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가수, 홍도가 온다 ㅣ 꿈꾸는 문학 14
김문주 지음, 강영지 그림 / 키다리 / 2023년 12월
평점 :

한류 열풍의 주역인 K-POP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사랑받은지 이미 오래가 되었다.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빌로드 차트를 우리 노래가 석권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우리 가수와 노래에 매료된 외국 K-POP 팬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하고 또 실제 방문으로 이어져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90여 년 전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인 인기는커녕 일제의 억압으로 우리 말과 노래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실정이었다. 음반을 취입하려면 일본에 가야했고, 몇 안되는 가수 특히 여성 가수들은 일본인의 시중을 들거나 첩이 되어야만 했다. 궁중의 약방이나 상방(尙房) 등에 소속되어서 약을 달이거나 바느질하는 일을 하다가, 궁중의 연향(宴饗)이 있을 때에는 노래나 춤을 추던 관기(官妓)들은 국권을 상실한 이후 기생조합인 ‘권번’을 만들어 후학들에게 시문(詩文)·음곡(音曲)·습자(習字)·가무(歌舞)·예의(禮儀)를 가르쳐 명맥을 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홍도는 장터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꾸린 아버지가 부자 잔치가 갔다가 주검이 되어 돌아온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달성 권번을 찾아간다. 초등학교 4학년 나이인 11살에 고아가 된 홍도는 스스로 기생이 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와 인연으로 홍도를 받아들인 행수 향화는 기생보다는 다른 길이 좋겠다고 권한다.
독립운동가의 장례를 치러졌던 이유로 붙잡힌 향화가 우여곡절 끝에 감옥에서 죽고 홍도는 조선의 이름난 가수로 성장하는데,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1930년대 말부터 해방까지의 우리나라의 상황과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판소리 <춘향가>와 홍도가 향화를 생각하여 만든 <향화에게>라는 노래 등 1930년대 우리 조상들이 즐긴 노래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조선의 가수, 홍도가 온다>는 역사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을 일제 강점기 기생과 가수 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초등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적합한 소설이므로,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에게도 강력히 추천한 소설이다.
일본인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너무 힘들었어요. 노래 부르는 게 즐겁지 않았어요. 제 노래를, 일본 관리들 앞에서 부르기 싫었어요. <중략> 저는 제 노래를 조선 사람들을 위해 부르고 싶어요. 그게 제가 불러야 할 진짜 노래잖아요. - P1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