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1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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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 문단의 어엿한 중견 작가인 김연수 작가는 내게 있어 벌써 20여년 전 읽은 <꾿빠이 이상>의 작가로 각인되어 있다. 국문과 출신이어서 대학 시절 이상에 대해 배웠고, 국어강사를 하면서 지금까지도 해마다 이상의 작품을 강의하지만 <꾿빠이 이상>만큼 인상적으로 이상, 아니 인간 김해경을 조명한 작품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스토리의 기발함뿐만 아니라 더욱 매혹적인 것은 그의 문장이었다. 

<꾿빠이 이상>의 제1장 주인공인 잡지사에 다니는 기자 김연화는 정희라는 여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찾아와 정희는 당신과 나 둘 모두를 사랑하는데, 당신은 정희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연화는 정희와의 만남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다양한 일들 중 드물게 일어나는 일 하나가 절정에 다다른, 아주 좋은 시기였다. 결국 그게 환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절정의 순간에 이르러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절정이란 전환점의 다른 말이다.


통속적으로 불륜남이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적인 끌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그에게 남편을 제외한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이렇듯 매혹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김연수의 문장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여기나 보다.

동국대 국문과 민정호 교수가 쓴 <이유 없는 다정함: 김연수의 문장들>은 국문학자로서 천착한 작가론이 아니라 김연수의 작품에 담긴 문장들을 토대로 깊게 음미하여 사랑과 친구, 가족, 청춘 등을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이한 독서일기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김연수 때문에 결혼할 수 있었다는 작가의 고백에 그의 인생에 본의 아니게 작가 김연수가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수의 문장을 이다지도 심도 있게 음미하지 않았을까?

내년에 새로 출간되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김연수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었다는 것은 김연수 문학의 깊이를 이제는 교육부에서도 인정한 듯 싶다.

김연수 아니 우리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신선한 독서일기이자 문장을 음미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르쳐 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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