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너와 나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덕목
엄성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다. 외면의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성숙이다. 화제의 네이버·EBS 인문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세상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나답게 어른답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이라는 전통적 가치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차분하게, 그러나 강단 있게 전하고 있다.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이 책은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단번에 성숙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듬고, 내면의 ‘어린 티’를 벗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답게 사는 일이며, 성숙한 삶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그런 성찰의 여정을 이끄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

겸손은 자기 비하가 아닌 ‘중용’의 덕목이다.

자신을 남보다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기 시작한다. 겸손은 자기중심적 성향을 제어하고, 타인에게 배움을 구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가능하게 한다. 소크라테스가 아이든 노예든 구분 없이 진지하게 질문하고 배우려 했던 이유도 바로 그 겸손 덕분이다. C.S. 루이스의 말처럼, 겸손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겸손한 사람은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감사는 일상의 기적을 알아보는 힘이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감사할 일을 끌어당긴다. 진심 어린 감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 이 책은 과장된 감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으며 ‘감사 역시 중용의 미덕’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행운과 호의를 받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더 성숙한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감사 일기 쓰기’, ‘편지로 감사 전하기’처럼 일상의 실천을 통한 내면 훈련이 강조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효는 전통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관계의 윤리'다.

부모가 먼저 부모다울 때, 자식다움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빚이론, 감사이론, 우정이론을 차례로 검토하며, 현대 사회의 ‘효’ 개념을 단순한 의무나 타산이 아닌 ‘성숙한 관계’로 풀어낸다. 효는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받들라는 억압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성장하는 ‘소통의 자세’로 재해석된다. 효도는 나의 선택이어야 하며, 강요나 인내가 아닌 상호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는 통찰은 오늘날 특히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직은 사회를 작동시키는 기본 조건이며, 스스로 떳떳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이 책은 더 깊은 층위의 정직을 이야기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반드시 정직한 것은 아니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진실 폭격’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단순한 참/거짓을 넘어서 ‘진정으로 정직한 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섬세하게 성찰해야 함을 강조한다.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감각이 필요한 시대, 진정한 어른의 정직은 무겁고 깊이 있게 그 기준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덕목들을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나의 삶에 적용 가능한 지혜’로 되살린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성취보다 먼저,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결정된다.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삶의 본질을 묻고, 그 물음에 성실히 답할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길잡이다.

무례한 세상에서도 어른다움을 잃지 않는 법. 그것이 결국, 후회 없이 살아가는 길이다.

조금은 서툴고 느리더라도, 하루에 한 걸음씩 '진짜 어른'을 향해 나아가 보자. 이 책이 그 여정에 따뜻하고도 단단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 - 화내고 후회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미정 옮김 / 생각의날개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왜 나는 자꾸 감정적으로 될까?” 혹은 “왜 저 사람은 늘 감정적으로 구는 걸까?” 일상 속에서 이런 고민,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은 바로 이런 질문들에서 출발해,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심리적 기제와 대응 방법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책이다. 감정조절에 대한 피상적인 조언이 아닌, 감정이 발생하는 '구조'와 '배경'을 통찰력 있게 해부하고 있다.

이 책은 “감정적으로 되기 쉽다”는 사람과 “감정을 잘 다스린다”는 사람 모두 사실은 감정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감정을 억제하거나 피하는 방식 모두 진정한 감정 관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문제는 욱하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저자는 우리가 ‘감정적 사고’에 빠지게 되면,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라는 식의 왜곡된 해석에 사로잡히기 쉽다고 경고한다.

감정은 곧 메시지다. 분노는 흔히 ‘예정의 어긋남’에서 비롯되고, 짜증이나 울컥함 뒤에는 ‘충격’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기보다, “왜 내가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부하 직원이 일을 마치지 않고 퇴근했을 때, “화를 내지 말아야지”라고 참는 것보다, “내가 무시당했다고 느꼈구나”라고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감정의 핵심은 다름 아닌 자기 이해와 수용에 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자주 빠지는 ‘공명’과 ‘공감’의 차이도 명확히 짚는다. “나도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때로는 상대의 감정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다. 상대가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공감의 기술은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 열쇠다.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나도, 너도 옳을 수 있다’는 여유이며, 이는 곧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는 일로 이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정적 대응의 원인 중 하나가 자존감의 결핍이라는 대목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반응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타인에게 ‘옳음을 인정받는 일’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수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각을 키워야 감정적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은 감정적으로 되지 않기 위한 7가지 실천적 습관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컨디션을 자각하고 타인에게 알리기, '친구 노트'로 감정을 기록하기, 주어를 ‘나’로 바꾸어 책임지는 사고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특히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마음의 셔터를 내린다”는 조언은 위험한 감정 폭발을 예방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가온다.

