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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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 꾸는 듯이 톡톡 튀는 상상력을 주워 담았다. 색감이 보이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의 왼팔도 그런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센코쿠 시대의 도자와 가문을 중심으로 펼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인물들이 뛰어들었다. 도자와 가문의 총애를 받고 있는 에이스 공로 사냥꾼 '한에몬', 그와 맞서는 고다마 가문의 실력자 '기베에', 도자와 가문과 고다마 가문의 싸움의 큰 변수가 된 한 시골 소년 '고타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공적을 능숙하게 이끌어내는 한에몬이었지만, 숨어있는 주인공인 양 의뭉스럽고 화려한 자는 시골에서 한번 사격시합에서 한번 한에몬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다소 바보스러운 소년 고타로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도자와 가문에 필요한 해결책은 백발백중의 왼팔을 가진 고타로밖에 없었고, 한에몬은 적진을 뚫고 그를 데리러 간다. 고타로의 왼손은 신의 손이라고 할만큼 명중률과 위력이 뛰어났다.

 

 

팩션이라기 보다 허구를 역사 속에서 그려낸 이 소설은 센코쿠 시대에 있을 법한 인간 군상과 가문의 대결 속에서 특별한 인물을 만들어 서사를 이끌어낸다. 자연스럽게 물고물어지는 사건이 위기로 이어지기 일쑤며 그 난관을 허물없는 충성심 하나로 자신을 바치는 모습이 당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잘 드러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일본의 센코쿠 시대에 대해 잘 몰랐기에 이 소설을 조금 독특한 소설이라고 받아들였다가 당대의 특이한 모습을 점차 알게 됨으로써 시대를 잘 표현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이 소설은 매력적인 시대 소설이고, 저자 와다 료는 전작 '노보우의 성'에서도 그랬지만 센코쿠 시대를 능숙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이 소설에는 흔히 역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말투가 쓰이지 않았다. 또한 천하를 주름잡는 영웅도 없다. 다만 작은 가문과 가문과의 대결에서 그 가문에서 뛰어난 인물이 있고, 아직 실력발휘를 못하는 어린 꼬마가 주인공이 될 듯 말 듯 사격대회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심리관계가 깔끔한 직선을 긋고 또 그어 한 데 얽히는 군더더기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 부담감이 없고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하여 당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인간군상으로 소설을 능숙하게 이끌어내는 와다 료의 두 번째 소설, 바람의 왼팔은 잘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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