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바다 - 백은별 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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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윤슬의 바다』는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가 아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초능력, 사회의 배척, 그리고 비극적인 선택이 뒤엉킨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다. 도서관에서의 첫 만남, 첫눈에 반한 상대, 마음을 다해 시를 써주던 순수한 사랑… 그러나 이 모든 설렘은 곧 사회적 편견과 비밀, 두려움으로 얼룩지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윤슬의 시간 정지 능력과 바다의 상처, 그리고 잔혹한 진실이 있다.

​윤슬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소녀다. 그녀가 사랑하게 된 사람, 바다는 농구부 소속의 조용한 선배로, 바이올린을 수준급으로 연주하지만 마음의 문을 잘 열지 못한다. 그저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된 이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버거운 진실들과 충돌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 과정을 섬세하고도 잔인하게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전개는 ‘초능력자’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대응이다.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박이준이 실험체로 죽임당한 사건, 그 중심에 있는 바다의 부모님,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을 알고 있는 심유림이라는 인물은 이 소설을 단순한 청춘 로맨스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그림자와 인간의 복잡한 감정 구조로 끌어올린다. '초능력자가 나타났을 때 과연 사회는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독자에게도 날카롭게 꽂힌다.

​특히 윤슬의 능력은 “악용될 위험이 높은 능력”이라는 설정이 불러오는 긴장감이 인상 깊다.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도덕적인 실험의 대상이 되고, 존재 자체로 위험 인물로 낙인찍히는 설정은 현실 사회의 ‘다름에 대한 배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세계에서 윤슬과 바다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계속 도망치지만, 끝내 그 도망은 실패로 끝난다. “사랑이 죄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두 사람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슬프도록 현실적이다.

윤슬은 영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는 윤슬을 지키기 위해 그 영원조차 부정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다는 윤슬을 지키기 위해 칼을 내려놓으며, “다음 생에서 만나자”고 오열한다. 이 장면은 사랑의 깊이를 뛰어넘어, 존재 자체의 슬픔을 절절히 드러낸다. 단지 사랑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할 권리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더 가슴 아프고도 아름답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낙인찍는 타자화의 폭력성, 공공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구조의 부조리, 사랑의 윤리성 등 다양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가? 죽음을 부르는 사랑조차? 윤슬과 바다는 그 질문의 가장 잔혹하고도 순수한 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고등학생 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이다. 서툴고 감정적인 서술 너머로, 누구보다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시선이 엿보인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랑과 상처, 사회와 초능력이라는 다양한 테마를 완성도 높게 엮어낸 솜씨는 작가의 나이를 잊게 만든다.

​『윤슬의 바다』는 단지 청춘의 서사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숭고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말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은 정말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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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책 쓰기 - 어쩌면 삶이 조금 쩔지도 모르는 책 쓰기 브랜딩
배정화 지음 / 밥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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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써라.’ 이 단순한 진리를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교사의 책 쓰기』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한 교사가 직접 경험한 ‘책 쓰기’의 여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노하우를 넘어 ‘출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방법과 용기를 동시에 전해준다.

많은 이들이 작가는 타고나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책 쓰기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와 자세였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은 ‘자기 주도적 글쓰기’의 힘을 강조한다. 한 줄 한 줄 스스로 길을 내며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과정이 곧 책 쓰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책을 쓰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출간 이후의 홍보와 활동이다. 저자는 실제로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온라인 홍보 채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작가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극 I형 인간도 나대야 살아남는다”는 말은,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고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작가의 필수 역량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단돈 5만원으로 찍은 작가 프로필 사진이 이후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일화는, 작은 실천이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감정의 파고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독자와 교감하는 데 있다. 글이 써지지 않아 좌절할 때, 반응이 없어 실망할 때, 자기 글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 저자는 자신도 그 과정을 모두 겪었고, 결국은 “계속 쓰는 것”만이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함께 쓰는 동료의 힘, 공동의 성장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책 후반부에 실린 ‘실전 출판 가이드’는 초보 작가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다. 출간기획서 작성법, 출판사 찾는 요령, 출판을 위한 글쓰기 유의사항, 에세이 구성 방식, 작가 사진 촬영 꿀팁 등은 실제 출간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현실적 정보들이다. 저자는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시운이 온다”며, 그 시간을 버텨내는 끈기를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작가적 시선으로 확장하는 태도다. “교사로 살지만 작가의 시선을 갖는다면, 학교는 글쓰기의 보물창고”라는 말은 교사들에게 특히 큰 울림을 준다. 수업 중 쏟아지는 수많은 에피소드, 학생과의 관계, 교육적 통찰은 곧 에세이의 소재가 된다. 매년 성장하는 교사로서의 삶 자체가, 저절로 작가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교사의 책 쓰기』는 단지 교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두렵고 막막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등불이 되어준다. “쓰는 비결은 그냥 쓰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간단하지만 너무나 깊은 울림을 준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풀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현실적인 용기’를 건네는 친절한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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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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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벌집과 꿀』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폴 윤(Paul Yoon)의 대표 단편 7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그 어떤 소설보다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로, 국경과 시간,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흩어진 사람들의 삶을 포착해낸다. 이 책은 한마디로 디아스포라의 세밀화다. 탈북자, 고려인, 고아, 이민자 등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타지에서 생존을 넘어 살아내는 방식,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연대, 희망과 단절을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시대와 대륙을 넘는 디아스포라의 여정
소설 속 배경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에도시대 일본, 스페인, 영국, 미국까지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이주’의 상처를 가진 한국계 인물들이다. 이들은 단지 떠나온 존재가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정치적 맥락과 사회적 구조, 그리고 가장 내밀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