또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대립과 정면 충돌 대신 “단신 얘기를 해주세요”라는 말로 상대를 진정시키는 대화 기술, 비난 대신 부탁의 말투를 사용하는 자세는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무기다.

결론적으로, 『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은 감정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심리학 실용서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감정조절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감정적으로 되지 않는 삶은 단순히 화를 참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지배하려 하는지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 시작점에 서 있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의 설명서일 것이다. 감정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 - 김태균의 웃으면서 배운 인생 이야기
김태균 지음 / 몽스북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그맨이자 라디오 DJ 김태균의 저서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그의 유쾌한 입담과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인생 에세이다. 책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에 대해 김태균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답한다. 마치 오랜 친구와 함께 식사하며 삶의 지혜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과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며 진정한 '어른의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어른의 품격: 내려놓음과 비움의 미학

김태균은 ‘자랑’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시작되는 자랑은 결국 아무도 관심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고 말한다. 대신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므로, 굳이 남에게 떠벌리지 않아도 내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으면 된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곧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과시욕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품격이라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또한 ‘돈을 빌려줘야 할까요, 말까요?’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그의 조언은 명확하고 실용적이다.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을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단순히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을 넘어, 관계에 대한 현명한 태도를 제시한다. "돈을 안 빌려준다고 멀어질 사이라면 사람을 정리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와 성숙한 관계 맺기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 있기를 잘해야 한다"는 김태균의 조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기지 못하면 외로움에 잠식당하고 우울해질 수 있다는 그의 말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진정으로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타인과도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20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쉰 즈음 된 꼰대의 잔소리'는 따끔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충고다. 20대에는 친구가 많으면 좋은 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친구가 얼마나 곁에 남을지 알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씁쓸한 현실을 꼬집는다. 굳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 없다는 조언은 관계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며, 자신을 소모시키는 관계로부터 벗어나라는 따뜻한 격려로 읽힌다. 이처럼 김태균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자신을 지키는 지혜로운 관계 맺기 방식을 제안한다.

진정한 행복을 위한 삶의 태도

김태균은 독자들이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보다"라는 말에 담긴 함정을 지적하며, 타인과의 비교 대신 "나를 보다"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비교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찾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멋진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자기 성찰과 성장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걱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를 안겨준다. 걱정은 결국 나의 선택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다만, 무턱대고 걱정하기보다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준비하면 걱정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한다. 특히 "나무 한 그루로는 수천 개의 성냥을 만들 수 있지만, 성냥 한 개로는 수천 그루의 나무를 태울 수 있다"는 비유는 작은 걱정이 삶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불필요한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이 책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먹지 않기, 쩝쩝대지 않기, 몰래 계산하기, 택시 잡아주기, 잘 갔는지 톡 하기. 모두 당연한 듯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배려의 기술이다. 이 리스트는 단순한 매너 지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의 정수다.

이 책의 미덕은 무겁지 않다는 데 있다. 자칫 설교가 될 수 있는 말들도 김태균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내어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문장을 덮은 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잔소리가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들이기에 더 믿음직하고 더 와 닿는다.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우리 삶에 필요한 ‘작지만 중요한 감정의 기술’을 알려주는 따뜻한 인생 에세이다. 청춘에게는 위로가 되고, 중년에게는 공감이 되며, 누구에게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같이 밥 먹고 싶은 사람’일까?

김태균이 던진 유쾌하지만 진지한 질문이 오늘도 우리를 사람답게 살아가게 만든다.

