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행위 - 문학 노트 오에 컬렉션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상민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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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작가, 특히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였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복무를 하고, 제대 후 꿈을 이루기 위해 본격적으로 작가들을 찾아 다니며 소설 창작 강의를 듣고 습작을 여러 편 했었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복학 후에도 틈틈히 소설을 썼는데 IMF가 발목을 잡아버렸다.

휴학을 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만 했기 때문에 소설 창작은 말 그대로 남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세월은 너무도 빨리 흐르고 흘러 이제는 소설 창작에 대한 열정도 자신감도 휘발되어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정식으로 등단해야지만 소설가 즉, 작가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웹소설의 발달로 컴퓨터만 칠 수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여 함량미달의 문장과 표현력, 허술한 구성, 조사의 부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많아졌다.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성인인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작법이 고스란히 담긴 문학 노트 <쓰는 행위>는 한 편의 소설, 아니 한 줄의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해야 하는지가 담겨 있다.

마치 팔만대장경에 불경을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새긴 장인의 심정으로 표현에 적절한 한 단어 한 단어를 선택해 새기듯 써내려간 작가의 고뇌가 장편 소설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러>의 창작 과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실로 대가란 재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음을, 그만큼의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있어야 함을 알려주는 듯 하다.

오에 겐자부로의 <쓰는 행위>는 작가를 꿈꾸거나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현직 작가들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그것도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한 글 쓰기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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