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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등 선생님 ㅣ 엄마와 함께 읽는 그림동화 시리즈 1
이순원 지음, 한태희 그림 / 책모종 / 2024년 1월
평점 :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96년. 그해는 당시 정부가 지정한 문학의 해였습니다. 문학의 해를 기념해 일 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그 중 백미는 36명의 문인과 300명의 독자가 2박 3일 동안 강원도 평창 둔내에서 함께 하는 문학캠프였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저는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이어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그 행사에 참가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교과서나 신문에서만 보던 수많은 문인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문구, 김소진 작가를 뵈었고, 김주영, 윤후명, 정호승, 정현종, 은희경, 안도현, 도종환, 방현석 등등 수많은 작가들을 직접 만난 것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 조의 담당 작가 분이 바로 <은비령>, <수색, 그 물빛 무늬>로 유명한 이순원 작가님이셨습니다. 다들 성인들이라 술자리를 하며 문학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강릉 출신으로 문학을 전공하진 않으셨지만 대학시절 수많은 소설들을 직접 필사하며 소설작법과 문장력을 키우셨다는 작가님의 경험담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작가님도 60대 중반이 되셨고, 작품 속에 많이 등장했던 아드님도 이미 결혼을 해서 손주를 보셨을지도 모릅니다.
<희망등 선생님>이란 그림동화는 아마도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같습니다. 전기도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대관령 아래 산골마을은 작가님의 고향을 지칭한다고 여겨집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아들과 함께 걷는 길>에서 묘사하고 있는 곳과 같으니 말입니다. 이 산골마을에 젊은 선생님이 이사를 오시고, 학원도 마땅히 놀거리도 없는 아이들을 밤에 불러 '희망등'이라 이름 붙인 '남포등'을 켜고 지도해주신 선생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도 주셨습니다.
이야기 속에 작가가 된 수호는 아마도 작가님의 분신이라 여겨지고,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다 작가님의 친구들 같습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읽고 난 후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이순원 작품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읽는'이란 타이틀이 붙었나 봅니다. 아직은 아이가 이 이야기의 감동을 느낄 수는 없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읽는다면 마음 한켠이 훈훈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순원 작품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