웃으며 배운 인생의 진심,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에서 선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지리 수업,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지리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고 또 현재를 규정하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지리의 역사성'이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지리적 요인이 각 지역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지리의 힘'을 일깨워준다. 중국이 왜 그토록 광대한 영토와 인구를 자랑하게 되었는지, 만주에서 시작된 한민족의 뿌리가 어떻게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세계 종교인 불교가 왜 인도에서는 사라졌는지 등 복잡해 보이는 역사적 질문들에 대해 지리적 관점에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이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지리로 읽는 문명과 국가의 흥망성쇠
책은 특히 각국의 지리적 특성과 그에 따른 역사적 흐름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중국의 사례는 '지리의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다. 유럽 대륙과 맞먹는 거대한 면적과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진짜 중국'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족의 정체성을 강조할수록 중국의 영역이 줄어든다는 역설과 함께,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오늘날 중국 영토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지리가 국경과 민족의 정체성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중국 강남 개발이 늦어진 이유를 구릉과 습지라는 지형에서 찾고, 장강 하류 평원 덕분에 난징과 상하이가 도시로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며 지리가 경제 발전에도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한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혼란기와 통일 왕조가 반복되는 중국의 '퐁당퐁당 역사' 패턴이 지리적 배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풀어내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다. 특히 한국사와 중국사의 미묘한 반비례 관계를 언급하며 두 나라의 역사를 함께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점도 인상 깊다. 더 나아가, 바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만이 중국의 해상 진출 통로이자 '가라앉지 않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까지 연결하여 지리가 현재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본과 대한민국의 비교는 지리가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이다. 두 나라가 닮은 듯하면서도 종교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일본의 독특한 민족 종교인 '신토'와 자연환경의 연관성에서 찾는다. 잦은 자연재해를 겪으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키워 온 일본인들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신토의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은 지리적 환경이 종교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클레멘스 메켕의 "한반도는 일본의 심장을 겨누는 단도"라는 말을 인용하며, 근대 이후 일본이 지정학에 눈을 뜨고 한반도를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배경을 명확히 설명한다. 냉전 시기 한국의 휴전선이 일본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탈냉전 시기 한국이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 성장을 이룬 과정, 그리고 미중 갈등이라는 신냉전 시대에서 한국과 일본이 겪는 새로운 갈림길까지, 지리가 국제 역학 관계와 각국의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분석 역시 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히말라야 산맥이 남아시아의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인더스강과 갠지스강 평원이 인구 증가에 기여했다는 점은 지리가 문명 발달에 미친 근본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힌두교와 불교가 탄생하고 이슬람교가 유행했던 종교의 대륙인 남아시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를 종교 내부의 문제와 함께 당시 사회 계급 구조 및 브라만교의 변화, 이슬람교의 확산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찾는 부분은 지리와 종교, 사회의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를 대륙부와 도서부로 나누어 설명하며, 화산 활동으로 비옥한 농지를 얻고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한 말레이 제도의 특성, 그리고 서구 열강의 지배 역사가 현재의 빈부 격차와 민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지리가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도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역사 교양서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히 세계사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리적 관점을 통해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게 돕는 훌륭한 역사 교양서다. 저자들은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사를 지리라는 명확한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도를 활용한 설명은 내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마치 두 선생님의 유익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세상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지리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사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 양말 탐정단 -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I LOVE 스토리
샤넬 밀러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양말 한 짝’에서 시작된 미스터리가 어린이의 감수성으로 어떻게 세상을 꿰뚫는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을까? 『뉴욕 양말 탐정단』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뭉클한 동화다.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양말을 잃어버리는 작고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통해 타인의 삶과 고통, 그리고 회복과 화해의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을 담았다.

주인공 매그놀리아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뉴욕에서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녀는 세탁소 한편의 ‘양말 게시판’을 꾸민다. 주인을 잃고 혼자 남겨진 양말들—그 잃어버린 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삶의 조각들이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양말 한 짝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 말해지지 않은 것들, 외면받은 감정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아이리스와 함께 매그놀리아는 양말의 주인을 찾아 나서고, ‘뉴욕 양말 탐정단’이 결성된다. 탐정단의 여정은 단순한 탐색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루이스의 이발소, 별자리 식당, 플라밍고 정원, 지토 피자가게… 각각의 장소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양말 주인’을 넘어서 사람들의 상처와 기억, 꿈과 관계를 마주한다. 이것은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책은 단순한 선악 구도나 극적인 전개 대신, 일상의 감정들과 사회적 메시지를 유기적으로 녹여낸다. 특히, 매그놀리아의 가족은 이민자이며, 작품 곳곳에서 언어장벽과 차별, 타인의 무례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떤 손님이 매그놀리아의 엄마 뺨을 때리고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양말 게시판을 부수는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장면에서 양말 게시판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매그놀리아의 정체성과 자긍심,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이리스는 “이상한 여자 때문에 양말 게시판을 포기하면 안 돼”라며 상처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친구 간의 격려를 넘어서, 어떤 낙담에도 굴하지 않고 삶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아이들의 용기와 희망을 보여준다.

작품 속 어른들도 인상 깊다. 체스를 두는 칼, 퍼즐의 여왕 리사, 이발사 루이스의 아버지, 그리고 이시오카 경비원 아저씨까지,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조언과 위로를 건넨다. 특히 경비원 아저씨의 "슬픔은 나쁜 것이 아니야. 네가 친구를 깊이 아끼기 때문에 그런 거야"라는 말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전해준다.

『뉴욕 양말 탐정단』은 표면적으로는 양말의 주인을 찾아가는 탐정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 가족과 우정의 의미, 그리고 성장의 서사가 가득하다. 매그놀리아가 양말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듯, 이 책은 독자에게도 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눈과 마음을 열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매그놀리아는 깨닫는다. “사람들의 겉모습이 아닌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모습과 수많은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그리움과 꿈이 있다는 걸.” 이 마지막 문장은, 이 책 전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수다.

『뉴욕 양말 탐정단』은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힘을, 어른들에게는 놓치고 있었던 따뜻한 시선을 다시 일깨워주는 감동의 이야기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사소하게 보이는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연결하고 성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문학적 선물이다. 어린이문학의 깊이와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수작이라 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