼돌리고 카라바조의 작품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병든 바쿠스>를 세금 대신 몰수한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렇다고 비도덕적인 행동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에 아른거리는 작품은 도록을 통해 본다 해도 원본의 강렬함을 재현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원자들이 예술가를 후원하고 작품 수집에 몰두했을 것이다. 단순히 작품만을 설명하지 않고, 화가와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니 그 작품과 예술가가 더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화가 클림트의 길을 따라 가 보았고, 처음 알게 된 여성화가 앙귀솔라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게 이 책은 아주 귀한 책이다. 전문적인 미술 이론과 여행 에피소드를 함께 소개해주어 더 쉽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화가를 알고 싶거나 그림을 보고 그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분, 코로나 종식 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 역사적인 유적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분, 더 깊이 있는 교양을 쌓고 싶으신 분 등등의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엄미정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다음 책이 나오기 전에 엄미정 작가의 번역서들을 먼저 읽어 보고 싶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분에 읽는 동안 책이 안내하는 세계로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발췌글

46~47

왕성한 호기심으로 걸음마다 마주친 여성들의 복식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았으며, 신기한 동물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한걸음에 달려가길 주저하지 않았던 화가. 마치 오늘날의 여행자들처럼 그는 하루하루 빵 값과 팁, 숙박료까지 꼼꼼하게 금전출납부에 기록했으며, 지나치는 도시의 인상을 한두 줄로 간략히 적고 재빨리 스케치하곤 했다. 뒤러에게 길은 곧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였으며, 하루에도 몇십 킬리미터를 걷는 고행은 새로운 사유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85

그의 일상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채를 구별하는 과정이었다. 어디로도 떠날 수 없었던 대식구의 가장. 기껏해야 덴하그에 갔다 오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던 화가. 페르메이르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마도 캔버스 속 그 어디였을지도 모른다.

 

88

여행은 난생처음 가보는 곳도 새로워서 좋지만, 갔던 곳을 다시 가보는 것도 꽤 즐겁다.

 

90

세기말 오스트리아 빈의 불안과 혼돈,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에게도 풍경은 위로였으며 자연은 휴식의 다른 말이었다. 그의 풍경화에는 자연에서 느낀 기쁨과 평화, 일체감이 담겨 있다.

 

104~105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문화예술의 도시 빈에서 박물관 지구가 써내려갈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149

백조의 노래(예술가들의 마지막 작품을 상징)

 

160

우연히 손에 넣은 책의 지은이에 매혹되어 홀연히 떠났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자기의 삶과는 완전히 달랐고 자기와는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게 가능할까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앙귀솔라의 그림을 보게 되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될까······.

 

265

건축물에 여러 재료의 다양한 빛을 끌어들이는 바로크의 특징은 이탈리아와 다를 바 없지만, 스페인의 바로크는 장대하면서도 보다 섬세하게 감정을 자극한다.

 

271

톨레도에서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본 카잔차키스처럼 예술작품을 보면서 모든 것, 인간과 짐승, 미래와 과거,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사실을 어느덧 깨달았기 때문이다.

 

292

초록 이파리를 바탕처럼 깔고 빨강, 노랑, 주황, 보라, 흰색의 꽃들이 자유롭게 나부끼며 화려한 페르시아 융단처럼 잘 직조된 조화를 이룬다. -중략- 모네는 이 놀라운 정원을 손수 일구고 가꾼 총감독이었다. -중략- 색채 구도에 따라 식물 배치를 변경하고 항상 푸른 잎이 시들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이 정원을 여러 작품으로도 남겼다.

 

328

화가들이 세상을 그린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그린 그림이 현실을 창조하기도 한다.

 

357

세잔에게 풍경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이자 지구의 첫 날이며 온 우주였을지 모른다. 그는 평생 길 위의 화가로 살았고, 그의 예술은 새 시대 새로운 미술의 길이 되었다.

 

397

결국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작품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나중을 계산하지 않고 전적으로 작품에 자신을 던져햐 한다. 그래야 작품에 화가의 존재 전체가 담긴다.’(잭 플램, <<마티스 회고전>>)

 

414

살다 보면 가끔 가보고 싶었던 곳을 정말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되는 행운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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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 세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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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는 현실과 환상의 장면을 섞어 한 남자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이번에 아사다 지로가 선택한 것은 지하철이다. 지하철은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빨리 더 멀리까지 실어 보낸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지하철은 역마다 정차해 사람을 태우고 누군가는 내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종착역에 도착한 후 다시 출발과 도착의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다케와키의 삶도 지하철처럼 출퇴근을 하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정년퇴직 송별회는 그러한 반복의 끝을 알리는 신호다. 송별회 이후 오랫동안 출퇴근을 도왔던 지하철 안에서 쓰러진 다케와키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간다. 반복의 끝은 멈춤이라고 말하는 듯 다케와키의 일상도 멈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케와키를 입사 동기 홋타는 짧은 시간 들여다보고 돌아간다. 어린 시절 보호시설에서 함께 자란 나가야마는 친구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계속 찾아오고, 다케와키를 아버지라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위 다케시는 슬퍼할 아내를 위해 퇴근 후 다케와키를 지킨다. 40년을 함께 한 아내 세스카와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딸 아카네는 남편과 아버지가 빨리 의식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어린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하루야는 자신과 함께 가려는 아버지를 더 있다 나중에 오라는 말로 남겨두고 떠난다. 집중치료실 간호사 고지마는 20년 동안 지하철에서 마주친 다케와키가 의식이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지켜본다. 이들의 염원대로 다케와키는 깨어날 수 있을까?

