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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이세훈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마음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과 웃고 대화하면서도 문득, ‘나는 왜 이렇게 혼자인 것 같지?’라는 생각이 스친 적이 있다면, 이 책 『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외로움은 단지 누군가 곁에 없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할 때, 우리는 깊은 고립감을 느낀다. 이 책은 바로 그 미묘한 ‘마음의 거리’에 대해 사유한다.
저자는 외로움을 제거해야 할 감정이 아닌, 들여다봐야 할 신호로 본다. 외로움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우리는 그 안에 숨겨진 갈망이나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왜 쉽게 상처받고, 왜 사소한 말에 오래 머무는지를 자문하다 보면, 억눌러 온 감정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외로움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묻는 내면의 메시지인 셈이다.
책 속에는 융의 심리학적 통찰이 자주 등장한다. 융은 '자기 통합'과 '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의식에 억눌린 욕망과 그림자까지 통합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나는 생각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구나” 또는 “상실감을 너무 오래 외면했구나”라는 깨달음은, 외로움이 단지 약함이 아닌 자기 성찰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던져진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존재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태도를 강조한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환경을 선택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는 우리 몫이다. 그 사실은 때때로 버겁지만 동시에 강력한 자율성을 부여한다. 외로움을 정직하게 느끼고, 그 안에 깃든 방향 감각을 좇다 보면, 그 고독은 더 이상 무력함이 아닌 존재의 각성으로 빛난다.
관계에 대한 성찰도 깊이 있게 다뤄진다.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대화와 피상적인 친밀감에 익숙하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란 타인을 내 편의를 위한 대상이 아닌, 독립적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나는 네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용기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잇는 통로가 된다. 그 순간, 외로움은 조금씩 녹아내린다.
또한, 저자는 디지털 시대의 관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SNS 속 ‘좋아요’ 수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은 묻는다. "그 숫자 말고, 당신을 진짜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진정한 만남은 자동화된 클릭이 아닌,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거울 앞에서 내 표정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놓친 감정, 숨긴 욕망을 거울 속 나의 눈빛이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결국 ‘진짜 나’와 다시 대화하라는 삶의 요청일지도 모른다.
카뮈는 "무의미 속에서도 인간은 창조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외로움은 무너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신호일 수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 역시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설령 고독하더라도 내 삶을 다시 빚어갈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긴다.
『외로움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말한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말고, 귀 기울여 들으라고. 그렇게 자기 내면과 마주할 때, 고독은 더 이상 불행이 아니라 성숙의 징후가 된다. 자기 자신과의 정직한 대면을 통해 삶의 중심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