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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무녀전 ㅣ 조선의 여탐정들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월
평점 :
어떤 사람이 지난 옛날에 참형당한 장수와 재상들의 성명을 종이에 써서 장대(木竿)에 걸어 놓고 두박신(豆朴神)이라고 호칭하므로, 동리마다 전해 가면서 서로 모방해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놀라며 의혹해서 제사를 지내는 데에 이르렀는데, 종이와 베(布)를 다투어 가면서 내어 놓기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중략) 보정 등이 명령을 받들어 추핵(推覈)하여 양성(陽城)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인 강유두(姜流豆)·박두언(朴豆彦)·최우(崔雨)를 잡았다.
-세종실록 72권, 세종 18년(1436년) 5월 10일 을해 1번째 기사

우리 역사상 가장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세종 시절. 태평성대를 구가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많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는 당시 일어났던 사건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전해지는데 전 왕조인 고려조의 충신인 최영(崔瑩) 장군과 조선 건국의 기틀을 다졌지만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鄭道傳) 등을 신(神)으로 섬긴 백성들이 붙잡혔지만 곧 그 유래가 오래되었음을 인정하고, 무당에 의지하는 것처럼 화(禍)를 피하고 복(福)을 빌려는 의도로 보아 죄를 감해 주었다고 합니다.
<감찰무녀전>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신병에 걸린 척하여 궁에서 탈출했지만 신기 없는 것을 들키면 안 되는 전직 감찰궁녀 출신의 무녀 무산과 귀신을 보는 서자 설랑, 눈이 먼 판수 돌멩, 이렇게 세 사람이 펼치는 거대한 활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현대 과학으로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무속(민속) 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혼기가 찬 처녀가 시집을 가지 못하고 죽은 것이 한이 되어 주로 자기 또래의 혼기 찬 처녀를 괴롭히는 악귀인 손각시(처녀귀신)을 왕신으로 모시는 마을과 도성과 경기 지역에 널리 퍼진 두박신 신앙 등 당시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요즘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가 생각났습니다. 예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나 대학 시절 즐겨보았던 <이야기 속으로>나 <미스터리 극장 – 위험한 초대> 등 초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프로도 연상되는 것이 귀신 이야기는 언제 봐도 재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예전 대학시절 읽었던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전기 소설이나 <설공찬전>, <장화홍련전> 등이 연상되는 <감찰무녀전>은 조상들이 즐겨 읽었던 전기(傳奇) 소설의 현대적 변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간혹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너무 현대적이라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자료 조사를 했는지 내용 곳곳에 당시의 생활 풍습이나 무속 신앙이 생활에 어떻게 자리잡았었는지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한 착각마저 자아낼 정도입니다.
삐꺽대는 듯 하지만 기막힌 호흡을 이루는 세 인물의 모험극을 읽다보면 추리소설답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 있고, 재미와 교훈까지 줍니다. 이 소설 <감찰무녀전>의 영상화가 기대되며 지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