「코마로프」는 스페인에서 청소일을 하며 살아가는 탈북 여성 주연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두 남자는 그녀의 과거, 그리고 사라졌던 아들과 연결되는 흔적을 들고 온다. 아들의 이름은 니콜라이 코마로프. 그러나 재회는 진실의 확언이 아닌, 삶과 기억의 애틋한 조각들이 서로를 스쳐가는 경험이다. 주연은 결국 아들에게, 자신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정말 찾고 싶다면 노래하던 여자에게서 시작하라”고 말하고 떠난다. 이 장면은 이산의 끝이 항상 화해나 재건이 아님을, 때로는 체념과 수용이 더 진실된 감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참에서」는 에도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조선에서 온 고아 소녀 유미를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사무라이 야마시타 도시오의 여정을 그린다. 유미는 가부장적 학대 아래 살아남은 존재다. 마지막 순간, 개를 활로 쏘아 죽이는 장면은 억눌린 분노의 해방이자 새로운 삶을 위한 첫 몸짓이다. 이 장면은 단순히 문화 간 충돌을 넘어서, 소외된 타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전환의 순간으로 읽힌다.

​‘벌집과 꿀’: 고통 속에 피어난 은유
표제작 「벌집과 꿀」은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 마을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성폭력, 가정폭력, 그리고 그로 인한 살인이 벌어지며, 마을 공동체는 균열을 마주하게 된다. 여자의 시신을 보고 있던 귀가 들리지 않는 딸, 시신을 매장하며 말없이 화자와 연대하는 장면은 절망 속의 연민을 담고 있다. 특히 마지막, 벌이 찻잔에 머물렀다 다시 숲으로 날아가고, 그 벌을 따라 아이와 화자가 함께 떠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숲, 벌집, 꿀 — 이것은 공동체의 분열을 넘어, 또 하나의 집을 만들기 위한 은밀한 시작으로 읽힌다. 희망이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 침묵 속에서, 아주 작고 느리게.

​‘말하지 않음’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문체
폴 윤의 문장은 마치 숨죽인 속삭임처럼 조용하다. 사건은 강렬하되, 표현은 절제되어 있다. 감정의 절정에서도 작가는 분노나 슬픔을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무채색 배경 위에 투명한 감정을 덧칠하듯, 독자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 같은 문체는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와 탁월하게 어울린다. 떠나온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 말보다 침묵, 증명보다 기척이 더 중요한 서사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벌집과 꿀』의 인물들은 전부 고통을 지닌 존재이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자로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자기 삶을 다시 만들어간다.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또 다른 ‘집’을 짓는다. 책의 제목처럼, 벌집과 꿀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삶의 방식이며, 그 속에서 얻어지는 단맛은 고통을 감내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고귀한 감정이다.

​고향을 잃은 이들이 다시 만들어낸 ‘집’
이 소설집의 진정한 가치는, ‘이산의 아픔’ 그 자체가 아닌, 그 속에서 피어난 연대의 서사에 있다. 고향을 잃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기억 속에서 또 하나의 집을 짓는다. 타지에서 만나 또 다른 가족이 되고, 말없이 손을 내밀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손을 놓지 않음으로써 공동체를 만든다. 그것이 『벌집과 꿀』이 전하는 가장 따뜻한 메시지다.

​『벌집과 꿀』은 단편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완성도를 증명하는 동시에, 이민자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깊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국경을 넘고, 시간을 건너, 언어와 문화의 틈 사이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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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이세훈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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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마음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과 웃고 대화하면서도 문득, ‘나는 왜 이렇게 혼자인 것 같지?’라는 생각이 스친 적이 있다면, 이 책 『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외로움은 단지 누군가 곁에 없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할 때, 우리는 깊은 고립감을 느낀다. 이 책은 바로 그 미묘한 ‘마음의 거리’에 대해 사유한다.

​저자는 외로움을 제거해야 할 감정이 아닌, 들여다봐야 할 신호로 본다. 외로움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우리는 그 안에 숨겨진 갈망이나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왜 쉽게 상처받고, 왜 사소한 말에 오래 머무는지를 자문하다 보면, 억눌러 온 감정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외로움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묻는 내면의 메시지인 셈이다.