 

당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나를 버려도 괜찮아. 나는 남자니까 당신 없이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몇 가지 소원을 들어줘. 서른다섯 살의 아름다운 당신과 지하철을 타고 싶어. 예순 살의 더 아름다운 당신과 아름다운 고향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싶어. 순결한 엄마가 성스러운 아기를 낳은 그날 밤을.’(415페이지)

 

의식이 없는 다케와키는 몸은 병원에 있는 상태로 꿈과 현실이 혼동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눈 내리는 밤, ‘이라는 뜻의 이름을 한 마담 즈네와 함께 프랑스 레스토랑을 찾아 좋아하는 메뉴로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자신의 기억 속 해변에서 시즈카를 만나 함께 음료수를 나눠 마시고 식사를 한다. 집중치료실 옆 침대에 누워있는 사카키바라가 다케와키에게 말을 걸어오고, 그의 추레한 차림과 거침없는 말투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함께 병원을 나가 대중목욕탕을 간다. 포장마차에서 좋아하는 안주로 정종을 나눠 마시고 병원으로 돌아온다. 더 이상 삶의 미련이 남지 않았던 사카키바라는 병원으로 돌아와 임종을 맞는다. 가족들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임종을 지킬 사람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다케와키의 사위 다케시가 마지막까지 사카키바라의 옆을 지켜준다. 사카키바라를 배웅하러 간 지하철에서 다케와키는 사카키바라의 첫사랑 미네코를 만나 함께 지하철을 탄다. 자신이 버린 첫 사랑 후즈키가 찾아오지만 이야기는 나누지 못한 채 후즈키는 사라진다. 지하철을 탄 열다섯 살의 미네코와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의 아기 때 기억을 되찾는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하루야를 만나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엄마와 동생과 조카들 곁에서 더 있다가 오라는 말을 한 후 이별한다. 노년을 시작으로 다케와키의 시작점인 버려지는 순간까지 그는 자신이 너무나도 궁금하고 만나고 싶었던 그 사람과 함께 한다.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왜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은 행복한 아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버려졌다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불행할 것이라고 단정 짖고 기억을 지워버리면서 살았던 다케와키는 그 기억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다.

 

내가 스물이 되면 당신은 서른다섯. 내가 스물다섯이 되면 당신은 마흔. -중략- 내가 마흔이 되면 당신은 쉰다섯. 내가 예순다섯이 되면 당신은 여든.’(409페이지)

 

열다섯 소녀는 엄마가 되고, 자신과 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선택한다. 공습으로 모든 것을 잃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운 채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소녀에게 엄마로 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절망적이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다. 하지만 그 순리를 따르지 않았다 해도 그 상황과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내 잣대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참한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 전쟁 후 복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급성장한 사회는 전쟁의 처참함과 빈곤함을 빠르게 지워나갔다. 미네코와 사카키바라는 전쟁으로 빈곤한 시대에 빈곤하게 살았다. 다케와키와 나가야마는 풍족한 시대에 빈곤하게 살았다. 그 시대를 살아가고 버티기 위해 풍족한 시대를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더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 버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일을 했던 다케와키는 일의 끝인 정년 송별회를 끝으로 의식을 내려놓는다. 비로소 쉼의 시간을 갖게 된 그는 생과 사의 선택의 순간 생의 의지를 내려놓으려 한다. 그 순간 찾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생의 의지를 깨워준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사람으로 인해 치유 받는 것이 더 크다. 다케와키는 자신의 삶이 불행한 삶이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잘 살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번도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 없던 다케와키는 훌륭하게 잘 살았다’, ‘힘들었겠다’, ‘살 권리등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내 세쓰코와 노인 사카키바라는 그가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버려져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보호시설에서 자라야 했던 다케와키의 유년은 불행하고 힘들었지만, 미래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갔기에 훌륭한 삶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태로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도 그 또한 어려운 일이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이룬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비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준 다케와키에게 나도 훌륭하게 잘 컸다고 말해주고 싶다.

 

겨울이 지나간 세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 당시와 전쟁 후의 일본의 시대상과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아 기른다. 모든 부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다. 다케와키의 부모는 아이를 버렸고, 다케시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는 무책임하게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두 아이의 유년 시절은 불행했고, 성장한 후까지 영향을 미쳤다. 다케시는 나가야마와 아내의 부모에게서 받지 못했던 사랑을 받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되돌려주는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사람을 통해, 상황을 통해, 경험을 통해서 계속 더 나은 나로 성장한다. 겨울이 지나간 세계는 어른들의 성장이야기이다.

