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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서평]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음식에 담긴 세계사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전 세계의 식자재로 요리된 음식은 식탁 위에서 매일 세계사를 재연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문명 간의 거대한 교류를 밝히기 위해 음식의 세계로 떠나는 지적인 모험을 시도하였다.
현대인에게 ‘무엇을 먹을까?’는 단지 생존을 위한 음식물 섭취가 아니라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고 행복할 수 있을까?’의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비법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엔 쿡방을 통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통한 인류의 역사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음식도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 것은 그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요리법과 선호하는 음식이 다른 것도 바로 이 문화적 특색에 기인한다.
이 책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좀 더 깊은 통찰이 없고 사전적 지식의 나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적인 문제제기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리적 구성이 부족한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마주할 때 궁금한 것들을 많이 해소해 주고 있다.
음식과 요리는 생존을 넘어서 더 맛있게, 더 멋있게, 더 향기롭게 먹기 위한 취향이 반영될 때 문화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나만, 또는 우리만 그러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가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것은 서로 나누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은 모두 8개의 주제를 가지고 음식의 세계사를 잘 정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흥미를 느꼈던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음식으로 본 4가지 혁명(pp. 9~12)
① 약 1만 년전의 농업 혁명: 농업과 목축이 출현하여 인류는 특정한 곡물과 짐승의 고기, 유제품 등을 섭취하게 되어 음식의 획일화와 안정화가 진행되었다. 토기의 발명은 요리법에 있어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토기의 발명에 따른 요리 혁명과 농업 혁명을 하나로 묶어 음식의 제 1차 혁명이라고 한다.
② 15~16세기의 대항해 시대: 신대륙과 구대륙 사이에 식자재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인류의 식문화가 격변하였다.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음식의 제2차 혁명’이 일어났다. 구대륙에는 신대륙에서 건너온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 토마토 등의 재배가 퍼졌고, 설탕을 필두로 한 식탁 혁명이 일어났다.
③ 18세기 후반 이후의 산업 혁명: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는 생산의 무대가 되었고, 도시화는 세계적 규모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많은 양의 식자재를 도시로 옮기기 위한 교통 혁명과 더불어, 부패 방지 기술의 개발과 식품 가공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유럽의 도시에서는 미식을 추구하는 경향과 함께 레스토랑이 늘어난다. 이 모든 변화를 ‘음식의 제3차 혁명’이라 한다.
④ 20세기 후반 이후의 하이테크 혁명: 20세기 후반이 되자 하이테크 혁명을 배경으로 한 경제 영역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식품의 저온 처리 기술이 발달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콜드 체인이 형성되었고, 선박의 대형화와 컨테이너 운송 방식의 확산, 유통혁명이 일어났다. 식탁이 세계화의 장이 된 것이다. 이것이 ‘음식의 제4차 혁명이다.
□ 부패는 요리의 어머니(p.17)
요리는 식량의 소비 양식을 넘어서 문화의 토대가 된다. 식자재의 획득이 계절적으로 한정된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식자재의 부패를 막고, 시간이 흐르면 나빠지는 식자재의 맛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요리법이 탄생했다. 역설적이게도 부패는 요리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는 부패를 막는 소중한 재료로 등장하게 되고, 소금과 후추를 얻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 세계 3대 요리(p. 63)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는 일반적으로 중국 요리, 프랑스 요리, 터키 요리를 3대 요리로 뽑는다.
□ 맛의 토대를 구축한 세계 4대 요리권 (pp. 65~66)
① 주로 돼지고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과 기름을 사용한 요리와 특유의 보존 식품이 인상적인 중국 요리권
② 커리와 기름을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고, 양과 닭을 주재료로 쓰는 인도 요리권
③ 이란, 아랍, 터키 등 다수의 요리 문화가 섞여 있어 복잡하지만, 양을 주재료로 강렬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아 요리권
④ 빵을 주식으로 하며 햄과 소지지 같은 육류 요리가 특징인 유럽 요리권
□ 미국에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 요리를 먹는 이유(pp. 153~155)
칠면조를 새고기의 왕으로 꼽는 데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마침 새끼 고기를 먹기 좋은 시기가 되고, 버섯이나 나무 열매도 익는 시점이어서 적당했다. 본래 칠면조의 새끼 고기를 즐기는 것은 원주민의 식문화였는데, 유럽 이민자에게 흡수되어 기독교 세계와 융합되었다.
1620년 102명의 영국인 청교도가 국왕 제임스 1세의 청교도 탄압을 피해서 범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보스턴 동남부의 플리머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험난한 기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식민지를 개척해 나갔는데, 이때 그들의 생명을 구해준 것은 농사법을 알려준 원주민이었다. 살아남은 청교도는 이듬해 11월에 신과 원주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감사제를 열었고, 당시 식민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식재료였던 칠면조를 구웠다. 이것이 관습이 되어 이어진 크리스마스에도 칠면조 요리를 먹게 되었다.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은 1863년에 링컨 대통령이 국가 행사로 지정한 것이다.
□ 홍차와 커피 그리고 설탕 (pp. 173~179)
홍차와 커피, 그리고 설탕이 인기를 끈 것은 신분과 지위를 과시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인데, 허영심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기반이 된 것이다.
영국 문화권에는 홍차가 사랑받았지만 보다 대중화된 기호품은 사실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17세기에 이슬람 세계로부터 유럽에 들어왔고, 런던 등 주요 도시에는 커피 하우스가 줄지어 늘어섰다.
□ 냉동 기술의 개발사 세 가지 전환점(pp. 208~212)
① 냉장 기술이 개발된 것 자체: 냉장 기술이 상업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842년의 일이며, 제빙 기술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다.
② 급속 냉동 기술 개발: 미국의 글래런스 버즈아이가 생물 표본을 수집하려 알래스카로 출장을 갔다가 에스키모가 영하 40도의 바깥에서 얼려서 보관했다는 생선을 맛보게 되었다. 버즈아이는 이 경험을 통해 식품을 급속으로 얼리면 해동 후에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고 급속 냉동 기술을 연구하여 성공하였다.
③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은 전쟁 중 군대에서 쓸 식량으로 냉동식품을 대량으로 비축하였다. 생산 현장에서 식탁가지의 유통 경로를 저온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콜드 체인이 형성되었다.
□ 레토르트 식품과 아폴로 11호(pp. 215~217)
통조림에서 진일보한 형태의 보존 식품이 레토르트 식품이다. 레토르트는 원래 밀봉한 식품을 넣어 고압으로 가열 살균하는 솥 자체를 뜻했다. 그러나 솥에 넣어 살균한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넒은 의미로는 통조림도 레토르트 살균된 식품의 한 종류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원래 군용 전투식량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통조림을 군용 식량으로 삼기에는 무겁기도 하고 다 먹은 다음에 버린 깡통이 발견될 우려에다 단조로운 메뉴가기 단점이 너무 많았다. 봉지를 사용하는 레토르트 식품은 부피도 작아 가볍고 휴대성이 좋았다. 레토르트 식품은 1950년대의 미국 육군 소속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실용화에 성공한 다음인 1969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 식량으로도 쓰였다. 전자레인지가 보급된 이후에는 가열만 하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더욱 인기를 끌었다.
3. 추천사
이 책은 음식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읽어보면 지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