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바다 - 백은별 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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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윤슬의 바다』는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가 아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초능력, 사회의 배척, 그리고 비극적인 선택이 뒤엉킨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다. 도서관에서의 첫 만남, 첫눈에 반한 상대, 마음을 다해 시를 써주던 순수한 사랑… 그러나 이 모든 설렘은 곧 사회적 편견과 비밀, 두려움으로 얼룩지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윤슬의 시간 정지 능력과 바다의 상처, 그리고 잔혹한 진실이 있다.

​윤슬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소녀다. 그녀가 사랑하게 된 사람, 바다는 농구부 소속의 조용한 선배로, 바이올린을 수준급으로 연주하지만 마음의 문을 잘 열지 못한다. 그저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된 이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버거운 진실들과 충돌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 과정을 섬세하고도 잔인하게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전개는 ‘초능력자’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대응이다.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박이준이 실험체로 죽임당한 사건, 그 중심에 있는 바다의 부모님,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을 알고 있는 심유림이라는 인물은 이 소설을 단순한 청춘 로맨스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그림자와 인간의 복잡한 감정 구조로 끌어올린다. '초능력자가 나타났을 때 과연 사회는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독자에게도 날카롭게 꽂힌다.

​특히 윤슬의 능력은 “악용될 위험이 높은 능력”이라는 설정이 불러오는 긴장감이 인상 깊다.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도덕적인 실험의 대상이 되고, 존재 자체로 위험 인물로 낙인찍히는 설정은 현실 사회의 ‘다름에 대한 배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세계에서 윤슬과 바다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계속 도망치지만, 끝내 그 도망은 실패로 끝난다. “사랑이 죄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두 사람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슬프도록 현실적이다.

윤슬은 영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는 윤슬을 지키기 위해 그 영원조차 부정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다는 윤슬을 지키기 위해 칼을 내려놓으며, “다음 생에서 만나자”고 오열한다. 이 장면은 사랑의 깊이를 뛰어넘어, 존재 자체의 슬픔을 절절히 드러낸다. 단지 사랑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할 권리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더 가슴 아프고도 아름답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낙인찍는 타자화의 폭력성, 공공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구조의 부조리, 사랑의 윤리성 등 다양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가? 죽음을 부르는 사랑조차? 윤슬과 바다는 그 질문의 가장 잔혹하고도 순수한 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고등학생 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이다. 서툴고 감정적인 서술 너머로, 누구보다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시선이 엿보인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랑과 상처, 사회와 초능력이라는 다양한 테마를 완성도 높게 엮어낸 솜씨는 작가의 나이를 잊게 만든다.

​『윤슬의 바다』는 단지 청춘의 서사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숭고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말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은 정말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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