 

네게는 살아갈 권리가 있어.”(419페이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살아갈 권리와 의무가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가 되어 홀로 살아가야 할지라도 세상에 태어났으니 스스로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 있다. 생명존중과 존재의 권리와 더불어 의무도 잊지 않기를.

 

 

발췌글

9

땅거미가 내리자 눈이 찾아왔다.(첫 문장)

 

55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이상하다. 아마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에 모든 걸 잊어버린 게 아닐까?

 

71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와 장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눈이 핑핑 도는 고도 경제 성장 속에서, 고생이란 말은 이미 죽은 말이 되었다. 전쟁은 없었다. 기회는 공평했다. 숙명적인 어려움에는 최대한 원조가 있었다. 그런 시대에 고생은 비유적인 표현이거나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가혹한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

 

72~73

인간에게는 여러 욕망이 있다. 더구나 욕망의 양은 똑같지 않다. 그래서 야심이 있는데 부지런하지 않다든지 잠을 적게 자는 대신에 대식가라든지 돈을 빌려서라도 도박을 한다든지 한다. 그런 욕망을 수치화해서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면 형태가 크고 아름다울수록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인간의 그릇이다. 내 그릇은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 점인데, 개인적인 욕망의 총량은 일정해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이와 함께 형태가 변한다.

 

88

출생의 열등감을 없애지 않으면 남들처럼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언젠가부터 어린 시절의 기억에 뚜껑을 덮었다.

 

94~95

적당한 화제가 없을 때, 또는 예민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음식 이야기가 최고다. 하지만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그것도 상대의 나이에 따라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고생을 모르는 애송이라고 무시당할지도 모르고, 상대가 고생담이라도 늘어놓으려고 하면 즉시 분위기가 썰렁해지니까. -중략- 1951년 출생인 나는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된 최초의 세대였다.

 

127

인간은 싫은 일을 금방 잊어버리죠.”

 

192

따분함은 참 좋다.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 오직 사고와 상상만 하는 비생산적인 시간. 옛날 인류는 풍요로운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며 살다가 우아하게 눈을 감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일들은 나태함이 되고 비생산적인 행위가 되었으며,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을 봉쇄하며 살게 되었다. 아무리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도 그런 인생은 너무나, 그런 죽음은 너무나 빈곤하지 않은가. 육체가 자유를 잃어버리자 모든 기억이 시간 순서를 잃어버리고 어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진다. 과거를 되돌아볼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인생의 모든 귀중한 일이 앨범에 정리하지 않은 사진처럼, 또는 컴퓨터에 저장되어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는 자료처럼 언제 일어난 사건인지도 모른 채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몰랐던 따분함이라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9

내 뇌의 밑바닥에는 이렇게 수많은 기억이, 열릴 일이 없는 창고 안에 있는 물건처럼 제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가.

 

225

세상에는 잊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231

잃어버린 풍경은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옛날에는 어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릴 수 없다. 다만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있었을 거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235

나는 쏟아지는 함박눈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 속에서 태어나 도로에 떨어지는 순간 한 방울의 물로 변하는 덧없는 눈이었다.

 

237

세상의 굴레가 없다는 건 고생의 절반은 없다는 뜻이니까.

 

241

죽음은 허무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도중에 시간에서 해방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겨우 몇 분일지라도, 죽는 사람에게는 수십 년이나 또 하나의 인생이라고 할 만큼, 아니 영원으로 여겨질 만큼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애초에 시간이란 것은 너무나 모호하지 않은가. 소년의 하루와 노인의 하루가 같을 리가 없다. 객관적으로는 똑같아도 주관적으로는 각각 다르다. 그렇다면 죽음을 앞두고 육체가 쇠약해진 순간에는 각각의 정신, 다시 말해 주관적인 시간이 새로이 나타나고 사회가 정한 객관적인 시간은 무의미해지는 게 아닐까?

 

258~259

당장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사람과 헤어진 뒤의 기분은 그런 법이다. 상대가 애인이든 친구든, 한순간의 이별이든 영원한 작별이든,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것이 분명하다. 마음속에 텅 빈 공간이 생기고, 그때 자신의 처지에 상관없이 마치 무인도에서 눈을 뜬 표류자처럼 때와 장소를 잃어버린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그런 경험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321

배워서 얻는 지식과 달리 따뜻함이나 자애로움은 본래 부모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없는 아이에게는 누가 남들만큼의 따뜻함이나 자애로움을 줄까?

 

372

무엇을 해도 된다라고 생각하면 풍요로운 시간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면 빈곤한 시간이다. 노후는 이 두 가지가 상반되는 게 아니라 똑같은 뜻이 되는 시간이다.

