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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미
고예나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다소 노골적이다. 현대의 가벼운 성 문화를 살짝 꼬집으면서 20대 여성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책은 노골적이다. 클릭 미는 랜덤 채팅 사이트로 가벼운 클릭 하나로 젊은 남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hi로 시작해서 약속장소로 끝나는 그들의 대화는 무미건조하다. 관계를 가진 후에 그들의 사이에는 아무런 끈도 없다. 쿨하게 뒤돌아서면 된다. 얼마 전, '강심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에프터스쿨의 멤버 중 한 명인 레이나의 이같은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레이나는 조심스럽게 3년간 연락을 했던 첫사랑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점점 의문스러웠다. 전화와 문자로만 3년을 통화했고 결국에는 교제까지 하게 된 그들은 그때까지 직접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화가 난 그녀가 연예인이 되기 직전 그 사람의 집 앞에 찾아가니 직접 만날수는 없고 전화로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의심하냐며 왜 찾아왔냐며 도리어 역정. 이 이야기를 듣던 주변 연예인들의 탄식이 들려오고 '클릭 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와 유사했다. 클릭 클릭 가벼운 물꼬가 진심을 바보로 만드는 격이었다.
가벼운 세태를 다루었기 때문인지 작가의 소설은 구렁이 담 타듯이 진행된다. 채팅으로 여러 남자와 연락은 하지만 정작 그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지현, 낮에는 온라인 논술강사로 밤에는 키스방 직원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연희(나), 겉으로 보기에는 매너있는 스마트남 알고보니 변태남을 만나고 있었던 유리, 가벼운 만남을 즐기는 성아. 그녀들이 현대의 20대 전체를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과거에는 없었던 현대에는 자자한 가벼운 풍조를 나타내고 있었다. 20대 여성의 입장이지만 그녀들의 '일상'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네 명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공감되는 바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신경써주는 진솔한 친구 관계에서 그칠 뿐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학비를 벌기 위해 키스방에 다녔던 연희를 보면서 자기 몸 돌볼 새 없이 건전한 알바를 몇개씩 하는 친구들이 떠올랐고, 채팅으로 두서 없는 짧은 관계를 탐색하는 지현을 보면서 당당하게 공식적인 모임의 우두머리를 맡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 바이러스를 내뿜는 롤모델격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누군가, 이 책을 두고 21세기 20대 문화를 유려하게 잘 다루었다 할까 겁이 났지만, 내가 보지 못한 다른 20대의 모습이 빠르기만 한 인터넷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속도위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