​책 속에는 융의 심리학적 통찰이 자주 등장한다. 융은 '자기 통합'과 '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의식에 억눌린 욕망과 그림자까지 통합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나는 생각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구나” 또는 “상실감을 너무 오래 외면했구나”라는 깨달음은, 외로움이 단지 약함이 아닌 자기 성찰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던져진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존재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태도를 강조한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환경을 선택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는 우리 몫이다. 그 사실은 때때로 버겁지만 동시에 강력한 자율성을 부여한다. 외로움을 정직하게 느끼고, 그 안에 깃든 방향 감각을 좇다 보면, 그 고독은 더 이상 무력함이 아닌 존재의 각성으로 빛난다.

​관계에 대한 성찰도 깊이 있게 다뤄진다.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대화와 피상적인 친밀감에 익숙하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란 타인을 내 편의를 위한 대상이 아닌, 독립적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나는 네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용기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잇는 통로가 된다. 그 순간, 외로움은 조금씩 녹아내린다.

​또한, 저자는 디지털 시대의 관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SNS 속 ‘좋아요’ 수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은 묻는다. "그 숫자 말고, 당신을 진짜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진정한 만남은 자동화된 클릭이 아닌,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거울 앞에서 내 표정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놓친 감정, 숨긴 욕망을 거울 속 나의 눈빛이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결국 ‘진짜 나’와 다시 대화하라는 삶의 요청일지도 모른다.

​카뮈는 "무의미 속에서도 인간은 창조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외로움은 무너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신호일 수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 역시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설령 고독하더라도 내 삶을 다시 빚어갈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긴다.

​『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말한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말고, 귀 기울여 들으라고. 그렇게 자기 내면과 마주할 때, 고독은 더 이상 불행이 아니라 성숙의 징후가 된다. 자기 자신과의 정직한 대면을 통해 삶의 중심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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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 - 딥페이크, 여론 조작, 가짜 뉴스, 댓글 부대… AI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신종 AI 범죄와 법
박찬선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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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 기술의 양면성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졌다. "AI 시대,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심도 깊은 답변을 제시하며, 신종 AI 범죄의 실체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현재 발생하고 있는 범죄 유형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AI 악용 사례까지 폭넓게 다루며 독자들에게 AI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AI, 위협인가 기회인가: 새로운 범죄 유형과 법적 공백
이 책은 AI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범죄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분석했다. 1부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저작권 침해와 미술품 위작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우환 화백 사건을 통해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진품보다 더 진품 같은 위작'이 미술 시장에 가져올 혼란과 이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AI 개발 회사들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을 예시로 들며, 투명한 데이터 사용과 적절한 저작권료 지불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2부에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악용되는 사례를 다뤘다. 가짜 뉴스 생산, 스피어 피싱, 그리고 악성코드 제작에 LLM이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분별하는 우리의 능력과 AI 탐지 프로그램의 활용을 제안했다. 특히 랜섬웨어와 같은 악성코드 제작에 AI가 활용되면서 피해가 급증하는 현실은 AI의 윤리적 활용과 법적·제도적 통제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게 했다.

인간의 취약성을 파고드는 AI: 딥페이크와 봇 범죄
책은 3부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에 주목했다. 로맨스 스캠과 성범죄물 제작에 딥페이크가 악용되는 사례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피해 예방을 위한 플랫폼 운영자의 본인 확인 강화와 MIT 포토가드와 같은 기술적 방어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기술이 기존 범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하고 고도화하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지속적인 경각심과 주의를 요구했다.

4부는 봇(Bot)을 활용한 범죄에 초점을 맞췄다. 여론 조작, 시세 조종, 크리덴셜 스터핑, 온라인 쇼핑 사기 등 봇이 다양한 범죄에 활용되는 양상을 분석하며, 인간의 자동화 및 반복 작업 능력 한계를 넘어선 봇의 효율성이 범죄를 어떻게 고도화하는지 보여줬다. 특히 소셜 봇을 이용한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협으로, '빅브라더'의 등장을 연상시키며 보이지 않는 통제에 대한 경고를 던졌다.

AI 범죄, 미래를 위한 대비: 자율 시스템의 위험성
마지막 5부에서는 자율주행차나 자율비행 드론 등 자율 시스템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탐구했다. 마약 운반이나 인명 살상과 같은 치명적인 범죄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예측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인 경고였다. 이는 AI 기술 개발과 동시에 윤리적, 법적 프레임워크를 함께 구축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를 보여줬다.

AI 시대, 지식은 우리의 방패
"AI 시대,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는 AI가 가져올 유익함만큼이나 해로울 가능성이 있음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AI 범죄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왜 지금 우리에게 필수적인지를 역설했다. 이 책은 AI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법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AI 시대의 필독서라 할 만했다.

이 책은 AI를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경계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을 인정하되, 그것이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에 두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는 단순히 AI를 "쓸 줄 아는 것"을 넘어,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는 제목처럼 독자의 신뢰를 시험한다. 당신은 과연 지금의 AI 기술을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어디까지 허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더 이상 “기술이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눈을 돌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술을 묻기 전에, 우리는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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