 

398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존재. 내가 나누어 준 생명. 흐르고 또 흘러서 행복의 항구에 도착했으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사는 자들이리라.

 

406

옛날 사람들은 다들 개성이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빼빼 마르기는 했지만 각각의 얼굴에 각각의 인생이 배어 있었다. 물론 그들이 짊어진 인생은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지만. 풍요로운 사회가 인간에게서 개성을 빼앗는 건 아닐까?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408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모두 불행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기 일만으로도 벅차다고 변명을 하면서.

 

410

고아에게 최대의 핸디캡은 사랑의 결여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인생의 핵심이나 중심이 될 수 있는 것, 모든 행위에 도덕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이럴 때 아버지라면 어떻게 할까, 어머니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을 우리는 가질 수 없었다.

 

416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 그러니까 당신도 뒤돌아보지 마.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에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니까. 나도 당신도 행복해져야 해. 누가 봐도 최악의 선택이지만 우리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이 어찌할 수 없는 밤을, 적어도 우리만의 성스러운 밤으로 만들기 위해.

 

417

버린 것이 아니다. 숨겨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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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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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천장 아래 여자들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을 구분하는 사회와 성별화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양한 사례와 통계 자료를 통해 젠더화된 사회화와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별 불평등을 설명한다. 노동환경에서의 성별 불평등과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가정 내 성 불평등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보다 낮게 평가되고, 임금도 더 낮게 지급되고 있다. 왜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일까?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왜 직장 내 성별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을까에 답을 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 한다

 

남자는 씩씩하고 힘이 세다, 여자는 연약하고 눈물이 많다, 분홍색은 여자의 색이고 파랑색은 남자의 색이다, 여자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남자 아이는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여자는 얌전하고 조신해야 한다등등의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정관념은 셀 수 없이 많다. 고정관념은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주입되고 어느 순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고정관념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성별 고정관념은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이어져 직장 내 성별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농업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노동을 함께 했고, 노동 역할은 구분되기도 했지만 겹치는 부분도 많았다. 산업화 이후 여성과 남성의 노동 역할은 남성에게 지불노동을, 여성에게 가정을 돌보는 부불노동을 할당’, ‘남성이 여성과 아이를 부양한다’(53페이지)는 것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성별에 따라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직업 고정관념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직장 내 불평등이 생겨났다. 여성과 남성의 노동 역할에 대한 구분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산업화 이후 만들어진 노동 역할에 대한 생각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이 하는 가사와 노동은 남성의 임금 노동에 비해 저평가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낮아지고 남성과 여성의 승진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평등한 사회라 말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직업 현장에서 성별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다.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은 결혼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하는 여성과 남성이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면, 육아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둔다. 육아를 위해 사직을 할 때 여성이 사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입된 고정관념이다. 여성은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이 되어 재취업의 기회도 희박해진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기존에 했던 일보다 더 직급이나 임금이 낮은 곳에 취업하게 된다. 직장을 계속 다니는 남성의 입장에서도 경력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게 되면서 가족과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전통적인 젠더 역할에서는 여성에게는 일자리를 희생시키고, 남성에게는 가정을 희생하게 한다.

 

여성과 남성이 승진하고 책임을 맡을 기회가 균등해지는 것은 조직의 인사정책과 관행, 그리고 법 집행기구의 활동에 따라 달라진다’(207페이지)고 한다. 여성과 남성의 승진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기업과 국가는 직장의 인사정책과 법 정책을 통해 여성 노동자도 남성 노동자와 같은 교육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더불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일과 가정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갖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일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회화 과정에서 더 고정되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고정관념을 계속 고집한다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성별에 따른 직업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정책과 더불어 학교 교과 과정에서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미 시행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를 읽고 페미니즘만을 강조하는 책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한 객체로서의 개인, 모두가 평등한 기회와 조건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책이라 생각한다.

.

발췌글

22

사람들을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것을 성별 구분이라고 한다.

 

23

젠더구분은 생물학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과장하는 사회적 과정을 일컫는다. 젠더 구분은 어떤 활동이나 관심사, 장소 역시 남성적인 것 혹은 여성적인 것으로 구분한다.

 

25

문화는 종종 우리를 현혹시켜 생물학적인 성별이 여성과 남성의 행동, 그리고 살아온 인생의 결과상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젠더는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젠더 구분에서 비롯된 사회적 구성물이다.

 

26

많은 사회에서는 종교, 외모, 나이, 성적 취향, 경제적 지위 역시 사람을 집단으로 나누는 중요한 근거다. 미미한 생물학적 성차를 과장하듯, 사회는 나이, 인종, 민족을 근거로 사람들의 작은 차이를 공들여 고착화한다.

 

32

사회는 어떤 활동이 한쪽 성별에 적합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노동을 젠더화한다.

 

42

젠더는 조직의 관행을 허용함으로써 노동을 젠더화하기도 한다.

