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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후예 ㅣ 책고래아이들 44
이창순 지음, 이윤정 그림 / 책고래 / 2024년 2월
평점 :
<삼국사기>에 실린 '구토지설(龜兎之說)'은 풍자와 교훈을 내포한 동물우화 설화로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인 <토끼전>, <별주부전>, 판소리 <수궁가>의 근원 설화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본래 인도의 불경 <본생경(本生經)>에 실린 '용원설화(龍猿說話)'를 바탕으로 한다.
이 이야기는 용왕님이 병나서 죽게 생겼는데 토끼의 간이 유일한 치료제라서 거북(자라)이 멍청한 토끼를 속여서 잡아왔는데 토끼가 간을 놔두고 왔다고 속여서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로, 한결같은 거북(자라)의 충성심과 욕심 때문에 결국 죽을 위기에까지 처했던 토끼의 탐욕에 대한 경계, 그리고 자신(용왕)의 건강을 위해 죄없는 토끼를 죽이려는 용왕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 여러 주제가 중첩되어 아직까지 읽히고, 교과서에 실린 말 그대로 고전이다.
이창순의 <토끼의 후예>는 이러한 <토끼전>에서 모티프를 얻은 후속작과 같은 작품이지만, 내용과 주제는 현대에 걸맞게 완전히 다르다. '토끼의 후예'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용왕 때문에 죽을 뻔했던 토끼의 후손이다. 이 토끼들은 하느님께 빌고 빌어 지구에서 벗어나 달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하느님이 내건 조건은 '일 년에 한 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라는 것'.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기억 때문에 '바닷속 출입금지'라는 가훈이 있는 토끼 가문. 토끼의 후예 '아리'는 용왕의 아들이 아프다는 간절한 호소에 결국 다시 바다에 가게 된다.
막상 토끼가 바닷 속으로 가보니 용왕의 아들 반디는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먹고 배가 아팠던 것이고, 반디의 엄마는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을 뻔 하였다. 바다 속을 더렵히는 환경 오염이 용왕의 가족에게 죽음의 위협을 하는 것이었다.
전통 설화가 오늘날의 환경 오염과 연결되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흥미와 재미 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과 교훈을 주는 이 이야기는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