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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평점 :
이우연의 소설집 <오르톨랑의 유령>은 우선 이름모를 빨강꽃 무더기의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반쪽은 차분하게 붉은 꽃망울을 터트린 꽃들이 나머지 반쪽은 무언가에 흔들려 초점이 맞지 않은 꽃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면서도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제목의 뜻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프랑스의 어느 지방의 유령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막연히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오르톨랑은 지명이 아닌 음식의 이름, 그것도 아주 잔인한 요리 방식으로 유명한 프랑스 전통 요리의 이름이었습니다. 오르톨랑은 원래 작은 멧새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오르톨랑의 유령>은 청소도구함에 갇힌 소녀와 미로의 한복판에 선 소년, 비행기를 추락시킨 기장, 염산 테러를 당한 여자 등 좀처럼 현실에선 접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 단편의 기저에는 처절함이 깔려 있어 주인공의 음성은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프로필을 보니 이우연 작가는 미학과와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문체는 독특합니다. 가독성이 좋지는 못하지만 곱씹어 읽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 소설이라기 보다는 시에 가까운 문장입니다. 이러한 문체는 작가의 가장 장점이자 어쩌면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무척이나 생경하고, 서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끝까지 읽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가 요즘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오로지 재미만 추구하는 웹소설이 순수문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다란 독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개성이 강한 독자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소설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오르톨랑의 유령>은 낯설지만 독특한 문체를 좋아하는 매니아에게는 무척이나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다음 작품은 좀더 대중적이었으면 보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