 

84

모든 불평등한 시스템의 배후에는 차별적인 보상과 기회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버티고 있다. 젠더 이데올로기는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가정의 집합을 말한다.

 

89

고정관념은 과잉학습의 산물이기 때문에 상습적이고 자동적이다. 따라서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중략- 누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모든 사회구성원, 즉 장래의 노동자, 고객,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들에게 업무를 할당하여 임금을 정하는 고용주에게 영향을 미친다.

 

108

젠더 역할의 사회화는 가족, 동료, 학교, 직장, 미디어 등의 사회제도가 여성과 남성에게 용인 가능한 옷차림, 화법, 인성, 여가활동, 포부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주입하는 과정을 말한다. 젠더 역할의 사회화는 여러 방식으로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한다. 우선 이를 통해 여성은 가정에, 남성은 직장에 더 치중하게 만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아이는 아이를 낳고 요리를 하며 집안일을 원하도록 사회화되는 반면, 남자아이는 돈을 벌고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일 다음으로 미루도록 사회화되었다.

 

186

업무와 관련된 권한을 행사하는 문제에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더 불리하다.

 

187

조직 내 최고위직을 차지한 엘리트 집단 내에서 남성의 비중은 지나칠 정도로 큰데, 이런 현상을 두고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중략- 일반적으로 한 조직에서 권한의 수위가 높을수록 여성의 비중이 적어진다.

 

246

이 세상 많은 지역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46~247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자질과 능력을 보유한다고 여기는 성별 고정관념은 만일 고용주가 이 고정관념을 근거로 고용, 배치, 승진 결정을 내릴 경우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85

젠더격차의 크기가 상이하긴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 노동을 많이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91

많은 여성은 직업상의 목표와 가족 내에서의 목표의 갈등을 경험하고 한쪽 영역에서의 성공은 다른 영역에서의 성공을 희생해야 가능하다.

 

292

전통적인 젠더 역할은 남성이 가정보다 경력을 우선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남성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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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인문학 - 생명의 근원에서 권력의 상징이 되기까지, 역사와 문학, 신화와 과학으로 살펴보는 물 이야기
베로니카 스트랭 지음, 하윤숙 옮김 / 반니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수도를 틀면 물이 나온다. 수도시설이 없던 시대에 물은 마을 공동 우물이나 집안에 있는 우물에서 퍼 올려 사용했다. 수도의 발명으로 사람들은 수도꼭지만 틀면 물을 마실 수 있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흐르는 하천의 물과 땅 속에 존재하던 물을 인간은 필요에 의해 생활 속으로 끌어당겼고, 그렇게 물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변화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 몸의 대부분은 수분으로 구성(인체의 약 67페센트-43페이지)되어 있고, 인간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생명체는 죽게 된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도 발작이나 혼수상태를 일으키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은 적거나 또는 너무 많이 섭취해도 사람을 죽게 만든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물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물의 인문학은 물과 인간의 관계와 인간이 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초기 학자들은 물이 거대 지하 저수지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저수지를 타르타로스라고 불렀다. 물이 지하에서 왔다는 이론은 18세기까지 이어진다. 또 다른 주장은 물이 하늘에서 왔다는 것이다. 고대에는 하늘에도 강이 있다고 믿었다. 물의 기원에 대해 신화적, 종교적인 부분과 연결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의 인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끌어당긴 것은 물의 신화였다. 여러 문명권에 신화가 존재하고 모든 신화에 이 등장한다. 호주신화, 수메르 신화, 바빌로니아 신화, 성경, 이집트 신화, 중국 신화 등 동서양의 대부분의 신화에 무질서와 혼돈을 상징하는 대홍수가 등장한다. 무질서와 혼돈을 지나 물은 빠지고 드러난 뭍에 남은 인류는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렇기에 은 죽음임과 동시에 삶을 나타내는 요소이다. 신화 속에서 물은 살아 움직이고, ‘으로 형상화 되고 숭배의 대상이 된다. 물은 사람을 살리지만, 분노한 물은 사람을 공격해 거의 절멸 단계까지도 몰아넣는다. 하지만 결코 완전히 멸망시키지는 않고, 신을 섬기는 사람들 중 누군가를 살려 인류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인간은 물을 숭배하던 단계를 넘어 물을 가두고 다스리는 단계로 넘어간다. 순환하는 물을 관리하고 어떻게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정치권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을 다스리는 자, 왕이 되어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치수 사업은 왕의 권위를 지키는 데 중요한 과업이 된다. 아시리아의 센나케리브 왕은 댐을 건설해 바빌론을 공격하고, 목화 재배를 가능하게 만든다. 정원과 대농장에 물을 공급하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우물을 선물해 자신의 업적을 새긴다. 중국 우 황제는 치수 사업으로 왕조를 세우고 제국의 권력을 유지한다. 물을 잘 다스리고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권력자는 성군이 되어 많은 권력을 쥐게 된다. 사람들은 물을 함께 사용하고 물길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연결된다. 세계 거대 문명의 발상지는 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그 덕분에 세력을 키워갈 수 있었다. 물이 공급되는 상수시설이 갖추어진 도시는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도시로 성장한다. 상수 시설만큼 중요한 것이 오수를 버리는 하수시설이다. 로마는 상수 시설과 하수 시설이 모두 잘 갖추어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도시가 된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물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물길이 마르고 물길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물을 잃은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고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도 물의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을 지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공학 기술과 과학의 발달을 이용해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둔다. 흐르는 특성을 갖는 물을 가두게 되면서 인간은 물이 필요할 때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연 파괴와 더불어 댐이 파괴될 때 물에 잠기는 위험 요소를 함께 안게 된다. 물은 인간에게 삶과 풍요를 안겨주었지만, 인간은 개발을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오염으로 탁해진 물은 생명의 물이 아닌 죽음의 물로 변하고 있다. 인간의 개입으로 막힌 물길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막은 물길이 인간에게 자연 재해와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여러 나라를 통과하는 큰 강의 경우 특정 국가가 댐을 건설해 물길을 막게 되면서 하류에 있는 나라는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표적으로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분쟁을 불러왔고, 나일 강은 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의 분쟁을, 요르단 강은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파키스탄의 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미래에는 물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물의 흐름을 막고 독점하려 한다면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져야 하는 공공제로 존재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은 지켜져야 한다. 물의 속성처럼 고이지 않고 흐를 때 물은 썩지 않고 맑은 물로 존재한다.

