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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말 탐정단 - 2025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I LOVE 스토리
샤넬 밀러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양말 한 짝’에서 시작된 미스터리가 어린이의 감수성으로 어떻게 세상을 꿰뚫는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을까? 『뉴욕 양말 탐정단』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뭉클한 동화다.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양말을 잃어버리는 작고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통해 타인의 삶과 고통, 그리고 회복과 화해의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을 담았다.
주인공 매그놀리아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뉴욕에서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녀는 세탁소 한편의 ‘양말 게시판’을 꾸민다. 주인을 잃고 혼자 남겨진 양말들—그 잃어버린 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삶의 조각들이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양말 한 짝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 말해지지 않은 것들, 외면받은 감정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아이리스와 함께 매그놀리아는 양말의 주인을 찾아 나서고, ‘뉴욕 양말 탐정단’이 결성된다. 탐정단의 여정은 단순한 탐색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루이스의 이발소, 별자리 식당, 플라밍고 정원, 지토 피자가게… 각각의 장소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양말 주인’을 넘어서 사람들의 상처와 기억, 꿈과 관계를 마주한다. 이것은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책은 단순한 선악 구도나 극적인 전개 대신, 일상의 감정들과 사회적 메시지를 유기적으로 녹여낸다. 특히, 매그놀리아의 가족은 이민자이며, 작품 곳곳에서 언어장벽과 차별, 타인의 무례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떤 손님이 매그놀리아의 엄마 뺨을 때리고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양말 게시판을 부수는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장면에서 양말 게시판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매그놀리아의 정체성과 자긍심,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이리스는 “이상한 여자 때문에 양말 게시판을 포기하면 안 돼”라며 상처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친구 간의 격려를 넘어서, 어떤 낙담에도 굴하지 않고 삶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아이들의 용기와 희망을 보여준다.
작품 속 어른들도 인상 깊다. 체스를 두는 칼, 퍼즐의 여왕 리사, 이발사 루이스의 아버지, 그리고 이시오카 경비원 아저씨까지,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조언과 위로를 건넨다. 특히 경비원 아저씨의 "슬픔은 나쁜 것이 아니야. 네가 친구를 깊이 아끼기 때문에 그런 거야"라는 말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전해준다.
『뉴욕 양말 탐정단』은 표면적으로는 양말의 주인을 찾아가는 탐정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 가족과 우정의 의미, 그리고 성장의 서사가 가득하다. 매그놀리아가 양말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듯, 이 책은 독자에게도 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눈과 마음을 열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매그놀리아는 깨닫는다. “사람들의 겉모습이 아닌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모습과 수많은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그리움과 꿈이 있다는 걸.” 이 마지막 문장은, 이 책 전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수다.
『뉴욕 양말 탐정단』은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힘을, 어른들에게는 놓치고 있었던 따뜻한 시선을 다시 일깨워주는 감동의 이야기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사소하게 보이는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연결하고 성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문학적 선물이다. 어린이문학의 깊이와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수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