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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지난 달 말,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갑자기 큰아버지께서 별세하셨다.
거의 90세 가까운 연세여서 돌아가신 것이 의외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정정하셨고, 워낙 활동적인 분이셨기 때문에 갑작스런 별세는 충격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 속에 담긴 집안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미 수 차례 치룬 일이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지 않고, 적응할 수도 없는 일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어 핫팩을 손에 쥐고도 덜덜 떨며 추모공원에 큰아버지를 모셨다.
산을 깎아 만든 추모 공원에는 비석과 봉분이 층층히 가득했고, 햇살이 가득했지만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한수정의 신작 소설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는 이러한 무덤이 가득한 곳을 자청해서 관리하게 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덤으로 가득한 곳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리는 만무한 터, 소설은 무덤가의 괴담과 사건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꼼꼼하게 얽혀져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코 젊은 여성이 일할 곳이 아니지만 아버지 대신 자신을 키워준 삼촌이 돌아가시고 빚에 시달리는 그녀에게는 무덤보다 더한 곳도 마다할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공동묘지를 관리하며 그곳에서 겪은 일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만 보면 으시시한 스릴러같지만 결국은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었고, 등장인물 각자의 스토리에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분개하게 된다.
겨울에 읽기에는 꺼려질 수도 있지만, 겨울 또한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계절이 아니겠는가?
봄이 오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주위에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