 

물은 신화 속 신적인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물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이다. 물은 과학의 발달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이용가치가 높아져 경제 발달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물은 인류가 농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농업 혁명을 일으켰고, 산업화의 물결에 영향을 미쳐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물의 흐름은 계속되고,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은 흐르는 물길을 막아 필요에 따라 사용한다. 물은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이로운 존재이자, 생명을 앗아가는 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물은 이중적인 의미로 신성한 의미와 불길한 의미로 함께 사용된다. 신성한 물은 인간을 정화시키고, 불길한 물은 인간을 오염시킨다. 선함과 악함, 신성함과 불길함, 생명과 죽음 등의 물의 이중성은 우리에게 물의 소중함과 더불어 물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물의 인문학은 물의 이중성과 더불어 물에 관련된 많은 정보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물은 잘 사용하면 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 물을 약으로 또는 독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답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발췌글

10

물은 우리 정서와 상상 속에도 스며들어 수많은 생각의 비유를 제공한다. 종교적 믿음 속에도 물이 흐르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습 속에도 물이 흐른다. 물은 말 그대로 삶의 모든 측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이며, 언제나 그래 왔다.

 

12

인간이 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하는 점은 자연적이면서 동시에 문화적이다.

 

41

모든 생물군은 공기, 토양, 세포들을 거쳐 가는 물의 이동에 의존하며 모든 것이 물로 연결되어 있다.

 

43, 45

생물군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지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인체의 약 67퍼센트가 물이다. 인간의 치아는 바위와 같아서 물의 비율이 12퍼센트를 약간 넘는 정도다. 인체의 버팀목과 같은 뼈는 22퍼센트가 물이며, 비옥하고 자원이 풍부한 습지대에 비유할 만한 뇌 조직은 73퍼센트가 물이다. 그리고 물보다 진하다는 피는 80 내지 92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54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아주 초기 단계부터 인간 사회는 시간 속을 흘러가는 존재의 흐름을 묘사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물의 이동을 관찰해 그것을 토대로 하여 인간이 형태를 띠었다가 죽는 순간 다시 형체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관념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64

신성한 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의식에서 여전히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탄생과 죽음을 나타내는 핵심적 이행, 즉 물질적 존재로부터의 이행 그리고 물질적 존재로의 이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했다. 또한 오염과 무질서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해 죄를 씻는 의식에서,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악마를 쫓는 의식에서 신성한 물이 이용되었다.

 

66

날씨란 물이 이동하는 것, 물의 형태가 바뀌는 것, 물이 하늘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 물이 얼고 흐르는 것과 같다.

 

73

물은 말 그대로 지구 곳곳에 물질을 운반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원의 흐름을 나타내는 중요한 비유로도 쓰인다.

 

74~75

물은 개인, 가족, 친족, 사회 전체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해주며, 절실하게 필요하고 원하는 것들을 생산하도록 해준다. 물은 생물학적 삶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삶에도 동력을 공급해물질적 생산과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80

강은 수원지에서 내려오는 동안 점차 생태계 전체에 관여하고 다른 물질을 흡수하며 농경과 산업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문화에 동화된다. 강어귀에는 많은 도시가 위치하고 있어서 국제적인 세련된 분위기를 띤다. 생명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강은 생명력과 을 잃고 이리저리 구불구불 흐른다. 마침내 바다에 닿은 강은 형체도 없이 흩어지고, 강의 본질은 높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이와 같은 비유적인 물 순환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강은, 비록 유한한 물질적 여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95

에밀 뒤르켐은 인간 사회의 종교적 믿음이 그 사회의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처리 방식을 반영한다는 것을 관찰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체로 연장자가 지도자 역할을 하는 수렵 채집 사회는 평등주의적인 종교 관념을 지녔으며, 이 종교 관념 속에서는 감각을 지닌 풍경이 생성적인 물 덕분에 생명력을 지니게 되며 많은 영적 존재를 그 안에 지니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러한 존재들도 자원이 가장 풍부한 수원지 부근에 모여 있어서, 인류 역사의 가장 초기 단계 이후로 샘과 그 샘이 지닌 형태 변화 능력은 모든 곳에서 숭배 대상이 되었다.

