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에서 선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지리 수업,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지리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고 또 현재를 규정하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지리의 역사성'이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지리적 요인이 각 지역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지리의 힘'을 일깨워준다. 중국이 왜 그토록 광대한 영토와 인구를 자랑하게 되었는지, 만주에서 시작된 한민족의 뿌리가 어떻게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세계 종교인 불교가 왜 인도에서는 사라졌는지 등 복잡해 보이는 역사적 질문들에 대해 지리적 관점에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이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지리로 읽는 문명과 국가의 흥망성쇠
책은 특히 각국의 지리적 특성과 그에 따른 역사적 흐름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중국의 사례는 '지리의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다. 유럽 대륙과 맞먹는 거대한 면적과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진짜 중국'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족의 정체성을 강조할수록 중국의 영역이 줄어든다는 역설과 함께,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오늘날 중국 영토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지리가 국경과 민족의 정체성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중국 강남 개발이 늦어진 이유를 구릉과 습지라는 지형에서 찾고, 장강 하류 평원 덕분에 난징과 상하이가 도시로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며 지리가 경제 발전에도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한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혼란기와 통일 왕조가 반복되는 중국의 '퐁당퐁당 역사' 패턴이 지리적 배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풀어내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다. 특히 한국사와 중국사의 미묘한 반비례 관계를 언급하며 두 나라의 역사를 함께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점도 인상 깊다. 더 나아가, 바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만이 중국의 해상 진출 통로이자 '가라앉지 않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까지 연결하여 지리가 현재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본과 대한민국의 비교는 지리가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이다. 두 나라가 닮은 듯하면서도 종교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일본의 독특한 민족 종교인 '신토'와 자연환경의 연관성에서 찾는다. 잦은 자연재해를 겪으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키워 온 일본인들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신토의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은 지리적 환경이 종교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클레멘스 메켕의 "한반도는 일본의 심장을 겨누는 단도"라는 말을 인용하며, 근대 이후 일본이 지정학에 눈을 뜨고 한반도를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배경을 명확히 설명한다. 냉전 시기 한국의 휴전선이 일본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탈냉전 시기 한국이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 성장을 이룬 과정, 그리고 미중 갈등이라는 신냉전 시대에서 한국과 일본이 겪는 새로운 갈림길까지, 지리가 국제 역학 관계와 각국의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분석 역시 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히말라야 산맥이 남아시아의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인더스강과 갠지스강 평원이 인구 증가에 기여했다는 점은 지리가 문명 발달에 미친 근본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힌두교와 불교가 탄생하고 이슬람교가 유행했던 종교의 대륙인 남아시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를 종교 내부의 문제와 함께 당시 사회 계급 구조 및 브라만교의 변화, 이슬람교의 확산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찾는 부분은 지리와 종교, 사회의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를 대륙부와 도서부로 나누어 설명하며, 화산 활동으로 비옥한 농지를 얻고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한 말레이 제도의 특성, 그리고 서구 열강의 지배 역사가 현재의 빈부 격차와 민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지리가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도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역사 교양서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단순히 세계사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리적 관점을 통해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게 돕는 훌륭한 역사 교양서다. 저자들은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사를 지리라는 명확한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도를 활용한 설명은 내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마치 두 선생님의 유익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세상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지리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사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