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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 - 김태균의 웃으면서 배운 인생 이야기
김태균 지음 / 몽스북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그맨이자 라디오 DJ 김태균의 저서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그의 유쾌한 입담과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인생 에세이다. 책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에 대해 김태균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답한다. 마치 오랜 친구와 함께 식사하며 삶의 지혜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과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며 진정한 '어른의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어른의 품격: 내려놓음과 비움의 미학
김태균은 ‘자랑’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시작되는 자랑은 결국 아무도 관심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고 말한다. 대신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므로, 굳이 남에게 떠벌리지 않아도 내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으면 된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곧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과시욕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품격이라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또한 ‘돈을 빌려줘야 할까요, 말까요?’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그의 조언은 명확하고 실용적이다.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을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단순히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을 넘어, 관계에 대한 현명한 태도를 제시한다. "돈을 안 빌려준다고 멀어질 사이라면 사람을 정리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와 성숙한 관계 맺기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 있기를 잘해야 한다"는 김태균의 조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기지 못하면 외로움에 잠식당하고 우울해질 수 있다는 그의 말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진정으로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타인과도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20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쉰 즈음 된 꼰대의 잔소리'는 따끔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충고다. 20대에는 친구가 많으면 좋은 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친구가 얼마나 곁에 남을지 알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씁쓸한 현실을 꼬집는다. 굳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 없다는 조언은 관계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며, 자신을 소모시키는 관계로부터 벗어나라는 따뜻한 격려로 읽힌다. 이처럼 김태균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자신을 지키는 지혜로운 관계 맺기 방식을 제안한다.
진정한 행복을 위한 삶의 태도
김태균은 독자들이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보다"라는 말에 담긴 함정을 지적하며, 타인과의 비교 대신 "나를 보다"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비교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찾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멋진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자기 성찰과 성장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걱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를 안겨준다. 걱정은 결국 나의 선택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다만, 무턱대고 걱정하기보다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준비하면 걱정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한다. 특히 "나무 한 그루로는 수천 개의 성냥을 만들 수 있지만, 성냥 한 개로는 수천 그루의 나무를 태울 수 있다"는 비유는 작은 걱정이 삶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불필요한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이 책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먹지 않기, 쩝쩝대지 않기, 몰래 계산하기, 택시 잡아주기, 잘 갔는지 톡 하기. 모두 당연한 듯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배려의 기술이다. 이 리스트는 단순한 매너 지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의 정수다.
이 책의 미덕은 무겁지 않다는 데 있다. 자칫 설교가 될 수 있는 말들도 김태균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내어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문장을 덮은 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잔소리가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들이기에 더 믿음직하고 더 와 닿는다.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우리 삶에 필요한 ‘작지만 중요한 감정의 기술’을 알려주는 따뜻한 인생 에세이다. 청춘에게는 위로가 되고, 중년에게는 공감이 되며, 누구에게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같이 밥 먹고 싶은 사람’일까?
김태균이 던진 유쾌하지만 진지한 질문이 오늘도 우리를 사람답게 살아가게 만든다.
웃으며 배운 인생의 진심,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