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바닥에 닿을까요? - 신의아동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리우쉬궁 지음, 남은숙 옮김 / 하우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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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보면 절대적과 반대말인 상대적은 어느 규정이 다른 것과의 관계나 비교에 의해 주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크다'는 다른 일정한 것과의 비교에서만 성립하고,  '아버지'도 '아들'과의 관계에서만 성립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인 규정은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정한 것과의 관계에만 이루어집니다. 



<발이 바닥에 닿을까요?(請問一下, 踩得到底嗎?)>라는 대만작가 리우쉬궁(劉旭恭)의 그림책은 튜브를 두고 온 강아지, 고양이, 돼지가 산속의 수영장에 수영하러 가면서 만난 공룡과 코끼리 모자, 큰곰에게 수영장의 깊이를 물어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영장의 깊이가 발이 바닥에 닿을 수 있을 지를 묻는데, 공룡과 코끼리 모자, 큰곰의 대답은 제각각 다릅니다.



공룡에게 있어 수영장(실상 수영장이 아니라 호수)은 겨우 허벅지에 닿을 만한 깊이이고, 코끼리에게는 겨우 배에 닿을 만한 깊이입니다. 아기코끼리는 미끄럼틀(어미 코끼리의 코)도 있다고 하고 말입니다. 큰곰은 목에 닿을만큼 깊이라고 합니다. 



공룡과 코끼리, 큰곰은 모두 자기의 신체를 기준으로 수영장의 깊이를 설명한 것이지만 강아지와 고양이, 돼지는 발이 닿기는커녕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엄청난 깊이였습니다. 이렇게 끝나면 비극이겠지만 마음씨 착한 하마의 도움으로 이들은 수영장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깁니다.

이 이야기는 수영장의 깊이를 통해 '상대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의 각종 시험에서도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통해 점수를 매기는 '상대평가'가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90점을 맞았어도 다른 친구들이 다 100점을 맞으면 꼴찌가 되어 버리는 상대평가. 절대평가와 비교해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딱 잘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사는 지혜를 하나 얻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이 바닥에 닿을까요?>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따뜻한 수채화 그림체를 통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그저 가벼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대만의 권위있는 '신의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어른들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를 지닌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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