 

111

수렵 채집 생활자가 조상 전래의 영적 존재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던 지역적 사고는 물이 창조적, 생성적 근원으로서 지니는 의미를 매개로 하여 비교적 매끄럽게 초기 농경 사회의 홍수 중심적 우주론 모델로 이행할 수 있었다. 또한 초기 농경 사회들은 물의 동력과 함을 상징하는 신을 공경하고, 이 신을 달래려는 유사한 형태의 의식도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132

물의 공급을 지배하는 능력으로 농업 생산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정교한 기술을 확보한 사회가 새로운 생산양식을 발달시킴으로써 물과 권력의 관계는 더욱 더 분명해졌다.

 

164

과학이 대중 담론을 지배하고, 19세기 말 무렵에는 유럽에서 물이 지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인간에게 완전히 길들여졌다.

 

180

물을 다스리는 사람, 그리하여 물을 제공하는사람은 그 속에 권력이 반영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186

커다란 사회적 변화는 언제나 물에 반영되었다.

 

193

물을 갖는다는 것은 권력을 갖는 것이고, 생명을 갖는 것이며, 생성적인 힘을 갖는 것이었다. 따라서 댐의 규모가 클수록 강대국이었다.

 

198

산업 차원에서 물을 개발해 풍족함을 누리게 되자 가정에서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고 여행과 레저 활동도 대중화되었다. 새로운 여행객들이 생기자 문화적 경계를 넘어 믿음, 지식, 물건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247

인간과 물의 관계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역사를 살펴보면, 지속 가능성이 경쟁보다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 모든 인간과 인간 이외 종의 이익에 확실히 부응하는 지배 형태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52

모든 문화 집단마다 그들만의 음악과 이미지, 그리고 물과 다시 연결되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중략- 사회는 물이 정말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물은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 사이를 흐르며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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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공의 힘 - 스스로 해내는 공부의 폭발력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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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부는 항상 혼공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너무 바빠 나의 공부를 도와줄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만 했다. 내가 주도해서 하는 학습을 넘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계획한 후 스스로 실천하고 그 결과 또한 스스로 책임지는 공부, 이것이 나의 혼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나의 아이들도 혼공이 가능할 것이라 믿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나의 생각과 다르게 아이들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탐구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 이런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안 되는 걸까?’라는 의문에 대해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라는 자문자답을 한 후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화를 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지 않아 아이들과 사이가 점점 나빠지면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아이들의 공부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혼공의 힘은 나의 고민에 답을 주는 책이다.

 

혼공의 힘1<혼공을 만드는 9가지 핵심 원칙>, 2<유형별 혼공의 12가지 전략>, 3<부모가 꼭 알아야 할 5가지 혼공 지침>, 부록 <혼공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혼공할 수 있는 원칙, 전략, 지침, (실행)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1<혼공을 만드는 9가지 핵심 원칙>에서 공부는 진실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 ‘나를 알고 나면 전략은 저절로 생긴다’, ‘작은 성공으로 긍정적 자기개념을 쌓아간다’, ‘성적 향상의 관건은 집중력’, ‘꼭 맞는 목표를 찾아 실천’, ‘자신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길게 보고 더디 가는 게 실력’, ‘시간을 다스릴 줄 알면 시간이 남는다’,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성공9가지 핵심 원칙을 설명한다.

첫 번째 원칙, ‘공부는 진실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대입 입시를 목표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이다. 다른 아이보다 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원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혼자 계획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학원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아이와 부모의 불안감은 깊어지고 학원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공부를 진실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계획해서 공부할 때 진실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칙, ‘나를 알고 나면 전략은 저절로 생긴다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한다. 공부의 신들이 말하는 공부법을 보고 따라하다 보면 초반에 지쳐 금새 포기하게 된다. 남의 공부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 시간과 과목, 목표와 방법을 계획하고 실천한 후 스스로 평가해 문제점을 찾아 보완한다.

세 번째 원칙, ‘작은 성공으로 긍정적 자기개념을 쌓아간다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공 경험이 계속되면 자신감이 붙어 자존감도 높아진다. 긍정적 자기개념이 쌓일수록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공부의욕이 생긴다. 아이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면 아이와 부모 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고, 아이의 긍정적 자기개념이 더 많이 쌓이게 된다.

