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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박사 평전 석주명
이병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이병철이 쓴 <나비박사 평전 석주명>은 1985년에 출간한 평전에 취재 뒷이야기를 보태어 새로 출간한 개정판이다. 이 책을 처음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1979년 6월, 한국 전쟁 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월간지 특집 기사로 석주명 선생을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중 술에 취한 국군에 의해 불의에 사망한지 30년이 안된 때였기 때문에 그와 관계가 있고, 그를 기억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았을 때여서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비 연구자이자 박물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인 석주명 선생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석주명 선생의 연구자료, 학술 논문, 지인들과의 면담기록, 선생의 채집기와 일기 그리고 저자의 취재 뒷이야기가 어우러져 선생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우리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생물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석주명은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에서 일본 곤충학계의 실력자인 오카시마 긴지 선생 아래서 공부하였고, 선생님의 권유로 우리나라에 사는 나비 연구를 시작하였다. 1931년 송도고등보통학교의 생물교사였던 석주명은 늘 쉬는 날이면 개성지방을 중심으로 나비 수집에 나서 새까맣게 탄 얼굴로 학생들에게 까마귀 선생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10년간 한반도 전역을 누비며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하여 수집한 나비의 목록을 정리하였고, 이 과정에서 일본 학자들의 오류를 발견하여 844종으로 분류한 우리나라 나비의 종류를 248종으로 바로 잡았다. 1940년 영국 왕립 아시아 협회의 요청을 받아 <조선산 접류 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를 집필하여 우리나라 나비들에 대한 세계 최초의 동종이명 목록으로 석주명을 세계적인 나비학자로 인정받게 하였다. 1943년부터 2년간 경성제대 부속 생약 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에 근무하면서 디기탈리스, 목향, 피마자 등 약용식물을 시험 재배했다. 그리고 탱자나무 등 감귤류, 비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나무와 같은 아열대식물을 심었다. 또 열심히 나비를 채집하여 표본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동네 제삿집을 즐겨 찾아다니며 제주 방언과 풍습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그 결과 광복 이후 제주도 방언, 제주도 인구, 제주도 문헌, 제주도 곤충, 제주도의 자연과 인문 등 6권의 제주 총서가 간행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학자가 한국전쟁 도중 미군의 폭격으로 전소된 국립과학관의 재건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 술에 취한 국군에게 살해당해 시신이 가마니로 싸여 개천에 던져지는 비극적인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일생을 조명하며 그의 연구가 우리나라 생물학계에 미친 영향과 그가 남긴 유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병철 작가의 <나비박사 평전 석주명>은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사와 인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평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