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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 소설 박헌영
진광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8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족보를 보니 몇 대에 걸쳐 수백 년동안 우리 일가가 살았던 고장이 바로 충남 예산이다. 지금은 사과와 중앙시장으로 유명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예산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윤봉길 의사의 고향이라는 것이었다. 큰집이 있는 덕산면 일대에는 윤봉길 의사 사당도 있고, 초등학교에는 벽화까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예산이 배출한 인물은 윤봉길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몰락한 양반과 소실인 국밥집 아줌마 사이에 태어나 주변의 무시와 천대, 구박을 받고 자란 공산주의자이자 언론인, 노동운동가, 그리고 정치인으로 북한의 부수상까지 오른 인물 - 바로 박헌영이다.
하지만 박헌영은 남한에서는 한국전쟁을 야기한 주범이자 공산주의자로, 북한에서는 반동분자 미국간첩으로 평가받으며 남북 양쪽 모두에서 언급이 금기시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례로 현재 그의 생가터에는 그와 관련한 아무런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데, 한국전쟁 당시 고향에 남아 있던 그의 친척들이 월북자이자 북한의 거물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처형 당하거나 보도연맹에 강제로 가입되었다가 사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족보에서도 삭제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흔적도 남지 않은 것이다.
진광근 작가의 <반도의 붉은 별>은 계급 투쟁과 국제 혁명을 우선시하던 박헌영이 어떻게 공산주의 사상을 갖게 되었는지, 레닌, 스탈린, 호치민과의 만남과 김일성과의 권력 투쟁, 그리고 한국전쟁을 그리며 결국은 민족도, 동지도, 가족도 잃고 패전의 책임을 지고 미국의 간첩이란 누명을 쓴 채 사형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박헌영의 비참한 삶을 보면서 만약 5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어쩌면 국민을 위하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었을 그라는 생각이 든다. <반도의 붉은 별>을 통해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적인 정치인의 안타까운 삶을 보며 현대사의 비극을 이해할 수 있어 깊은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