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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불편한 편의점>이 대히트한 이후 비슷한 소재와 내용의 소설이 여러 편 선보이고 있다. <여우별 분식집> 또한 작품의 배경이 분식집으로 바뀌었지만 아마도 비슷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문과 비슷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갔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읽게 되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여우별 분식집은 주인공 제호가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운영하고, 순이익의 30%를 가져가는 분식집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제호는 늘 무기력한 40대 초반의 남성.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없고, 분식집 주인이지만 맛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단골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영업이 잘되기 위한 노력도 없고 그저 하루 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는 원래 소설가이다. 그것도 재능이 많지 않은 소설가. 작품이라야 15년 전에 발표한 소설집이 있을 뿐인데, 기대와 달리 혹평을 받아 그 이후로 영 작품 활동이 시원찮다. 그렇다고 다른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다행이지만 아내의 재촉으로 들어간 직장도 겨우 3개월만 다녔을 뿐이고, 매사에 예민하고 까칠하여 결국 아내가 딸 수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서 9개월째 별거 중이다.
소설 전편에 그려지고 있는 제호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40대 초반이면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해도 모자를 판에 그저 하루 하루를 억지로 보내고 집에 와서 술이나 마시고 자는 말 그대로 무기력한 그의 모습은 어쩌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여우별 분식점에 세아라는 긍정적이며 밝은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여우별 분식점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데.....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러나지만 인물들의 후일담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하지만 그저 무기력하게만 살던 주인공의 삶에 의욕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것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분식점의 이름인 '여우별'은 '궂은 날 구름 사이에 잠깐 났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고 마는 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우리 삶에도 비록 잠깐이라도 빛나는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을 정도로 몰입감이 좋고, 재미도 있는 소설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