네 번째 원칙, ‘성적 향상의 관건은 집중력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도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도 없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강요에 의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는 공부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힘겨워진다.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무작정 공부하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에서 집중력은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 아이의 공부의지를 키울 수 있을까?

다섯 번째 원칙, ‘내게 꼭 맞는 목표를 찾아 실천한다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맞는 목표 찾기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계획을 세워야 포기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해 성공 경험을 반복할수록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여섯 번째 원칙, ‘자신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 습관을 들이게 되면 자신감이 생겨 독립심과 자립심이 길러진다. 아이 스스로 성공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를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윽박지르거나 공부를 강요한다면 아이의 자신감은 떨어지게 된다.

일곱 번째 원칙, ‘길게 보고 더디 가는 게 실력이다의 원칙을 보면서 시험을 위해 단순 암기에만 치중했던 나의 공부법을 되돌아보게 된다. 시험을 본 후 어떤 지식은 남고, 어떤 지식은 휘발되어 사라진다. 이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보다는 입시 위주, 성적 위주의 공부에 치중했기 때문에 지식이 휘발되어 사라지게 된다. 유태인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파악하고, 창의성과 잠재력을 계발시키기 위해 꾸준히 지도하고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교육을 하는 우리의 교육은 빠른 시간에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길게 보고 더디 가는 것을 참지 못하게 된다. 천천히 생각하고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아이들, 스스로 공부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아이의 노력뿐만 아니라 부모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여덟 번째 원칙, ‘시간을 다스릴 줄 알면 시간이 남는다는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맞게 시간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할 때 더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고 해도 시간 관리를 하지 못하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체력이 고갈되어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아홉 번째 원칙,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성공이다에서는 첫 번째 원칙부터 여덟 번째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공부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와 아이 스스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와 목표를 설정한 후 공부 계획을 세워 인내심을 갖고 반복하다 보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 습관이 만들어진다.

 

2<유형별 혼공의 12가지 전략>에서는 유형별로 혼공이 어려운 사례를 들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드는 12가지 전략을 설명한다.

인터넷에 빠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다’, ‘우울감이 높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 ‘충동적이며 자기 통제력이 낮다는 것이 문제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제하려고 할 때마다 아이들과 싸우게 되면서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된다. 나와 같은 엄마들과 인터넷에 빠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검사 체크리스트가 있어 스스로 인터넷 중독 정도를 체크하고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테넷에 빠져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에서 시작된 <유형별 혼공의 12가지 전략>목표가 없어 공부할 이유를 모르는 아이’, ‘엄마의 인형이 되어 공부하는 아이’ ,‘해도 해도 안되는 슬럼프에 빠진 아이’, ‘시험만 보면 불안해지는 아이’,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 ‘엄마의 잔소리와 싸우는 아이’,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딴 생각만 하는 아이’, ‘학습부진에 빠져 노는 게 더 좋은 아이’, ‘아이돌 스타에만 정신이 팔린 아이’, ‘항상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아이’, ‘공부보다 잠을 더 많이 자는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나와 아이가 해당되는 유형을 찾아보고(하나 또는 여러 개) 유형의 특징을 분석한 후 나에게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이의 문제 유형 뿐 아니라 부모의 문제 유형을 찾고 함께 이야기 해본다면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와 부모 모두 스스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2부에서는 유형별 사례를 제시하고, 문제점을 진단한 후 해결방법과 사례의 정도를 진단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실어놓았다. 아이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 원인에 해당하는 사례를 읽고 체크리스트로 자가 진단을 해본다면 아이 스스로 문제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부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5가지 혼공 지침>을 실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아이의 학습 특성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에 대해 아는 것만큼 부모 또한 아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 아이를 내가 가장 잘 안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아이들이 내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친구들, 선생님 등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혼공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227페이지)한다. 아이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모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울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성장한다.

 

부록 <혼공 프로그램>은 스스로 혼공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4단계의 혼공 학습 프로그램은 ‘1단계 학습동기, 학습인지, 학습행동 기본 프로그램’, ‘2단계 심화 프로그램’, ‘3단계 자아존중감 프로그램’, ‘4단계 특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공의 힘에서는 4단계를 모두 적지 않고 1단계만을 설명하고 있어 아쉽다. 아쉬움 너머 혼공의 힘시리즈 출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비록 1단계만 적혀 있지만 핵심편, 보충편프로그램을 적어나가다 보면 나의 학습동기, 학습인지, 학습행동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공부를 잘하고 싶고,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크기를 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공부한다는 것과 함께 한다.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도 공부는 필요하고,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알 때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혼공의 힘의 작가 송인섭은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나의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권리를 찾아 평생 동안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즐겁게 하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 공부를 할 때 목표를 갖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기를 바래본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권리를 찾아간다면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발췌하기

232

혼공은 아이가 주체가 되는 공부다.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도 없이 혼자 공부하라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혼자라는 의미는 스스로의 결정권, 자기 결정권을 아이가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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